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한 마을에서 문인이 셋이나 나왔다고요? 김천 직지문인송(대항면 향천리)

by 한빛(hanbit) 2025. 1. 18.
728x90
반응형

김천 향천리 직지문인송

김천의 이름난 절집 직지사는 다들 아시지요?

직지사 가는 길을 수도 없이 오갔는데 바로 절집 아랫마을에 이렇게 멋지고 숨은 이야기를 품은 소나무가 있다는 걸 몰랐네요. 오늘 우리가 찾아간 곳은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 산 96에 있는 <직지문인송>입니다.

마을 가장 높은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우뚝 서있는 소나무가 향천리 마을을 품은 듯 내려다보고 있답니다.

2025년 올해 나이 361살

지난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는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를 만나러 왼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아직 골절상을 입은 다리가 성치 않아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애를 좀 먹었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봐도 그 풍채가 대단하네요.

계단 옆으로는 대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우와~! 위에 올라와서 보니, 더더욱 아름답습니다.

찬바람 쌩쌩부는 한겨울인데도 소나무는 푸른 잎을 싱싱하게 내고있어 한눈에 봐도 나무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나무와 쉼터가 있는 너른 터를 마련해두어 찾아오는 이들이 소나무도 보고 넉넉하게 쉬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목숨을 걸고 치성을 드렸다

 

그 옛날 이 마을에 살던 해주 정씨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이 소나무는 예로부터 아들을 낳기를 바라는 아낙들과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소원을 빌던 이들이 치성을 많이 드렸다고 합니다.

 

정월에 동제를 지내면 나무에 금줄을 치지요. 그런데 그때뿐 아니라, 일 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금줄이 둘러쳐있을 만큼 마을 사람한테는 신목으로 여겨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때엔 이 둘레에 일본 신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소나무에 치성을 드리는 일을 엄격하게 금하고 감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와서 보면, 치성을 드린 흔적이 많이 보이곤 했다네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와서 치성을 드렸다는 건데 그만큼 이 소나무가 영험했다는 뜻이겠지요?

땅에서부터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자라난 소나무의 밑둥치가 놀랍도록 튼실합니다.

또 그 두 갈래에서 뻗어나간 잔 가지들을 보면 그 모양이 참으로 멋스럽습니다. 

밑둥치에서 두 개로 갈라져 뻗어오른 나무를 보니 입이 절로 벌어지더군요. 

또 무엇보다 나무의 상태가 매우 건강하다는 거였어요. 크게 병치레를 한 건 없더라고요. 잔 가지 몇 개 정도 말고는 수술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답니다.

 

한 마을에 글쟁이가 셋이나? 그래서 직지문인송!

 

마을에서 신목으로 여기고 당산제도 지내는 이 소나무가 언젠가부터 '문인송'이라 했다고 합니다. 그건 바로 이 소나무에서 직선거리로 100m쯤 되는 곳에서 문인이 세 사람이나 나왔다고 하는군요.

 

 

그 세 분은 시인이자 조각가인 홍성문 교수, 김천에서 첫 시집을 낸 이정기 교수, 그리고 김천 최초의 소설가 심형준 작가입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시인 겸 조각가인 홍성문 선생(1930~2014)은 1954년 등단해서 이듬해에 첫 시집 '문'을 발간했다고 합니다. 70년대에 들어서서는 문학보다 조각가로 더욱 이름을 알렸는데요.

시인이자 조각가인 홍성문 선생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많은 활동을 하셨답니다. 홍성문 선생의 공을 기려서 1995년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역시 이곳 향천리 출신인 이정기 선생(1927~2001)은 1947년 '오동' 창간호에 김천 농림중학교 학생 신분으로 '사랑'이란 시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이정기 시인

 

1948년 12월에는 첫 시집으로 『발자욱 (삼중당, 1948) 』을 냈고 '보리는 익어가다', '가주 이거보', '고향의 오반' 등이 실렸다고 하네요. 또  『노실고개의 해당화』(백조, 1974) 및, 총 5권에 이르는 서사시집 『삼국유사』(국민대출판부, 1988) 등이 있다고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어릴적에 제가 살던 집이 노실고개에 있었는데 그 마을을 묘사한 작품도 있었군요. 삼국유사는 무려 5권에 이르는 대 서사시집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선생은 미국에서 선정하는 '세계 명사 50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혀 '국제문화 명예 상장'도 받았다고 합니다.

 

소설가 심형준 선생(1945~2013)은 김천시 봉산면 출신이지만 이 마을로 옮겨와서 문단에 데뷔를 했다고 합니다.

소설가 심형준 작가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한 선생은 그 뒤,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방송 구성작가 등 많은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2013년 돌아가실 때까지 많은 작품을 두었고, 쥐어짜지 않고 세상을 담담한 눈으로 보는 글을 많이 남겼다고 합니다.

 

특히 돌아가시기 한 해 앞서 매일신문에 쓴 선생의 글에는 고향 뒷동산에 올라 직지 문인송을 보면서 글감을 생각하고 구상했다고 하네요.

 

https://www.imaeil.com/page/view/2012071407540957405

 

[나의 살던 고향은] 53>소설가 심형준의 김천

...

www.imaeil.com

 

김천 직지사역

또 지금은 폐역이 되었고 직지사역 갤러리로 활용중인 <직지사역>이지만 학창 시절 통학을 하면서 선생이 작가의 꿈을 키웠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내게 무궁한 상상력을 주는 문학의 성지다" 

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한 마을에서 문인을 세 분이나 내놓은 향천리에서는 얼마나 큰 자랑거리이겠습니까? 과연 '직지문인송'이라 일컬을 만하네요.

 

마을 위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지키듯 서 있는 소나무!

예부터 영험하여 많은 이들이 치성을 드리러 찾아오던 소나무!

신목이라 여기며 아이들도 이곳에서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소나무!

한 마을에 이름난 문학인을 셋이나 내놓은 곳!

 

<직지문인송>의 늠름하고 멋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올 한 해, 그저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아울러 소나무 또한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김천 향천리 직지문인송 -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 산 96-1

 

★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 [한빛국가유산TV]에서 소개한 직지문인송도 함께 둘러보세요. ★

https://youtu.be/HFkreSd6J80?si=seqdGfFXEiayXgLF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