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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김천 방초정]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비 내리는 방초정 풍경 & 최씨담과 몸종 석이 이야기

by 한빛(hanbit)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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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김천 방초정

비 내리는 날 찾은 방초정입니다.

김천의 보물이랍니다.

사실 여기 방초정은 정말 자주 갔던 곳이지요.

못해도 대여섯 번은 갔지 싶습니다.

이 앞을 지나간 건 수도 없이 많고요.

그러다 보니, 사시사철 방초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봐 왔지요.

김천 방초정은 보물 제2047호인데요.

김천시 구성면 상좌원 1길 41입니다.

 

방초정 옆으로 정려각 두 곳이 나란히 함께 있습니다.

아주 남다른 이야기가 담긴 곳이 바로 여기 방초정이랍니다.

 

보물로 승격이 된 건 지난 2019년 12월 끄트머리였답니다.

그때 지정예고된 바로 다음날 달려가서 소개를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내가 그동안 그렇게나 많이 가봤으면서도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온 게 있답니다.

그게 뭐냐고요?

바로 이 빗돌이었답니다.

이 빗돌은 저 뒤에 보이는 것처럼 정려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갓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밋밋하고 작은 돌비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방초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거든요.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는 것이지만 정말 중요한 빗돌입니다.

 

 

우리가 방초정에 다다랐을때, 마을 어르신들이 쉬고 계시더군요.

나그네가 오는 걸 보고 일부러 자리라도 내어주려는 듯 서둘러 일어나서 내려오시더군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너무 죄송하더군요.

오늘은 사실 둘레 풍경과 함께 제가 놓치고 왔던 중요한 사진만 찍으면 되거든요.

 

김천 방초정 안내판

보물로 바뀌고 난 뒤에도 여러 차례 다녀갔는데,

그때에도 없던 새로운 안내판이 생겼네요.

너무 늦은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번듯한 안내판을 보니 정말 반갑더군요.

 

자, 이제 방초정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네요.

 

1625년에 방초(芳草) 이정복(李廷馥 1575~1637) 선생이 자기의 호를 따라 이름 붙이고 지은 정자입니다.

선생은 '연안 이 씨'로 부호군을 지낸 분이랍니다.

바로 이 마을에 고을 원이 있었고 이 원터에 자리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 연안 이 씨들의 세거지였답니다.

 

이정복이 방초정을 세우게 된 배경에는 굉장히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답니다.

이정복이 결혼을 하고 처가에 있다가 먼저 본가로 돌아와 있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선영이 있는 능지산으로 난을 피해 있었지요.

친정에 있던 아내, 화순 최씨 부인은 왜적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시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여종 석이를 데리고 가는 길에 그만 왜적을 만났는데, 몸을 버리느니 죽겠다 하여 바로 이 웅덩이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합니다.

최 씨 부인의 여종인 석이도 주인의 뒤를 따라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합니다.

이 슬픈 소식을 알게 된 남편 이정복이 장례를 치르고 부인이 죽은 웅덩이를 더 크게 파서 연못을 만들고 그 앞에다가 자기 호를 따서 지은 누정이 바로 <방초정>이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연못을 열녀 화순 최 씨 부인이 죽었다 해서 <최씨담>이라고 불렀답니다.

절부부호군 이정복 처 증 숙부인 화순최씨 지려(節婦副護軍李廷馥妻贈淑夫人和順崔氏之閭)

훗날, 1632년(인조10) 나라에서 이정복 선생의 처 화순 최 씨 부인의 열행을 기리는 정려를 내렸다고 합니다.

‘절부부호군 이정복 처 증숙부인 화순최씨 지려(節婦副護軍李廷馥妻贈淑夫人和順崔氏之閭’라는 정려문은 인조의 친필입니다.

 

왼쪽에 있는 정려비는 이정복의 처 화순 최씨 부인을 기리는 빗돌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빗돌은 이정복의 후손인 이기영의 처인 풍기 진씨 부인의 열행비입니다.

풍기 진씨 부인 또한 남편이 늑막염을 앓던 중에 복막염으로 숨졌다고 합니다.

