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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상주 하곡서당-[상주 목사 신잠이 세운 18개 서당 6]

by 한빛(hanbit) 2024.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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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하곡서당

이번에 제가 <한빛국가유산TV> 기획 영상으로 상주 목사 신잠 선생께서 세웠다는 18개 서당을 하나하나 찾아가 보기로 하였답니다.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공부를 해가며 찾아가서 답사를 하고 촬영을 하여 유튜브 영상으로 담아 소개를 했습니다.
영상과 함께 티스토리에 우리가 찾아낸 서당 한 곳 한 곳을 글로 담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서당 11곳과 터만 남은 서당 3곳, 그리고 정확하게 어디인지 어떤 자료도 없고 정보도 없어 알 수 없는 곳이 4곳이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아래 링크로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IoCr0lCvpmQZWg42KjmsrGjSC4MTRdRu

 

상주 목사 신잠이 세운 서당 18곳

상주 목사로 부임해온 영천자 신잠(1491 ~ 1554) 선생이 상주 땅에 세웠다는 18개 서당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곳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남아있는 곳이 대략 10곳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

www.youtube.com

 

상주 목사 신잠 선생께서 세운 서당 여섯 번째 이야기는 바로 상주시 연원동 88-1에 있는 하곡서당(霞谷書堂) 이야기입니다.

 

들판이 한창 초록으로 넘실대고 탱자 열매가 영글고 있던 8월 첫머리에 다녀온 곳인데요.

상주 천봉산 아래 '여너물'이라고 하는 마을에 하곡서당이 있습니다. 

그 옛날 이 마을에 우물이 있었는데 우물에 연꽃이 피었다 하여 '연우물'이라 했던 게 이곳 말씨인 '여너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여너물에서 봉강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어가기 바로 앞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오면 멀잖은 곳에 이런 집이 하나 나온답니다.

가장 끝에 있는 집이에요. 고추도 늘어놓고 호박도 자라는 걸 보면, 사람이 사는 집 같았어요.

 

끝까지 갔다가 거긴 아닌 듯해서 다시 돌아나왔는데 감나무 사이로 빈집이 하나 보입니다.

빈집

여기도 빈집이 하나 보입니다.

벌통을 가져다놓은 게 있더라고요. 

가만 그러면 서당은 어디지?

세 집 다 빈집인데?

 

금방 지나쳐왔던 곳, 감나무 사이로 보이던 바로 그 집이 우리가 찾는 하곡서당이었어요.

마당이 꽤 넓은 곳입니다.

그런데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합니다.

지붕은 양철 지붕으로 되어있고 벽체가 모두 시멘트를 발라놨네요.

무엇보다 잡풀이 기단 위에 가득했답니다.

처마 밑에 하곡서당(霞谷書堂)이라 쓴 편액이 있는 걸 봐서 틀림없이 여기가 맞는데 세상에나!

어찌 저렇게 잡풀에 점령당한 채 있을까?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자세히 보니 잡풀 아래가 뜰로 올라가는 계단이더라고요. 

벽체는 시멘트로 발라놓았는데 그것마저도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 흙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네요.

오른쪽 모퉁이도 주춧돌마저 시멘트로 덧발랐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도 일부는 떨어져 나가 드러나 있고...

생뚱맞은 양철지붕은 우그러지고...

 

이런 모습을 보는데 진짜 보자마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답니다.

그냥 울컥! 솟아오르는 목메임과 함께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답니다.

방 문짝도 떨어져나가고...

하곡서당 편액만 여기가 서당이었구나! 하는 걸 말해줍니다.

편액 또한 굉장히 소박하네요. 그냥 나무판자에다가 글씨를 쓴 것입니다.

그것뿐 아닙니다.

왼쪽에는 부엌으로 보이는데 여기는 잡풀이 아예 문짝까지 다 집어삼켰네요.

 

잡풀 너머로 부엌을 들여다보니, 텅 빈 아궁이 두 개가 보입니다.

봉창도 있고 여느 옛집처럼 뒤쪽으로도 문이 하나 있네요.

부엌 안쪽에는 시멘트를 다 바른 건 아니고 흙벽도 더러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서당 왼쪽으로 돌아가니 이쪽에도 모두 시멘트로 발라놨는데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지붕에 걸쳐져 있습니다.

