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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과 나들이

[괴산 삼송리 왕소나무(용송)] 나무를 보고 눈물 흘려보았나요? 울컥하며 경외감마저 들었다!

by 한빛(hanbit) 2021.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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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의 오래된 나무를 찾아서...

맨 아래에 영상을 덧붙였는데요. 꼭 보고가시길 권합니다. 

 

하루를 날 잡아 괴산에 있는 나무 투어를 다녀왔어요. 앞서 소개한 괴산 시루봉 휴게소 뒷산에 있던 <적석리 소나무>를 비롯해서 <입석리 소나무>, <송덕리 동제장>, <장연 오가리 느티나무>,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나무가 <괴산 왕소나무> 또 다른 이름으로는 <용송>이라 일컫는 나무까지 오래된 소나무와 느티나무의 기운을 맘껏 받고 왔답니다.

괴산 적석리 소나무

이건 앞서 소개했던 시루봉 휴게소 뒷산에 있는 <괴산 적석리 소나무>입니다.

예부터 괴산 연풍면 입석 마을 고갯마루에 있는 소나무인데 여긴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답니다. 마을 수호신으로 여겼고요. 나이가 500 살이 넘은 소나무랍니다. 정확한 위치는 적석리 산 34-2라고 하네요.

괴산 입석리 소나무

이 소나무는 <괴산 입석리 소나무>입니다.

입석리 마을 들머리에 있는데 나이가 200살이 넘었답니다. 안타깝게도 나무 윗부분이 생기를 잃고 조금 누렇게 바뀌어서 걱정이 되네요. 아마도 주민들과 괴산군에서 나무를 고치려고 애쓰고 있는 듯합니다.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 128-2번지

괴산 송덕리 동제장과 오층석탑

다음은 <괴산 송덕리 동제장>입니다.

고려시대 돌탑인 오층석탑과 함께 대칭으로 마주 보며 선 동제장은 얕은 언덕으로 되어있는데,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가 굉장히 많습니다. 여기는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며 해마다 정월에 오층 석탑에서부터 산신제를 시작으로 동제장인 당숲에서 동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괴산군 미선로 185 (장연면)

괴산 장연 오가리 느티나무

이번에는 괴산 장연면 오가리에 있는 <괴산 장연 오가리의 느티나무>입니다. 

가랑잎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더욱 멋진 풍경이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진짜 아름다운 느티나무입니다. 나이가 무려 900 살이 넘었다고 합니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867-1

나무를 보고 눈물 흘려보았는가? 괴산 왕소나무(용송)

괴산 왕소나무(용송)

이번에는 오늘 나무 투어 중에 가장 하이라이트입니다. <괴산 왕소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앞서 소개한 나무들처럼 살아있는 나무가 아닙니다. 600년 목숨을 이어오다가 안타깝게도 지난 2012년 8월28일, 태풍 볼라벤에 쓰러진 가엾은 나무랍니다. 위에 보이는 나무 둥치만 봐도 살아있을 때 그 모습이 어땠을지 가늠이 됩니다.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왕소나무를 보러 가는 길은 이런 시골길에 있습니다.

앞에 보이는 소나무들도 거의 200년 가까이 된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 소나무들 곁에 보호각 아래에서 누워있는 소나무를 봅니다.

우리가 오늘 보러 온 왕소나무입니다.

저 큰 보호각 안에 누워있는 모습만 봐도 살았을 때 어땠을지 상상이 되네요.

괴산 왕소나무는 본디 2001년에 천연기념물 제290호로 지정되었던 거였지요. 하지만 태풍에 쓰러지고난 뒤 2년 동안 살리려고 엄청 애를 썼지만 끝내 죽고 말았지요. 그 뒤에 천연기념물 지정도 해제가 되었답니다.

태풍 피해를 입기 전의 왕소나무 모습과 2년 동안 살리려고 치료중인 모습, 그리고 지금 현재 모습이랍니다.

("그런데 맘에 안 드는 게 하나 있네요. '도복피해', 굳이 이렇게 써야 했나요? 그냥 '태풍 피해'라고 해도 너끈합니다.")

마치 용트림을 하는 거대한 용을 보는 듯합니다. 또 소나무가 죽어 용비늘 같은 껍질을 다 떨궈내고나니 마치 엄청나게 큰 배롱나무를 보는 것 같았어요.