남편이 죽은 것이 자기 탓이라고 여긴 부인은 남편의 시신 옆에 누워서 곡기를 끊고 끝내 굶어 죽었다고 해요.

두 열녀들의 이야기가 깃든 방초정,

참으로 슬픈 이야기입니다.

나란히 선 화순 최씨 부인의 정려각과 풍기 진씨 부인의 정려각 앞에 그보다 더 거칠고 작은 돌비 하나!

바로 이 빗돌이 최씨 부인의 여종 석이의 충성을 기리는 것이지요.

두 열녀 부인들의 정려 빗돌에는 감히 견줄 수 없을 만큼 초라한 것이지만 그 뜻을 이야기할 때엔 결코 가볍거나 덜하지 않지요.

 

주인의 뒤를 따라 못에 빠져 죽은 석이! '충노석이지비(忠奴石伊之碑)'

 

거친 돌에 잘 다듬어지지 않은 채 만든 빗돌!

석이의 빗돌은 지난 1975년에 이 최씨담을 새로 고칠 때에 연못 안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신분이 엄연히 다르니 두 열녀들 정려각 앞에 감히 세울 수가 없었나 봅니다.

석이가 모시던 주인과 함께 하라는 뜻으로 빗돌을 최씨담에 던져놓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은 두 열녀 정려각 앞에 충성스러운 종, 석이의 빗돌을 세워두었답니다.제가 방초정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겼던 빗돌이 바로 이런 슬픈 사연을 지니고 있는 충노 석이의 빗돌이었던 것이랍니다.여러 번 갔으나 정려각 두 곳과 충노 석이의 이야기는 정작 안내판에 없었답니다.그래서 잘 몰랐었고 사진도 제대로 찍은 게 없었답니다.이번에 보물이 되면서 여기에 깃든 이야기까지도 잘 갈무리해서 새로 안내판을 세웠더군요.참 잘한 일입니다. 

 

제가 2009년에 처음으로 방초정 이야기를 썼을 때 기사를 하나 덧붙입니다.

방초정을 자세하게 쓴 기사이지요.

 

http://bit.ly/177z2e

 

온돌방 있는 정자 보셨나요

[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75] 김천시 구성면 문화재 '방초정'과 '모성정'

www.ohmynews.com

예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요즘은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특히 배롱나무 꽃이 피는 때엔 사진 찍는 분들도 많이 오지요.

 

비 내리는 날,

방초정 앞 최씨담 둘레를 한바퀴 돌면서 최씨부인과 여종 석이를 생각해 봅니다.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최씨담

그리고 방초정

최씨 부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며 남편 이정복 선생이 연못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정자를 세웠지요.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최씨담 너머로 보이는 논과 배롱나무

아름답군요.

비 오는 날, 방초정에 와도 참 좋네요.

어쩌면 더욱 운치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사한 빛을 품은 배롱나무꽃과 방초정이 참 잘 어우러지네요.

최씨담에는 인공섬도 두 개가 있습니다.

이곳에 몸을 던져 숨진 최씨 부인과 그 종 석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뜻도 담겨있다고 하더군요.

어느새 논에는 벼이삭이 패고 있습니다.

방초정은 2층으로 지은 누각입니다.

그리고 가운데에다가 온돌을 두고 사방에 문을 달아서 여름과 겨울에 편리하도록 만든 아주 과학적인 정자랍니다.

겹처마로 된 지붕의 곡선이 참 예쁘지 않나요?

방초정을 보면, 누구라도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듯합니다.

김천 방초정에 오거든 방초정과 최씨담의 아름다움도 구경하시고 

또 하나,

몸종 석이의 충성스러운 맘씨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씨 부인과 석이를 만나고 돌아 나오는 길목에 비에 젖은 배롱나무꽃이 처연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방초정 풍경을 담은 영상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s://youtu.be/G1E_uX71kSU

 

[김천시 구성면 문화재 셋! 2탄] 방초정, 모성정, 도동서원

지난 번에 소개했던 김천 구성면 광명리 마을의 문화재 소개에 이어서 제 2탄을 소개합니다. 1탄은 https://youtu.be/COfypX43wAA 이번에는 김천시 구성면의 문화재 셋을 또 소개합니다. 도동서원과 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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