 

안 그래도 쓰러질 듯한 서당 건물에 죽은 나무까지 얹혀 더욱 힘겨워보입니다.

마당에는 못해도 몇 해쯤은 약을 뿌려서 풀을 죽여놓은 듯한데...

하곡서당 뒤쪽은 그나마 시멘트 조각이 떨어져 나간 곳이 없이 되려 깨끗합니다.

 

아니? 이건 또 뭐란 말입니까?

대청이 있어야 할 자리예요. 마루가 놓여있어야 하는데 틀만 남아있고 마치 누가 뜯어간 것처럼 아예 없습니다.

훤히 드러난 바닥에는 누군가 신었을 운동화 한 짝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마루틀 밑에 힘겹게 괴고 있는 돌덩이는 주춧돌로 보이는데 어찌 저런 모습으로...

 

그런데 희한하게도 방문 문짝은 저렇게 한쪽이 떨어져 있는데 문종이는 새것처럼 보입니다. 문짝도 깨끗하고요.

참 희한하네요.

 

 

방문이 열려있어 열어봤어요.

 

방 안쪽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큽니다.

신문지로 벽을 발라놓은 것이 우리 어릴 적 살던 집이 생각나네요. 그때에도 저렇게 신문지를 바르거나 달력종이를 떼어다가 바르기도 했고요. 또 울 할매 말로 '독가루종이'라고 하던 시멘트 포대로 벽지를 쓰기도 했답니다.

희한하게도 여기 문도 문종이는 아주 깨끗합니다.

시멘트를 덧발랐는데 주춧돌이 드러나 있어요.

하곡서당

하곡서당은 보통 다른 서당이 거의 3칸짜리 규모인데 견줘 여기는 부엌이 한 칸 더 딸려있어 앞면 4칸, 옆면 1칸짜리 건물입니다. 

여느 서당 건물과는 구조가 많이 달라서 매우 남다른 건물인데 지금처럼 시멘트로 벽을 발라놓았지만 그것마저도 다 떨어져 나가고 건물이 곧 무너질 듯 보이는 곳이 많아서 매우 마음이 아팠답니다.

 

하곡서당의 역사

 

상산지에는

『在州西七里初建於興旺寺舊基後移於長白寺舊基之右乙卯移建於翠鳳山西麓
(서 주 칠 리에 있으니 처음 흥왕사 옛터에 세웠고, 뒤에 장백사 옛 터의 오른편으로 옮겼으며, 을묘년에 취봉산 서편 언덕으로 이건하였다.)』라 적고 있다. 장백사 위치는 상주지역고적조사보고서(1970. 단국대학교 정영호)에 의하면 상주시 연원동 일대로 비정하였고, 정확한 위치 고증은 어렵다고 하였다.

 

하곡서당을 처음 세운 곳이 흥왕사 옛터에 세웠고, 그 뒤에 장백사 옛 터의 오른쪽으로 옮겼고 또 그 뒤에 옮겨온 곳이 바로 여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곡서당을 설명하면서...

 

영천자 신잠(1491~1554) 목사가 상주 목사로 1552년에 부임해 와서 일하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때가 1554년입니다. 그 두 해 동안 세운 서당 18곳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여기 하곡서당인데, 돌아가신 때로 계산해도 4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두세 번 서당 자리를 옮겨 새로 고쳐지었다고 하지만 470여 년 그 긴 세월 동안 잘 이어져 온 곳인데, 오늘날 우리 대에 와서 하곡서당의 명맥이 끊기는 것인가?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파왔답니다.

정말 하루라도 빨리 보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대로 그냥 무너지게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곡서당 나들이는 땀과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범벅이 된 날이었답니다.

 

하곡서당 마당 안에 죽은 잡풀은 도대체 몇 해째 쌓인 것일까?

 

오늘은 올여름 서당나들이를 하면서 가장 가슴 먹먹하고 안타까웠던 하곡서당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이다음에는 서당에서 서원으로 승격된 두 곳 중에 하나인 수양서당 이야기로 만날게요.

 

★ 제가 꾸리는 한빛국가유산TV에서 소개한 영상도 함께 보세요.

https://youtu.be/-WoB1bZWTxc?si=CutMhQN3531SYYH6

 

 

상주시 연원동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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