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해 동안 '가을'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었답니다.
바로 문경 나들이길에서 돌아올 때, 문경대로와 경상대로가 만나는 3번 국도에서 보면 늘 보이던 옛 집이 하나 있었지요. 여러 해 동안 저 건물이 도대체 무얼까? 하고 궁금해하다가 지난 2022년 가을에 길을 찾아서 들어가 보았지요.
어느 문중의 재실이었답니다.
안내판도 없고 그 어떤 정보도 없어서 어느 문중의 재실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아직도 꽤 아름다운 모습으로 잘 남아있어 느낌이 참 좋았던 곳이었지요.
사성재(思成齋)란 편액을 달았답니다.
사성재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에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흙길로 된 오솔길이라서 참 기분좋은 곳이었지요.
요즘은 어느 시골 마을에 가도 이렇게 흙길을 찾아보기가 정말 어렵지요. 어지간하면 시멘트 포장이 다 되어있고 심지어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오솔길도 많답니다.
이렇게 살가운 풍경을 간직한 사성재가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는 겁니다.
3번 국도에서 보면 늘 한눈에 보이던 곳이었는데 잘 안 보여서 내가 위치를 잘못 알고 있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국도 길가에 잡풀들이 싹 걷히고 나니, 있어야 할 곳에 사성재가 감쪽같이 사라진 거랍니다.
사성재 앞으로 펼쳐진 넓은 들판은 무척이나 풍요롭습니다.
또 마당 끝에 큰 감나무도 있었는데 이 감나무마저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지난 2022년에 우리가 사성재를 둘러보고 있을때, 마을 주민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어떻게 왔냐고 물으며 재실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자식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간 뒤로 아무도 살지 않고 몇십 년 동안 그냥 방치되어 있는 거라고 알려줬었지요.
누군가 사성재 앞 뜰에다가 텃밭을 가꾸기도 했었는데, 사람 온기를 채웠던 곳이 사라졌다는 게 무척이나 아쉽더군요. 어느 집, 어떤 분이 사셨는지도 모르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있는 지도 모르는 옛 집이었지만 3번 국도를 지날 때마다 늘 봐왔던 정겨운 풍경이 사라졌다는 게 매우 서운하였답니다.
건물도 꽤 깨끗했는데.....
요즘 우리가 찾아다녔던 많은 서당들보다도 더 깨끗했는데...
아무튼 큰 아쉬움과 서운함이 드네요.
아래는 '가을풍경' 하면 늘 떠올리던 사성재 둘레 풍경이랍니다.
빈집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자라는 늙은호박
사성재에서 보면 황금들판 너머로 3번 국도가 보입니다.
금빛물결 너머로 보이는 사성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흑흑흑~
함창읍 오동리 마을인데 그 옛날에는 '머구낭골'이라고도 했던 마을이라고 하네요.
경북 상주시 함창읍 오동리 784 사성재
아래는 지난 2022년에 썼던 <사성재> 글이랍니다
https://sunnyhanbit.tistory.com/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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