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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과 나들이

[공주 풀꽃문학관] 짧은 시, 몇 편 읽고 울컥해서 찾아갔다! <나태주 시인>

by 한빛(hanbit) 2022.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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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그래! 오늘은 바로 여기다!"
"어디? 이제 결정을 내린 거야?"
"응! 여긴 덮어놓고 가야 된다!"
"글쎄 어딘데?"
"이오덕 선생님 만나러 가자!"
"엥? 청송에?"
"아니, 또 다른 이오덕 선생님이야! 지금 막 시, 몇 편을 읽었는데 그냥 가슴에 쿡 박힌다. 가보자!"


지난주 나들이를 공주시로 잡았던 건 바로 이 담벼락에 쓴 시를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가게 되었답니다.

느닷없이 우리 부부의 영원한 스승인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러 가자고 해서 많이 놀랐네요. 전날부터 나들이 계획을 짜던 남편이 아침까지도 정하지 못하고 열심히 찾다가 알게 된 곳입니다.
여기는 공주시에 있는 <풀꽃문학관>이랍니다.

너른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바로 이 자전거랍니다. 자전거와 꽃을 모티브로 한 <공주풀꽃문학관>을 표현한 거라고 합니다.
이 자전거를 보고 혹시 눈치채신 분 계신가요? 글자를 잘 찾아보세요.^^
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바로 저 위에 있는 작은 집이 <풀꽃문학관>이랍니다. 문학관 앞으로 조팝나무 꽃이 활짝 피어 담장처럼 보이네요.

잠깐 보고 갈까요? 짧은 시! 이거 보고 여기까지 왔어요!

 

문학관에 오르는 길 옆 담벼락에 그린 시 벽화입니다.
<행복>, <안부>
이 짧은 시를 읽는데 그야말로 남편 말마따나 가슴에 쿡 박힙니다.

<선물>, <풀꽃>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많이 알고 계실 거예요.
바로 나태주 시인이 쓴 <풀꽃>이란 시입니다.
풀꽃이란 이 시는 알고 있던 거였지만 솔직히 저도 나태주 시인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선생께서 이렇게 짧고 간결하면서도 가슴에 콕콕 박히는 시를 많이 쓰셨다는 걸 몰랐네요. 여기 문학관에 와서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되었답니다.

주차장이 굉장히 넓습니다. 이 둘레에 공주사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고 왼쪽으로는 공주 세무서도 있습니다. 주차 걱정은 진짜 하나도 안 해도 되네요.

드디어 공주풀꽃문학관입니다.
이 건물은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이라고 합니다. 그걸 다시 손보고 고쳐서 지난 2014년 10월 17일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바로 풀꽃시인으로 이름난 나태주 선생님이 지역에 있는 문인들과 문학 지망생, 또 관람객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강의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문학관 문 열고 닫는 시간을 꼭 살펴보세요.

처음에 이 그림을 보고 누군가 많이 닮았는데? 하고 생각했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너도 그렇다"라고 콕 짚어주시네요.
글만 읽어도 가슴에 사랑이 확 스며드는 듯하지 않나요?
저는 그랬습니다. ^^

<풀꽃시인 나태주 문학의 길>에는 선생님의 약력이 적혀있고 문학활동을 하면서 함께 했던 분들과 찍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일본식 옛집이라서 문학관 안쪽 모습은 이렇게 좁은 복도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방에 들어오면 이렇게 서재가 있고요. 선생님이 손수 쓰시던 오르간도 있더군요.

이 사진을 보니, 확실히 알겠네요.
어쩜 이렇게 많이 닮으셨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말 많이 닮지 않았나요?^^
참 푸근한 인상이라 마치 아버지를 보는 듯하네요.

선생님의 시를 손수 글로 써서 전시를 하기도 했네요.

오늘은 여기서 선생님을 뵐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계셨더라면 잠깐이라도 인사드리고 좋은 이야기도 들었겠지요? ^^

이날, 풀꽃문학관에 다녀와서 나태주 선생님을 검색해서 여러 영상을 봤는데 강의는 말할 것도 없고, 예능에도 출연하시면서 거의 연예인급 스타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요.
그런 영상 자료들을 보면서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는데, 청년시절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고백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난 뒤에 처음 시를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쉽게 읽히는 시, 짧아도 가슴을 울린다!


