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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방울방울? 나라의 길흉을 점쳤다고? [장성 영천리 방울샘과 쌀의집&오천정]

by 한빛(hanbit)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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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물빛이 달라졌다는 아주 신령스럽고 영험한 샘물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여기는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마을입니다.

 

샘물의 빛깔로 나라의 길흉을 점쳤다!

마을 한가운데에 아주 커다란 샘이 있어 왔습니다.

장성 영천리 방울샘입니다.

전라남도 기념물이고요.

이 샘은 워낙 영험하여 가뭄이 들면 이 샘에 기우제를 지냈고, 또 물 빛깔이 달라지면 그 빛깔로 세상일을 점쳤다고 합니다.

 

동학혁명운동이나 6.25 한국전쟁과 같은 전쟁이나 IMF와 같은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또 천재지변이 일어날 때에는 붉은 황톳물이 솟아 나오고요. 또 풍년처럼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쌀뜨물 같은 하얀 물이 솟아나왔다고 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이야기지요?

마을의 이름도 이 방울샘의 이름인 <영천(鈴泉)>을 따서 영천리(鈴泉里)입니다.

저는 처음에 영천이라고 해서 '신령스러운 샘'으로 알았어요. 그런데 한자를 보니, 방울 영(鈴) 자를 써서 방울샘이란 말이었어요.

500여 년 앞서는 이곳이 용이 승천한 늪이었다고 전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샘 안의 물고기는 모두 오른쪽 눈이 먼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이 물고기를 잡으면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된다고 하여 늘 살려둔다고 합니다.

간이 상수도(또는 소규모 급수시설) 취수원이라서 수질을 보호해야 하기에 수질오염 행위를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샘은 둘레 15m, 높이 2m, 수심 1m, 면적 145㎡의 타원형 우물이고요. 지하에서 물이 방울처럼 솟아오른다고 하여 ‘방울샘’이라 했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에 정비를 하고 그 뒤 1991년에 이렇게 위쪽 부분에 화강암으로 빙 둘러 새롭게 정비를 했다는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물의 온도가 늘 14~15도를 오가는 우물이라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하네요.

이 마을의 옛 이름은 오동촌이라고 합니다.

마을을 안고 서로 마주보는 산이 바로 제봉산과 황서봉인 데요. 봉황의 모양이라고 하네요.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내려앉는다고 해서 '오동촌'이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 우물가에 봉황이 내려앉는다는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나뭇잎이 떨어져 샘물을 더럽힐까 봐 나무를 베어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이 오동나무를 베어버린 일을 두고두고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방울샘이 이적을 보이는 현상은? 왜?

이 방울샘은 언제나 물방울이 여기저기서 방울방울 샘솟는답니다. 그게 정말 신기한데요.

물 빛깔이 달라지는 것도 놀랍지만 언제나 물방울이 방울방울 땅속에서 솟아난다는 건 더욱 놀랍습니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이 실제로 이 방울샘을 연구하고 실험한 예도 있습니다.

방울방울 솟아나는 걸 보세요!

 

방울샘이 있는 자리가 지하수의 수맥이 가로지르는 곳이라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것이고요.

또 방울은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종류의 가스라고 합니다. 지층이 가로막고 있어 물속에 계속 갇혀있다가 압력이 풀리면서 가스가 기포로 방울방울 올라오는 거라고 합니다.

 

샘물 바닥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산성을 지닌 지하수에 녹아서 기포가 나오는데 그 기포가 바로 탄산가스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 빛깔이 바뀌는 것도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을때 석회 물질이 같이 녹아 나오는데 그때 빛깔이 쌀뜨물처럼 하얗게 보이는 거고요. 풍화침식이 될 때는 철분이 녹아 나와 붉은 물이 된다고 합니다. 청송에 달기약수터 물빛이 붉은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하네요.

 

어쨌든 지금이야 현대 과학으로 물빛깔과 방울방울 솟아나오는 걸 이렇게 연구해서 추측이라도 하지만 그 옛날 같으면 참으로 이적과도 같은 신령스럽고 영험한 샘물이 아니었겠어요?

오동촌의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 당산나무의 당제와 함께 이 방울샘에 제사를 지낸다고 하는데 당산나무는 우물 앞에 있는 저 느티나무를 말하는 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느티나무도 300년이 넘은 보호수이더군요.

 

방울샘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오동촌 마을의 역사가 400여 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기록은 <대동여지도>로 알려진 김정호가 쓴 <대동지지>에 이 방울샘의 기록이 나온다고 합니다. 방울샘을 자세히 다룬 것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 있다는 정도만 기록되었다고 해요. 

