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나들이를 마치고 구미로 올라오는 길은 사천~진주~합천~고령~성주를 거쳐서 국도로 갈 겁니다. 사천 곤양에 닿았을 때쯤 밥집을 찾았습니다. 이미 밥때를 훨씬 넘긴 때라서 배가 고파 안 되겠네요. 곤양은 매우 작은 마을이더군요.
밥때를 놓쳐서 그런지 가까이 보이는 밥집 몇 군데가 문이 닫혀 있더라고요. 지도에서 몇 군데 찾아보고 전화를 해서 받는 곳으로 찾아갔지요. 거기도 정식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나들이할 때 백반정식은 믿을만한 음식이지요. 콜~!!!
오늘 당첨된 밥집은 바로 여기랍니다. <장금식당>
좀 전에 전화를 했더니 백반만 된다고 하던 바로 그 밥집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허름한 곳입니다. 앞에 걸어놓은 간판도 빛깔이 바랜 지 꽤 오래되었나 봅니다. 아, 여기는 아침밥도 해주나 봅니다.
밥때가 훨씬 지난 때문인지 밥집 안에는 손님 하나 없고 주인 아주머니 혼자 부지런히 일을 하고 계시더군요. 주문을 하고말고 할 것도 없이 백반을 준비합니다.
그리 넓지는 않아요. 테이블이 예닐곱쯤 되더라고요.
이내 상이 차려집니다. 기본 상차림이 이렇게 나오네요. 와우~!
이거 반찬만 봐도 정말 맛나게 보이지 않나요?
우리가 딱 좋아하는 음식들입니다. ^^
조미김이 따로따로 나오고요.
달걀 프라이는 각각 두 개씩 주셨어요. 밥집 정식 먹으면서 달걀 프라이 두 개씩 주는데 처음 봅니다.
배추김치는 김장김치였고요.
톳을 두부에 무친 것하고 시금치 나물, 콩나물과 미나리 무침, 생깻잎지, 무장아찌, 도라지 무침 등이 나왔어요.
이건 해초인데요. 톳이랑 비슷한 건데 이쪽 말로 뭐라고 한다고 알려주셨는데 까먹었어요. 애고...
톳나물처럼 식감이 오돌오돌 참 좋더라고요.
밥과 국인데요.
밥은 때가 지났는데도 갓지은 밥처럼 찰지고 윤기가 좌르르르~~ 게다가 쫀득하기까지 하더군요.
국은 된장국인데 우거지와 마른 밴댕이(디포리)를 듬뿍 넣은 바다 냄새가 진한 국이었답니다.
토종 입맛인 분들한테 딱이더군요.^^
정말 푸짐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반찬들도 하나 같이 간이 기가 막힙니다. 간이 세지 않고 우리 입맛에 딱이었어요.
아, 그리고 이집에는 밥상이 차려질 때부터 공깃밥이 하나 더 나오더군요. 물론 공짜입니다. 그러고도 몇 차례 물으시더군요. 밥 더 드릴까요? 모자라는 것 없나요? 하고요.
밥을 먹는 동안 주인장 아주머니한테 전화가 몇 통 걸려옵니다. 식구나 친지인 듯하더군요. 그런데 이 아주머니 통화하는 이야기를 듣자니 참 멋진 분이네요. 아, 엿들은 게 아니라 식당 안에는 우리밖에 없었고 바로 가까이에서 통화를 하니까 그냥 다 들렸어요. ^^
"내가 이리 추운데 새복부터 벌벌 떨미 나올 때는 와 그라겠노? 아침밥 묵는 사람들, 배고픈 사람들 모두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따시게 해 주는 기제~ 그라이 어데 딴 데 갔다가도 하루만 무보고 다시 돌아와! 다들 우리집에 오는 기라~"
"그라고 밥값을 뭐 단체로 올리자 캐쌌는데, 그랄 꺼 뭐있노 응? 올리고 시프믄 각자 알아서 올리믄 되제, 그라고 고거 천 원, 이천 원 올리본들 얼매나 부자 된다꼬?
"그래, 거 올리 갖꼬 뭐할라꼬? 공사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한 끼에 천 원 올린다카믄 하루에 3천 원, 열흘이믄 3만 원, 한 달이믄 십만 원이다! 그기 그래 하믄 그 사람들한테는 크다! 안 그렇나?"
정말 멋진 분이 아닌가요?
밥을 먹으면서 주인장 아주머니 통화하는 소리가 귀에 쏙쏙 박히네요. 밥장사하면서 참 좋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인근에 공사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오시나 봐요. 그분들의 처지까지 생각하면서 밥장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정말 더욱 놀랍고 고맙고 '밥장사 철학'이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싱크대 앞에서 전화기를 귀에다 대고 두 손은 연신 부지런하게 움직입니다. 설거지도 했다가 채소를 다듬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보통 때 같으면 통화하는 소리가 거슬리기도 할 텐데 오늘은 조금도 그렇게 들리지 않더군요. 되려 이런 정성과 철학으로 맛있게 지어서 차려준 밥상이란 생각이 드니 더더욱 맛있었고요. 멋진 주인장의 맘씨가 느껴져 흐뭇하고 고마웠어요. 그 어떤 왕이 받은 수라상보다도 훨씬 더 맛있었답니다. (실제로 음식 맛도 정말 끝내줬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주인장 아지매가 차려준 맛있는 밥상을 잘 받아먹고 나왔는데 배도 불렀지만 제 마음까지 따뜻함으로 불룩해졌답니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하고 혹시 맛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완전 반대였습니다. 이렇게 멋진 철학으로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어 따뜻한 마음씨와 함께 손님한테 내어주는 장금식당!
마음 같아서는 정말 '돈쭐' 내주고 싶더군요.
이다음에라도 이쪽으로 지날 일 있으면 반드시 장금식당으로 갈 겁니다. 멋진 밥집 아지매가 차려준 따순 밥이 벌써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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