쉿~!
입을 다물어서 실수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걸요?
다른 말로 하면,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할 일도 많다는 거겠죠?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은 예부터 이름난 분들이 많이 난 곳이라고 합니다. 퇴계 이황의 외갓집 마을이기도 했고, 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던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의 생가 마을이기도 하지요. 이 마을에 춘천박씨· 김녕김씨· 밀양박씨· 김해김씨· 진주류씨· 경주최씨· 인천채씨 등 여러 성씨들이 모여 살아왔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 아주 남다른 무덤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말무덤'이랍니다. 달리는 말이 아닌 입으로 하는 '말'을 묻은 무덤이지요. 참 재미나지요?
지난 2015년에 여기를 처음 알게되어 둘러보고 <오마이뉴스> 기사로 소개했던 적이 있지요. 그때 <천재교육>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거라면서 제가 기사에 쓴 사진을 쓸 수 없겠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진 원본을 보냈는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면서 책을 한 권 보내주더군요.
오마이뉴스에 소개한 말무덤 기사입니다.
여기도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몇 해 만에 다시 가니, 마을 안내도와 경북 신도시 둘레길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세웠네요.
말무덤 가는 길 아래에 있는 <쌍효각>입니다. 효자 아들 둘을 기리는 정려각이더군요.
말무덤 가는 길에는 '말'과 관련된 갖가지 격언이나 속담들을 적은 빗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말무덤 가는 길
어라! 전에 못봤던 조형물이 생겼네요. 아마도 예천군에서 여기를 관리하고 있나 봅니다. 예전에는 좀 방치되다시피 했거든요. 이런 조형물까지 세운 걸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쉿~!
조형물 너머로 큰 봉분이 보이지요?
저게 바로 <말무덤>입니다.
이 말무덤이 만든 게 지금부터 500여 년 전이랍니다.
옛날부터 이 마을에 저 앞에 소개한 여러 성씨들이 모여 살았는데 사소한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늘 문중 간에 크고 작은 다툼이 잦았다고 해요. 그래서 마을 어른들이 의논을 하며 그 원인과 처방을 찾고 있는데 지나가던 과객이 예방책을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이 대죽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야산의 형태가 마치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라 '주둥개산'이라고 했답니다. 개의 송곳니 모양을 한 이곳에다가 큰 구덩이를 파고 마을 사람 모두에게 사발을 하나씩 가져오게 했지요.
그 사발에다가 각각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던 마음이 담긴 온갖 욕설을 다 뱉으라고 하고는 그 사발들을 구덩이에 한데 묻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정말로 마을에서 싸우는 일이 없어지고 서로 화목하게 되었다고 해요.
말무덤이 매우 큽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내뱉은 그 험한 말들을 다 묻어서일까요?
옛날에 왔을 때는 이 말무덤도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좀 보기에 좋지 않았는데 이젠 나름대로 돌보고 손본 느낌이 납니다.
참 잘하는 일이지요?
◎ 길 아니면 가지말고 말 아니면 듣지 마라
◎ 세 살 먹은 아이 말도 귀담아 들어라
◎ 귀는 크게 열고 입은 작게 열랬다
◎ 내 말은 남이 하고 남의 말은 내가 한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골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
◎ 입에 쓴 약이 병에는 좋다
◎ 혀 밑에 죽을 말이 있다
◎ 말 뒤에 말이 있다
◎ 부모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 온다
◎ 비단 대단 곱다 해도 말같이 고운 것은 없다
◎ 훌륭한 예절이란 타인의 감정을 고려해 표현하는 기술이다
◎ 입으로 하는 맹세가 마음으로 하는 맹세만 못하다
◎ 한점 불티는 능히 숲을 태우고 한마디 말은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 -고종황제-
돌판에 쓰인 글귀마다 어느 것 하나라도 허투루 들을 게 없네요. 살면서 날마다 내 혀로 남을 다치게 하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잘 살피고 반성해야겠습니다.
현대에도 뉴스에서, 정치판에서 날마다 쏟아지는 말! 말! 말!
하루에 만나는 많은 이들한테 쏟아내는 말!
참으로 돌이켜 보고 곱씹어보고 하면 참 좋겠지요?
가끔은 쉿~!
소리 내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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