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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요즘도 이런 비포장길이? 그 끝에서 만난 청송 풍호정&풍호정주사 쌍절비각과 합강리소나무

by 한빛(hanbit) 202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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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34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진보면 부곡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쪽으로 가서 저 다리 아래로 내려갑니다.
 

요즘도 이런 비포장길이 있어?

바로 이 다리 아래로 말이지요.
저앞에 물길 위에 놓인 다리가 또 보이네요.

이 다리는 반변천이 흐르는 강물 위에 있습니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갈 겁니다. '새마을합강교'라고 합니다.

비포장길

다리를 건너오니, 곧바로 이런 비포장길이 나옵니다. 이런 길을 1.5km쯤 달려갑니다.
 
세상에나! 요즘은 그 어떤 시골 마을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비포장길입니다. 하다못해 묘소 하나만 보고도 시멘트길이라도 깔아놓았던데 이런 흙길을 보니 새삼 반갑기도 합니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덜컹거리기까지 한 길을 따라왔는데 이런 곳이 나옵니다.
풍호정과 풍호정 주사라고 합니다.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등록된 곳인데요.

<청송 풍호정>은 고려 개국공신인 신숭겸 장군의 18대손인 신지(申祉) 선생이 말년에 세운 정자입니다.

이게 바로 풍호정인데요. 
신지(1424~1517)선생은 1424년(세종 6)에 강원도 원주 외가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지극정성으로 시묘살이를 하며 살았는데, 그 뒤로도 80세까지도 부모님을 모신 사당에 아침저녁으로 나아가 참배를 하곤 했는데 노년까지도 그 지극한 효심이 대단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효성과 청렴함을 높이 사 관직에 천거되었으나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고 하네요.

할아버지를 따라 이곳 청송 진보현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바로 '평산 신 씨' 입향조가 되었다고 합니다.
세조 때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1463년(세조 9)에 '의영고부사'라는 벼슬이 내려졌지요.

풍호정

그러나 일찍 부모를 여읜 신지 선생은 봉양할 부모도 없고 학업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나아가지 않았다고 해요.
 

신지 선생은 나이 들어 다시 진보현으로 돌아와 합강 상류에 풍호정(風乎亭)을 짓고 남은 삶을 여기서 보냈다고 합니다.

풍호정(風乎亭) 편액

풍호정(風乎亭)의 '풍호'는 '바람을 쏘이며 여유롭게 노닌다'는 뜻으로 논어 선진 편에서 따온 말이라고 합니다.

풍호정 처마 밑에 달린 이 고리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정자의 대청 문을 들어올려 걸어두는 고리입니다.

대청에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대청 한 칸을 중심으로 양쪽에 온돌방이 있는 3칸짜리 건물입니다.

방문 위에는 言志齋(언지재) 현판을 비롯하여 풍호정기와 또 다른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풍호정 주사

풍호정 옆에는 '풍호정주사'가 있습니다.
주사는 관리인이 살던 건물인데 풍호정을 지을 때 관리를 하려고 세운 건물입니다.

풍호정보다 훨씬 더 큰 규모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살림집이니까요.
풍호정주사는 앞면 4칸 옆면 4칸 크기인데 'ㅁ'자형으로 된 건물입니다.

앞쪽 출입문은 닫혀 있었는데 모퉁이를 돌아 옆문은 열려있더라고요.
참으로 고맙네요.
안으로 들어오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아담해보입니다.

옆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아궁이가 보인답니다. 가마솥 두 개가 나란히 걸려있네요.

풍호정주사 앞쪽

풍호정주사는 앞면 4칸, 옆면도 4칸짜리 팔작지붕 건물인데요.
본 건물에 붙여 지은 곁집(익사)이 있는 형태입니다.
이런 곁집을 익사라고 하고요. 날개집이라고도 하지요.

이쪽은 풍호정주사 앞쪽 정문 옆인데요.
마루를 놓고 온돌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어놓았답니다.
바로 위에서 말한 곁집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마루를 놓은 거랍니다.

방문도 열려있어 열어보니, 꽤 너릅니다.

그.............. 그런데 바닥에 벌레가 잔뜩 죽어 있어 깜짝 놀랐답니다.

자세히 보니, 벌이더군요.
주사 앞쪽에 벌통이 두어 개 보이던데 이 추운 한겨울에 어떻게 나와서 이렇게 벌이 다 죽어 있는 걸까? 

주사 건물은 'ㅁ'자형으로 지은 집인데 좁아서 조금 답답함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 참 좋더군요.
좁지만 집안으로 공기도 통하고 바람도 통하고 햇살도 찾아드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집보다 더 크게 자란 나무들도 사시사철 다른 모습이겠지요? 
이 풍경이 하도 좋아서 네 귀퉁이를 다 돌면서 한참 동안 올려다봤답니다.

안채 대청 대들보

우와~! 이건 또 뭣에 쓰는 걸꼬?
짐작이 되시나요?