방울샘이 기록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  <호남읍지>에 포함된 <장성부읍지> '산천조'에 따르면,

 

“부(府)의 동쪽 5리에 있다. 물이 솟아 나오는 것이 방울과 같은데 영험과 이적이 자주 있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鈴泉 在府東五里 湧水如鈴 頻靈異 當旱祈雨祭).”

 

또 1927년에 기록된 장성읍지에는 방울샘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천은 장성면 영천리에 있는데 샘의 맥이 드러난 곳의 모래 가운데에서 수많은 방울들이 떠올라 끊이지 않으니 이름 부르게 되었다. 물 색깔의 적백으로써 세상일을 징험하고 청탁(淸濁)으로 1년 일을 점쳤다. 샘 안에 물고기는 모두 오른 눈이 멀었다. 비록 다른 물에 있던 것도 한 번 이 샘에 들어오면 또한 눈이 먼다. 사람들이 만일 고기를 잡으면 반드시 재해를 받게 되는 까닭에 서로 경계하고 침범하지 않았다(鈴泉在長城面鈴泉里泉脈散出沙中萬鈴浮上不絶故名之以水之赤白驗世事淸濁占年事泉中魚族盡盲右目雖他水所産一入是泉則亦盲人若釣取必受災害故相戒不侵).”
 [長城鈴泉里鈴泉] (한국민속신앙사전: 마을신앙 편, 2009. 11. 12.)

 못해도 400여 년이 넘는 동안 마을과 함께해 온 역사가 깃든 방울샘입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물이 마르지 않고 꾸준히 방울방울 샘솟는 것도 무척 신기하고 지금에 와서야 밝혀진 이상 현상이라고 해도, 늘 나라의 길흉이 일어나기 앞서 꼭 물빛이 바뀌었다고 하니 참으로 영험하다고 봐야겠지요.

쌀의 집과 오천정사, 그리고 오천 김규현과 노농 김재식 부자

방울샘 곁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답니다.

이건 정말 생각도 못하고 왔는데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일각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빗돌이 서 있습니다.

노농 김재식 선생 불망비(老農 金在植 先生 不忘碑)

노농 김재식 선생이란 분을 기리는 빗돌이었네요.

선생은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신데 만년에 부귀와 공명을 모두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농사 공부방을 열고 우량 벼 품종을 연구하고 보급한 분이라고 합니다.

방울샘 바로 옆에 있는 집인데 '쌀의 집'이라고 해서 도대체 뭘 하는 곳일까? 몹시 궁금했지요.

알고 보니, 바로 김재식 선생이 여기에서 벼 품종을 연구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노농 김재식 선생 (장성닷컴 사진)

바로 이분이신데요.

지난 2016년 3월 1일, 93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쌀의 집'에서 연구하신 벼 품종을 많이 보급하였는데, 해남의 <한눈에 반한쌀>과 장성의 <자운영쌀>, 함평의 <나비쌀> 등이 있습니다. 

쌀의 집 안쪽에는 또 다른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팔각 정자인데요.

저기는 또 뭘까? 궁금해서 가 봅니다.

 

오천정(梧泉亭)이라고 하는데요. 오천(梧泉) 김규현 선생이 머물며 공부하던 곳이라는데 바로 쌀의 집 김재식 선생의 아버지라고 하네요.

아버지 또한 지역사회 발전과 어려운 이웃한테도 늘 나눔을 아끼지 않아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답니다. 전국의 많은 유학자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시문 현판들이 오천정사에 걸려 있다고 하네요.

 

오천정(梧泉亭) 편액 글씨는 의친왕 이강이 썼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지역사회에 나눔을 베풀 줄 알고 많은 우러름을 받는 인물이라니 참으로 훌륭한 분들이시네요.

오늘 뜻하지 않게 방울샘의 놀랍고도 영험한 이야기와 지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를 연구하며 나눌 줄 알았던 김규현, 김재식 부자의 이야기까지 알게 되어 매우 뜻깊은 날이었네요.

어머나~! 낯선 이가 와서 촬영을 하면서 수선을 떨어도 소리 한 번 안 내고 가만히 지켜보던 녀석이 있었네요. ^^

개가 사람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장성 영천리 방울샘 - 전남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1415-3

 

★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인 한빛국가유산TV에서 제작한 영상도 함께 보세요 ★

https://youtu.be/JtXzUhAs1gA?si=sE_-PUzwq8OqA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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