서재 한쪽 벽에는 선생님의 시로 가득 채운 병풍이 있답니다.
시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하나 하나 술술 읽힙니다.
그리고 가슴에 쿡쿡 박힙니다.
이렇게 쉽게 읽히는 시를 왜 그동안은 볼 수 없었을까?
읽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 감동이 일렁이기까지 합니다.

시방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외할머니는

손자들이
오나오나 혹시나 해서
흰 옷 입고 흰 버선 신고

조마조마
고목나무 아래
오두막집에서

<외할머니란 시의 일부>

그냥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행여 눈물방울 떨어질까 얼른 고개 돌려 훔쳤답니다.

살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깨닫게 해 줍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다가 저녁이 되어 돌아가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다시 일깨워줍니다.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단 한 번도 생각해보거나 고마워해 본 적이 없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쓴 시가 참 많았습니다. 시 속에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남편이 저를 생각하며 쓴 <님에게>란 시를 어떤 글쟁이가 보고 혹독하게 비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까닭은

"시는 이렇게 다 드러내지 말고 써야 합니다. 은유가 시의 꽃인데 이렇게 있는 그대로 쓰면 그건 시가 아닙니다!"

라는 것이었지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한다 말하고, 보고 싶다 말하고, 그립다 말하는 게 어째서 시가 될 수 없단 말인가?

아마도 제가 시 쓰는 일을 그만둔 때가 이때부터였을 겁니다. <지나친 은유가 시인들의 시를 망친다!>라는 글을 쓰고 그만두었던 일도 있었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문학관인데 이 안에서 한참 동안 둘러봅니다.
하나하나 읽어보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둘러봅니다.
오늘 나들이는 정말 따뜻한 감성으로 꽉 채우는 기분입니다.

"시는 망하지 않는다~ 시인들이여, 독자 곁으로 내려오라!"

 

문학관 안에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스크랩해놓았습니다.
이 제목만 봐도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요즘 사람들은 시를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또 시집을 사서 보는 이도 많이 없다고 하지요?
저는 감히 시인들 스스로 그렇게 망쳤다고 생각합니다. 남들 안 쓰는 표현을 해야 하다 보니, 일부러 단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낱말을 끌어다가 쓰는 시를 여러 번 봤습니다. 모호하게 써놓고는 나머지는 '독자의 몫'이라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말합니다. 시인들이여, 독자 곁으로 내려오라!라고요.

이 기사를 찾으니 국민일보 기사이더군요. 아래에 링크할게요.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27173

 

“시는 망하지 않는다… 시인들이여, 독자 곁으로 내려오라”

어떤 작가는 칠십이 넘어 발견되기도 한다. 나태주 시인이 그렇다. 팔순이 가까운데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말한다.작년과 재작년 출판시장에는 나태

news.kmib.co.kr

이 기사 본문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시가 내 마음에서만 살면 안 된다. 더 많은 사람 마음에 가서 살아야 진정한 시다. 그런데 문예창작과에서는 이런 걸 안 가르친다. 레토릭이나 신춘문예에서 당선되는 법만 가르친다. 그게 한국 시를 망치고 있다.”


역시 오길 참 잘했네요.
집 떠나오기 앞서 아마도 이 분은 이오덕 선생님과 같은 분일 것 같다고 했던 남편의 이야기도 딱 맞아떨어졌네요.

뜨거운 감동을 그대로 안은 채 문학관을 나왔어요. 뜰앞에는 갖가지 꽃들이 굉장히 많았답니다.

노란 수선화도 함박웃음 웃고 있고요.

할미꽃도 고개를 들고 웃네요.

꽃잔디도 소복합니다.

풀꽃시인 나태주 선생님을 널리 알리게 된 시 <풀꽃>이란 시는 문학관 곳곳에서 만납니다.

담장처럼 울타리를 치고 있는 조팝나무는 활짝 꽃을 피워 꽃냄새도 참 좋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여러 컷을 찍었습니다.

별 같은 꽃잎들이 어쩜 저리도 올망졸망 수도 없이 박혔을꼬?

 

홍도화가 마치 어사화 같기도 하네요.

오늘 우리가 공주로 훌쩍 떠나올 수 있게 만든 바로 그 담벼락 그림 앞에서 또 한참 동안 서서 읽고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봅니다.

풀꽃시인 나태주 선생님,
지금부터 또 한 분 우리 부부의 스승님으로 모시게 되었네요.^^

선생님은 지금도 한 해에 한 권씩 창작 시집을 펴내신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시면서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https://youtu.be/x2KFeq0sW2I

 

https://sunnyhanbit.tistory.com/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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