디딜방아

네. 아마도 바로 이렇게 디딜방아가 놓였던 자리 같아요.
이해하기 쉽게 디딜방아를 가져다가 올려놔봤네요. ^^

집안에서 땅을 디딜 수 있는 곳은 여기뿐입니다.

풍호정주사는 1683년(숙종 9) 중수를 하였고, 근대에 와서는 1947년에도 고쳐지었다고 합니다.
 

풍호정주사 주춧돌

바깥쪽에서 보면 주춧돌과 기둥 부분을 남겨두고 벽을 세웠는데 이런 모양으로 했네요. 아마도 나중에 고쳐지을 때에 벽체를 새로 덧댄 듯도 보이네요.

풍호정과 풍호정주사 앞에는 합강이 흐릅니다. 
옛날에는 합강을 아림(鵝林)이라 했는데 마을 어귀에 울창한 숲이 있고 황새들이 많이 있어 붙은 이름이랍니다. 이 둘레에서 강줄기들이 합해져 반변천이 된다고 해서 합강이라고 했답니다.

반변천이 흐르는 언덕 위에 세운 풍호정과 풍호정주사
참 멋진 풍경입니다.
건물 앞에 잡다한 나무들이 없다면 강물이 한눈에 들어오겠습니다. 아마 그 옛날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쌍절비각

 
풍호정 옆에는 '쌍절비각'이 있습니다.

이 쌍절비각은 풍호정 신지 선생의 후손인 '신예남' 선생 부부의 절개를 기리는 비각이랍니다.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 때, 신예남 선생이 처가인 청주에 있었는데 왜놈한테 포로로 잡혔지만 그들한테 굴복하지 않고 자결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민 씨 부인이 적장 앞에 와서 적들을 욕하니 왜군들이 칼로 부인을 내리쳤다네요.


기록들을 살펴보면, 그때 부인이 왜군의 칼에 죽었다는 말도 있고, 또 한참 동안 혼절해 있었다가 깬 후에는 남편의 고향인 진보현으로 돌아와 집안을 이끌었다고도 합니다.

뒷날 선조 때에 신예남 선생은 '공조참판'에 추증되었고 민 씨 부인은 정려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 부부의 절개를 기리는 비각이 바로 '쌍절비각'입니다.
그나저나 이 쌍절비각 옆에 있는 훤칠한 나무가 참으로 멋있더군요.
느티나무는 아닌듯하고 상수리나무인 듯도 하고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참 멋스럽더군요.
부부의 절개를 칭송하며 대신 말이라도 전해주는 듯했답니다.

또 쌍절비각 옆에는 200년 넘은 소나무도 있는데 '합강리 소나무'라고 합니다.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는 나무랍니다.

풍호정과 풍호정주사

 

반변천 언덕 위 멋진 풍경

합강을 건너가 비포장길을 달려 평산 신 씨 입향조 신지 선생이 세운 풍호정과 풍호정주사를 보고 그의 후손인 신예남 선생 부부의 절개를 기리는 쌍절비각까지 둘러봤습니다.
아, 또 합강리 소나무도요.
그런데 이 자리에서 보는 것도 매우 아름다웠지만 강 건너에서도 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길을 찾아갔습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 강 건너편에 갔더니 위 사진처럼 볼 수가 있네요. 그래도 더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싶어 또 찾아봤지요.

찾았다~! 바로 강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더군요.

강이 흐르는 어귀에 모래밭에서 보는 풍호정과 풍호정주사 풍경입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반변천에서 보는 풍호정&풍호정주사

조금 더 가까이 당겨보니,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멋지네요.
건물 앞에 바로 강이 있고 낭떠러지라서 앞에서는 정작 전체 건물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요.
이렇게 강 건너에서 바라보니, 풍호정주사 날개집도 제대로 보이네요.

또 이렇게 꽝꽝 얼어붙은 강도 봅니다.
진짜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어릴 때 보고 처음인 듯합니다.

물가에는 이렇게 살얼음이라서 살짝 떼어내서 꽝꽝 얼어붙은 강에 던져보기도 했답니다.

https://youtube.com/shorts/1wfj2o1GfnQ?si=S5UTRD-qUWRHQyRV

어린아이처럼 꽝꽝 얼어붙은 얼음깡에 얼음 던지기도 해 봅니다. 하하하~!!!

아름답고 멋진 청송 풍호정과 풍호정주사, 쌍절비각과 합강리 소나무까지 보고 또 보고 차가운 얼음강에서 한참 동안 머물렀답니다. 아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곳입니다.
 

 

청송 풍호정&풍호정주사&쌍절비각&합강리소나무 - 경북 청송군 진보면 합강리 24

 
★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 한빛국가유산TV 영상도 함께 보세요. ★
https://youtu.be/5KAnmAhVnkg?si=7puRr_3op2mDdW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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