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에는 바위굴에다가 정자를 지은 곳이 남달리 많더군요.
진안 마령면 강정리에 있는 수선루도 그랬지요.
쌍계정은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에 있습니다.
진안군 향토문화유산 유형 제10호입니다.
이 철다리를 지나서 쌍계정이 있습니다.
쌍계정 앞으로 흐르는 강은 섬진강이랍니다.
쌍계라는 이름이 바로 시내 두 물줄기가 마주치는 곳에 세웠다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지도에서 찾으니 마치천과 상표천이 두 줄기가 있더군요.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물줄기는 백운동과 정천에서 흐르는 시내였답니다.
그렇게 두 시내가 만나서 섬진강 본류가 되더군요.^^
자, 이제 쌍계정으로 가 볼까요?
저기 엄청나게 큰 바위가 보이지요?
그 바위 밑으로 삐죽이 삐져나온 기와가 보입니다.
이렇게 큰 바위 밑에다가 정자를 짓다니 놀랍네요.
엄청나네요.
진짜 마치 이 커다란 바위가 정자를 집어삼킨 듯하네요.
아니, 삼키려다가 다 못 넘긴 것 같기도 하고요.
풍경이 참 절경이네요.
바위에 낀 듯 지붕만 바깥으로 나와있어요.
진짜 삼킨 것 같지요?
그 큰 바위 아래로 보이는 밑면은 차곡차곡 쌓은 것 같은 누룩바위입니다.
진안은 이웃하고 있는 무주와 함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커다란 바위와 함께 어우러진 절경들이 많습니다.
진안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다 보이는 마이산의 말귀를 닮은 두 봉우리를 비롯해서 수선루, 쌍계정, 삼계석문, 와룡암 등등 굉장히 많은 곳이 많답니다.
쌍계정은 1886년 오도한과 우우흠이 세운 정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정자를 세우게 되기까지 매우 남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정자를 세우기 30 년 전인 1856년에 군수를 비롯한 마을 선비들이 여기 큰 바위에다가 이름과 갖가지 글자를 새겼다고 합니다.
주로 이곳에다가 정자를 세우겠다는 뜻으로 적은 글이라고 합니다.
쌍계정 안쪽에 있는 바위벽에다가 쓴 이름들입니다.
'쌍계동천 현현계'를 꾸리던 계원들의 이름이랍니다.
모두 36명이라고 하네요.
정자를 세우기 앞서 벌써 30여 년 전에 썼다니 더욱 놀랍네요.
진짜로 30년이 지난 1886년에 이 쌍계정을 세웠답니다.
오도한이 진사에 급제한 지 2년째 되는 해였다고 하네요.
오도한이 쓴 '쌍계정기'에는 이곳을 백운산의 손자요, 마이산의 아우라고 표현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맞더군요.
커다란 대들보를 가로질러 놓고 매우 웅장한 모습입니다.
쌍계정 마루에 앉아서 바로 앞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시원하겠지요?
쌍계정 대들보
이 큰 바위 아래에다가 쌍계정을 정말 멋들어지게 지었는데요.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답니다.
바로 이 지붕이랍니다.
지붕 위로 가랑잎과 썩은 나뭇가지들이 많이 떨어져서 자꾸만 망가지게 되니까 이렇게 함석지붕을 만들어서 이었다고 하네요.
멋스러운 옛 기와 정자를 함석으로 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안타깝지만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 그런데 이날 쌍계정을 찾아갔을 때
진짜 벌과 모기 때문에 고생을 엄청 했답니다.
눈앞에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데 몇 번이고 도망갔다가 다시 다가가고 했답니다.
이렇게 바위 아래에 물이 고여있더군요.
이날, 진짜 모기에 엄청나게 물렸습니다.
쌍계정 현판들입니다.
오도한이 쓴 쌍계정기와 이원호가 쓴 '쌍계석문서'도 있답니다.
훗날 독립운동가인 매천 황현 선생도 '쌍계정기'를 썼다고 합니다.
쌍계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랍니다.
진안 쌍계정[鎭安雙溪亭]
丹壁盤盤碧玉流(단벽반반벽옥류) 붉은 바위 서린 곳 벽옥 같은 물 흘러와
雙溪來作小汀洲(쌍계래작소정주) 두 냇물이 합쳐져서 작은 모래섬 이루었네
千峯有路不知處(천봉유로부지처) 겹겹 산중엔 길 있어도 어딘지 모르겠고
一柳與楓無限秋(일류여풍무한추) 한 버들과 단풍엔 가을 기운 끝이 없네
拄杖聲驚蝙蝠散(주장성경편복산) 지팡이 소리에 놀라 박쥐들 흩어지고
凭欄影帶蟹蝦浮(빙란영대해하부) 난간에 기댄 그림자엔 게들이 떠오르네
熟知佳境尋常在(숙지가경심상재) 잘 알겠네, 절경이 평범한 데 있는데도
五岳歸來枉白頭(오악귀래왕백두) 오악 구경 다니느라 헛되이 늙었음을
매천 황현 선생의 매천집에서...
숭정기 원후 5병술 4월이라고 쓴 상량문입니다.
이때가 1886년이라고 하네요.
바로 오도한과 우우흠 선생이 쌍계정을 세운 때와 같네요.
고운 최치원이 쓴 '쌍계석문'을 본떠 글자를 새기다!
쌍계정 알림판에서 바위 벽에 고운 최치원이 지리산 하동 쌍계사 바위벽에 쓴 '쌍계석문(雙溪石門)'을 본떠서 여기 쌍계정에도 새겼다고 하더군요.
이 쌍계석문도 바로 '쌍계동천 현현계' 계원들의 이름을 새겼을 때 함께 새긴 글자라고 합니다.
쌍계정의 오른쪽에는 쌍계(雙溪)를 왼쪽에는 석문(石門)을 새겼다고 하는데,
정말 아쉽게도 이 석문이라는 글자만 찾았어요.
오른쪽에도 보기는 했는데, 진짜 모기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물리는 바람에 놀라서 제대로 찾지 못하고 도망 나와야 했답니다. (애고 아쉬워라~~)
벌과 모기떼에 고생은 정말 많이 했습니다.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열 군데도 넘었지요.
정말 많이 가렵고 아팠어요.
그래도 참 멋진 구경을 하고 왔답니다.
참고로 모기 없고 벌 없고 뱀 없는 계절에 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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