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없이 돈가스 집인데 뭔 상차림이 이렇지요?
등심 돈까스와 안심 돈가스를 시켰는데 이렇게 차려졌어요.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도라지 무침
커다란 뚝배기에 황태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황태해장국, 그리고 뚝배기에 갓 지은 밥과 바삭바삭 김까지 나왔습니다.
여러분~! 이게 돈가스 상차림이라고 믿어지십니까?
공주 나들이 갔다가 점심 먹으러 들어간 집이에요.
'고맙습니다'라고 크게 쓴 빨간 걸개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왼쪽에는 긴 탁자가 있는데 양쪽에 서서 네댓 팀이 탁구를 쳐도 될 만한 크기입니다. 여기도 어김없이 안쪽에는 '감사합니다'라고 쓴 걸개막이 있고요. 기도 문구를 적은 것도 보이네요. 그리고 차림표입니다. 돈가스도 하고 황태해장국, 콩국수가 이 집 메뉴 전부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밥집은 그냥 사진으로만 보여드려도 될 듯한 곳입니다.
돈가스를 주문했는데, 뚝배기에 갓 지은 쌀밥이 나왔습니다.
밥이 어찌나 찰지고 윤기가 흐르는지 모릅니다. 정말 맛있게 보이지요?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도라지 무침
이 반찬들이 돈가스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정말 놀랍습니다. 아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어라? 김도 나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엥? 이건 뭐~~~지?
황태해장국입니다. 그것도 큰 뚝배기에 넘치도록 나왔어요.
황태가 한 뚝배기 가득입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돈가스가 나왔어요. 요건 등심 돈까스
요건 안심 돈까스
양배추와 옥수수를 곁들인 샐러드와 함께 나왔습니다.
아니, 무슨 돈가스집에서 이런 상차림이 차려졌다는 게 믿어지나요?
진짜 신기하네요.
돈가스와 황태해장국이라~~!
게다가 이렇게 맛있게 뚝배기에다가 갓 지은 밥이 나오다니요?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돈까스와 흔하게 나오는 단무지 대신에 새콤하고 달콤하게 무친 도라지 무침을 대신 낸다고 합니다.
안심 돈가스를 잘랐더니 이런 모습입니다.
소스에 단맛을 내는 재료는 설탕이 아니라고 합니다.
해마다 10월에 충북 보은에 가서 대추를 사 가지고 와서 그걸로 단맛을 낸다고 하십니다.
또 돈까스 주재료인 고기는 포도와인에 담가서 1~2일 숙성을 시켰다가 만든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진짜 고기가 부드러웠답니다.
아, 그리고 뚝배기에 지어온 밥을 퍼내고 나니 이 뚝배기를 다시 가지고 가시더군요. 그러더니, 이렇게 숭늉을 팔팔 끓여서 내왔어요. 벌써 누룽지가 구수합니다.
이 희한하고 기묘한 조합인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도록 맛있습니다.
김에다가 밥과 돈가스를 올리고 그 위에다가 김치를 얹어서 먹었어요.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고요?
그런데 정말 맛있었답니다.
게다가 황태해장국까지 곁들여서 먹는데 참 기가 막히네요.
무엇보다 이 황태해장국은 웬만한 2인분 보다도 더 양이 많습니다.
이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음식인데도 먹다 보니, 어느새 다 비웠답니다. 다 먹고 난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네요.
김도 김치도 도라지 무침까지 싹 다 먹었어요. 황태해장국만 조금 남겼답니다. 정말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을 만큼 주셨더라고요.
마지막에 이 구수한 누룽지까지 숭늉과 함께 다 먹었지요.
이 밥집 사장님이십니다. 잠깐 인터뷰 하면서 허락받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만 19년 동안 돈가스집을 하셨다는 올해 77세, 평산 신 씨 어르신(존함을 여쭈었더니, 울아버지가 양반 성씨라고 일러주었다는)입니다.
어르신 혼자서 이 밥집을 꾸리는데 한 3년 동안은 일하는 분을 두고 장사를 하셨다는데 손님이 없을 때는 월급이 부담이 되더랍니다. 그 뒤로는 혼자 하신다네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튀김기가 따로 나오기 때문에 일손을 많이 덜었다고 하시더군요.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쭈어봤는데 음식을 마주하는 철학이 있는 분이셨어요.
돈가스에는 단무지가 나와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내가 맛있게 무친 도라지 무침을 내면 더 개운한 맛을 낼 거라는 것,
또 뚝배기에 갓 지은 밥을 내면 먹는 내내 맛있게 먹을 거고, 황태해장국은 우동 국물 대신 한국사람 좋아하는 거라 더 깔끔하게 먹을 거고, 김치 깍두기는 제 아무리 맛있는 돈가스라도 한국사람은 김치가 아니면 안 되니까 함께 먹으면 좋고~ 게다가
"한 끼를 먹어도 맛있고 든든하게 먹어야지요"
이 집 사장님의 음식 철학이 참 남다르지 않나요?
아, 그러고 보니 이 밥집 이름을 소개 안 했네요.
아니, 간판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밥집 이름이 뭐지요? 하고요.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게 바로 이 돈가스집 이름이랍니다.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생 밥집 한 곳 또 알았습니다.
어르신께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밥값도 현금을 안 가지고 다니는데, 바로 계좌이체시켜드렸네요.
"어르신,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맛있는 음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한테 해주세요! 이다음에 공주에 또 오면 꼭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돈가스와 황태해장국, 뚝배기 밥이 함께 나오던 <여러분 고맙습니다>가 있는 마을은 <추억의 중동 147 먹자골목>이랍니다. 중동 147번지 일대를 말하는 거라고 하네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동안 밥집 주인들이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이 둘레가 모두 음식점들이 많은 곳이더군요.
공주 공산성에서 멀잖은 곳에 있더군요.
저 건너 예스럽고 멋진 집은 한옥 카페인 <토디 카페>라고 하네요.
저 다리는 봉산교
봉산교 너머로 <중앙 분식>이라고 크게 쓴 간판이 눈에 띄네요.
중동 거리에 흐르는 내는 <제민천>입니다. 물 가를 잘 꾸며놓았더군요.
이 거리와 잘 어울리는 카페도 하나 있네요.
<중동 커피>라고 쓴 작은 간판도 보입니다.
이번 공주 여행은 정말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겠습니다. 4월에 찾아와서 더욱 좋았던 꽃바위 위에 지은 정자 <화암정>, 둘러보는 내내 감성 뿜뿜하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돈가스와 황태해장국, 뚝배기 밥, 김치 등등등~ 20년 가까이 나름대로 음식 철학을 가지고 꾸리는 돈가스집 <여러분 고맙습니다>까지 정말 오래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혹시라도 공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제가 다녀본 곳도 한 번 가보는 게 어떨까요? 적극 추천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충남 공주시 제민천 3길 86-1
(지번) 중동 147-156
☎ 041-852-6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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