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대산면에 있는 <대곡리 암각화>를 보러 갔어요.
가자마자 들머리에서 깜짝 놀랐답니다.
도대체 여기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대곡리 암각화는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에 드는 명소라고 하네요.
남원의 숨은 보석이라 할 만큼 둘레 경치가 정말 웅장하네요.
아주 멋집니다.
큰 바위들이 우람하게 서 있고 그 아래에 정자도 있네요.
엄청나게 키 큰 노송들이 아래를 굽어내려 보고 있네요.
참 멋진 풍광입니다.
"아니! 누가 빗돌을 파헤쳤을까요?"
사실은 처음 여기 와서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한 것도 아주 잠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는 누가 봐도 빗돌을 세운 터였답니다.
그런데 빗돌이 있어야 할 곳에 그 자리만 파헤쳐져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빗돌은 없고 비 갓만 덩그러니 땅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보니 또 다른 빗돌이 하나 있는데,
이 빗돌은 비 갓이 저기 왼쪽에 따로 있습니다.
옆에 따로 세워놓은 빗돌을 살펴봤어요.
우산황공유주, 여사경주김씨 기적비 (友山黃公畱周, 女士慶州金氏 紀蹟碑)
라고 쓴 빗돌입니다.
우산 황유주 선생과 그의 부인 경주 김씨 부인을 기념하는 빗돌이네요.
이 빗돌이 있던 자리는 바로 여기랍니다.
그 곁에 비 갓이 있네요.
비 갓은 밧줄로 묶어놓았습니다.
여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밧줄로 묶어놓은 걸 보아 어디로 옮기려고 하는 걸까요?
그런데 저 너른 자리에 있던 빗돌은 어디로 갔을까요?
남원 시청 블로그에서 예전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어 가져왔습니다.
이 사진을 살펴보니,
아까 본 우산 황유의 빗돌은 왼쪽에 또 다른 빗돌은 오른쪽에 있네요.
이 오른쪽 빗돌은 바로 옛날 면장을 지냈던 황의준 공적비라고 합니다.
혹시 훗날 이 사람의 잘못이 드러났나?
그래서 파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아무튼 그 어떤 설명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끼리 추측만 할 뿐이었답니다.
[청동기 시대에 새겼을 대곡리 암각화]
빗돌의 행방과 저렇게 파헤쳐진 까닭을 전혀 알 수 없지만 암각화를 구경하러 갑니다.
그러기 전에 이 커다란 바위 아래에다가 정자를 아주 멋들어지게 지었네요.
이 정자를 <봉황정>이라고 하네요.
정자 위에 있는 바위를 봉황대, 그리고 봉황대가 있는 산봉우리가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지형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빗돌은 봉황정을 세운 내용을 기록해놓은 거랍니다.
바로 아까 빗돌에서 보았던 우산 황유주가 그의 부인과 이곳에서 쉬려고 세운 정자라고 하네요.
그래서 빗돌에 그 부인 경주 김씨 부인도 적혀있었나 봅니다.
아무튼 대단한 분들이네요.
이 멋진 곳에다가 멋지게 자리 잡은 정자였답니다.
봉황정에는 빼곡하게 현판이 무척 많았답니다.
이젠 진짜 대곡리 암각화를 보러 갑니다.
봉황대 꼭대기에 있는 바위에 새긴 조각인데요.
호남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선사시대 암각화라고 하네요.
저기 꼭대기에 있는 바위에다가 새긴 그림이랍니다.
옆으로 올라오는 길이 매우 가파릅니다.
게다가 저 꼭대기까지는 갈 수가 없네요.
바위 아래로 너무 가팔라서 발을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에효...... 무서워서 사진을 당겨서 찍을 수밖에 없네요.
바로 이런 모양입니다.
바위에 새긴 문양이 기하학적이라 하더니 도무지 알아볼 수 없네요.
사람이나 짐승의 얼굴 모양인 듯하다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아슬아슬 조심조심 사진만 찍고 내려왔어요.
봉황대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빗돌을 파헤친 곳이 더욱 처참해 보입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누가 그랬을까요?
사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좀 전에 남원시청 문화재 관리 담당께 전화로 여쭤봤습니다.
도저히 궁금해서 안 되겠더군요.
혹시 문화재 담당은 알고 있는지...
다행히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저 빗돌을 옮기려고 하는 게 맞다고 하네요.
대곡리 암각화 둘레의 경관을 해치기 때문에 이 앞쪽에 터를 닦아놓았는데 거기로 옮기려고 한답니다.
그 과정에 우리가 촬영하러 간 거였고요.
혹시 봉황정도 철거하고 옮기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그런 계획이 없고 그건 나중에 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애고.........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된 거였군요.
난 또 누군가 훼손한 건 줄 알고 참 많이 놀랐답니다.
그런데 굳이 그걸 옮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빗돌을 옮기는 일을 한다는 알림글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거나 대답을 듣고 나니 속이 시원합니다. ^^
'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양 두촌사] 우연히 금산 전투에서 순절한 두촌 임정식 선생의 [순의 대제]를 보고 왔습니다. (14) | 2021.09.24 |
---|---|
[영천 호수종택] 우와~! 정면만 10 칸짜리, 工 자형 한옥이 정말 멋스럽다! (21) | 2021.09.23 |
[상주 쾌재정과 설공찬전] 홍길동전보다 100 년 앞선 한글소설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38) | 2021.09.09 |
[김천 방초정]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비 내리는 방초정 풍경 & 최씨담과 몸종 석이 이야기 (35) | 2021.08.31 |
<연풍동헌 풍락헌>단원 김홍도가 그린 습작그림을 문짝에 발라? (16) | 2021.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