 

처음 이 큰 왕소나무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가기에 앞서 사진은 보고 갔는데 그땐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 눈으로 보니,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크기도 엄청나게 컸지만 그것보다도 이 앞에 딱 서니, 어떤 위엄이 느껴지더군요. 오늘 여러 나무들을 많이 보고 마지막에 온 곳이었는데도 지금까지 봤던 그 우람한 나무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어떤 비장함이 느껴졌어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저 큰 나무둥치를 쓰다듬으며 어루만져봤습니다. 갑자기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뜨거움이 느껴졌어요. 그러더니 울컥하며 눈물이 솟구치네요. 이 멋진 나무가 쓰러졌다는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이 오랜 세월의 모든 역사를 온몸에 지니고 있는 듯한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한없이 우러러보게 되더군요. 남편은 보기에도 위엄이 느껴져서 무섭다고까지 하더군요. 눈물이 멈추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네요.

뿌리를 드러내고 누워버린 왕소나무, 참 안타깝습니다.

잔 가지들은 더 잘라냈는데 나머지 남아있는 큰 줄기들도 참 대단합니다. 어떻게 제 몸을 비틀며 이렇게 자랐을까요?

괴산 왕소나무는 <용송>이라고도 한답니다. 첫 그 느낌 그대로 나무 모양이 마치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로 오랜 세월 동안 제 몸을 비틀고 꼬면서 자라서 살아있을 때는 승천하는 용의 모양을 닮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누운 채로 승천하기를 기다릴까요?

아니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걸까요?

길게 뻗은 큰 줄기들이 하늘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왕소나무가 쓰러지고난 뒤에 마을 주민들한테는 전설처럼 어떤 이야기가 번졌답니다.

 

소나무를 남달리 좋아하던 이무기가 소나무와 함께 서로 교감을 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백 년 함께 살면서 이무기가 차츰 용으로 변해가는데 소나무 또한 가지와 줄기가 용처럼 변하고 나무껍질도 해를 거듭할수록 용의 비늘을 닮아서 붉은 용처럼 변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도 <용송>이라고 불렀답니다.

용이 다 자라서 승천할 때가 되어 '등룡풍(登龍風)'을 기다리던 중에 2012년 8월에 천둥과 폭풍우가 이는 큰바람이 불어 용이된 이무기가 용송을 떠나 하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용의 정기를 나누며 함께 살던 왕소나무는 그 충격으로 그만 쓰러지고 말았고 2년 동안 용이 떠난 슬픔과 그리움에 앓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뒤부터 마을 사람들은 쓰러진 용송이 너무나 안타까워 잘 보존하고 해마다 태풍에 쓰러졌던 그날만 되면 제사를 지내며 용송을 위로하고 또 승천한 용한테 마을의 안녕을 빈다고 합니다.

 

어떤 가요? 정말 용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요? 어쩜 저렇게 저 큰 몸집을 스스로 비틀어가며 자랄 수 있었는지 참 신기합니다.

괴산 왕소나무 후계목을 세우다!

용송 곁에는 200 년 가까이 된 소나무들이 13 그루가 있답니다.

그 가운데에서 용송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소나무가 3 그루가 있다고 하네요.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후계목으로 지정을 했는대요.

괴산 왕소나무 후계목

원래 용송에서 떼어낸 가지를 키워서 자라게 한 소나무도 있었는데 용송이 자라던 이 터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씨에서 발아하여 자란 소나무를 후계목으로 삼아 지정했다고 합니다. 

용송 후계목 앞에 선 남편의 키와 소나무의 크기를 견줘보세요. 대단하지요?

이 소나무들도 참 신비롭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제 몸을 배배 꼬면서 비틀 수 있는지...

용송은 죽어서 승천한 용을 만났을까?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는 듯 둘레 소나무들도 함께 하늘로 쭉쭉 뻗어가네요.

후계목이 용송의 대를 이어 굳건히 잘 살아주기를 바라면서 괴산 왕소나무 용송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아래는 괴산 왕소나무 <용송>을 담은 영상입니다. 전체화면으로 놓고 보세요.^^

https://youtu.be/tjIZF0zip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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