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사곡면 호계리 마을 들머리에는 유구천이 흐르는 너른 강물 위 절벽에다가 세운 정자가 있답니다. 유구천 강가 아름다운 꽃바위 위에 세웠다고 해서 화암정(花巖亭)이라고 하는데, 요즘 한창 화사한 벚꽃과 진달래가 피어나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더군요.
호계리 마을 들머리에는 마을을 위해 애썼던 분들의 공덕비가 여럿 있더군요. 예부터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나신 듯합니다.
우리가 찾아가는 화암정 둘레에는 바로 찻길이라서 차를 세워두기가 힘듭니다. 조금 걸을 작정을 하고 마을 들머리 마트 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갑니다. 마트 주차장인지 마을 공동 주차장인지 잘 모르겠지만 덕을 봤습니다.
마곡 IC에서 나와 사곡면 호계리 마을로 가는 길에 있는 <태화교>입니다. 다리 아래에는 캠핑장이더군요.
이 다리를 지나가면 공주에서 이름난 절집 <마곡사>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그 곁으로 난 길을 따라갑니다.
바로 여기입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정자가 바로 오늘 우리가 찾은 <화암정>이랍니다.
화암정 앞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바로 마곡 IC가 있지요.
화암정에 오르다 보면 이렇게 발아래로 유구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저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어두었네요. 저 아래로는 가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강 쪽으로 더 가까이 갈 수 있겠네요.
여기서 보면 낮은 언덕 위에 지은 정자입니다. 하지만 저 아래 유구천에서 올려다보면, 절벽 위에 세운 정자로 보인답니다.
아하~! 그리 오래된 정자는 아니군요. 1935년이면 일제강점기 시대에 만들었군요. 좀 읽어볼까요?
사곡 마을 사람들의 뜻을 모아 세운 정자였네요. 유구천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도 덧붙여 놓았습니다.
화암정 편액입니다.
이 편액의 글씨는 정자를 세울 때 있던 사곡면 마을 사람인 '정이희' 선생이 썼다고 합니다.
화암정(花巖亭)은 '말 그대로 꽃바위 위에 세운 정자'라는 뜻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뜻을 모아서 세웠다는 게 더욱 뜻깊게 와닿습니다.
앞에서 보는 화암정인데요. 오래된 건물이 아닌데도 꽤나 예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아하~! 바로 이것 때문에 붙은 이름이군요.
정자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인데요. 아래 유구천으로 흐를 듯 서 있는 크고 작은 바윗덩이들이 한데 뭉쳐있고요. 그 아래에는 벚나무가 굉장히 많네요.'바위 위에 핀 꽃'이라 해서 '화암'이고 그 위에 세운 정자라서 <화암정>, 과연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군요.
꽃바위 아래로 흐르는 유구천 모습도 참 좋습니다.
유구천 너머로는 어느새 푸릇푸릇한 들판에는 생동감이 넘쳐 보입니다.
어른 허리 높이만 한 초석 위에다가 세운 정자를 빙 돌면서 구경하는데 꽤 멋스럽게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정에는 상량문도 쓰여있어 지은 시기는 알 수 있는데, 여느 정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판들이나 기문들은 하나도 없더군요.
어쩌면 이 멋진 정자에서 아래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그저 흥얼거리기만 해도 그 자체가 시가 될 듯하고 모두가 시인이 될 듯한 곳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다면 굳이 글자를 새기고 현판을 걸어두지 않아도 풍경 속에 여기를 찾는 이들의 마음들이 하나하나 새겨졌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화암정 아래로는 좁은 길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가을에 떨어진 가랑잎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굉장히 미끄럽습니다. 다행히 난간이 있어 한 손으로는 꼭 잡고 조심조심 걸으면서 구경을 합니다.
역시 이렇게 가까이 내려오니,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납니다.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더군요.
제가 사는 구미에는 진달래가 진즉에 사라진 지 오래라서 올해는 진달래 사진 한 장도 못 찍고 넘어가는구나! 했는데 참 다행이네요.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어 무척이나 행복했답니다.
그렇게 꽃구경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답니다. 진달래꽃 꿀을 먹는 벌도 봤습니다. 올해 벌이 한꺼번에 모두 사라졌다는 뉴스도 봤는데, 그렇게 되면 4년 안에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이 온다던 글도 봤는데...
힘차게 꿀을 모으는 꿀벌을 보니, 퍽이나 반가웠습니다.
꽃바위에 핀 봄꽃들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기까지 했답니다.
아,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네요.
이 아름다운 정자, 마을 사람들의 뜻을 모아 세운 정자가 있는 여기를 가리키는 말이 <노인 휴식공원>...
글쎄요. 이왕이면 '마을 쉼터'나 '오며가며 쉼터'라든지 이렇게 썼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렇게 콱 못을 박아두면 젊은이들은??? 하하하!
아무튼 오늘은 맑고 깨끗한 유구천이 흐르는 강 위, 꽃바위에 세운 정자 <화암정>을 둘러보며 모처럼 시원한 풍광에 마음도 즐겁고 눈도 행복한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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