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진안군 동향면 능금리 추동 가래골 앞을 지나다가 급하게 차를 다시 돌렸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지요.

추동마을의 옛 이름은 가래골이랍니다.
능금리 마을은 내금[안쇠실], 상능[능길 웃담], 외금[바깥 쇠실], 추동[가래골], 하능[능길 아랫담] 등 5개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광이 많아 ‘금방아실’이라 불렸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기하여 ‘능금’이 되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마을 둘레에서 사금(砂金)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용담에서 제일은 능길이요, 둘째는 주지내[주천면]이며, 셋째는 포안[안천면 소재지]이다’라는 말이 회자 되고 있을 정도로 능길 주민들은 용담군이던 시절 살기 좋았다고 한다.

마을 앞으로 구량천이 흐르고 청룡대와 벼슬바위가 감싸고 있는 마을이라고 하네요.

수령이 400년 넘은 느티나무인 당산나무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죽어버린 고목이 되었네요.

하지만 지금도 마을 당산제를 지내는 나무라고 합니다.
해마다 음력 1월 3일 밤 12시가 되면 당산제를 지낸다고 하네요.

금줄인 새끼줄에 한지를 꽂은 걸 보니, 올해도 당산제를 지냈나 봅니다.
아주 깨끗한 새끼줄이고 한지입니다.


400년 오랜 세월 동안 제 몸에 이토록 큰 상처가 날 만큼 아픈 시련을 겪었을까?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며 많은 사람들의 속내를 다 받아내주다가 감당하기가 힘들었을까?

한지를 꽂으며 소원한 수많은 말들을 다 들어줬을 테지요.


추동마을 당산제 제단


400년 세월 동안 쌓아온 수많은 이야기들이 층층이 돌이 되어 쌓이고 또 쌓였습니다.


이제는 이 돌무더기라도 끌어안고 있어야 제 몸을 버틸 수 있을 테지요.

추동마을 당산나무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 풍요로운 땅에 넘치고 넘치도록 풍년을 내어줄 겁니다.



이 마을 둘레에는 효열비도 있더군요.
조종린의 처인 밀양박씨인 박성녀란 분인데요.
을사년(1929년)에 남편이 병들어 위독할때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했답니다. 남편뿐 아니라, 시아버님의 고질병도 극진하게 간병했다고 하네요.
그 뒤, 부인이 죽자(1935년) 염을 하는데 겨드랑이 양쪽에 칼집을 낸 흉터를 발견하고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모신 그 열행을 기리며 효열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오늘은 진안군 동향면 능금리 추동마을 당산제와 고목이 된 당산나무, 박성녀 효열비까지 소개했습니다.
추동마을 당산제 당산나무 -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동향면 능금리 2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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