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멋들어진 정자가 하나 있고 그 앞에 아름드리 큰 나무가 더욱 멋스러운 곳입니다. 큰 나무와 정자가 어우러지고 그 아래 낙동강까지 흐르니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풍광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여기는 예천 <삼수정>입니다.
경상북도 예천군 청곡길 67-30(풍양면)
지금으로부터 딱 아홉 해 앞서 그때도 6월이었고 날짜는 14일이었네요.
바로 위 사진이 그때 찍은 <삼수정>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올해 2024년 6월16일, 그러고 보니, 딱 9년 이틀 뒤네요. 이럴 수가! 사진 찾아보고 많이 놀랐답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더라고요. 우리 부부 생체리듬이 그런가? 비슷한 때에 비슷한 곳에 찾아갈 때가 많더라고요. 하하하!
아, 그런데 9년 앞서는 지금보다 나뭇잎들이 덜 무성해 보입니다. 아마도 날씨 탓이겠지요? 그만큼 지금이 더 기온이 많이 올라가 있어 그런 가 봅니다.
멀리서 봐도 저 큰 나무가 무척이나 인상 깊지 않나요?
정말 멋들어집니다. 하다못해 좁은 길을 따라가는 사람도 강아지도 풍경이 되는군요.
저 큰 나무는 회화나무입니다.
삼수정 올라가는 길 옆으로는 화장실도 있고요. 논 옆에는 또 다른 옛집 건물이 보이네요. 저기도 재실과 사당인 듯보입니다.
우와~! 진짜 이 나무가 여기 풍경에 큰 몫을 차지하는군요.
회화나무 큰 가지가 삼수정을 보며 팔을 뻗고 있습니다.
예천 <삼수정>은 여기 청곡리 마을에 동래 정씨 입향조인 삼수 정귀령 선생이 처음 들어와 마을을 꾸리고 살던 곳이랍니다. 조선 세종 7년(1425)에 처음 세운 정자인데 정자를 짓고 그 앞에 회화나무 세 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자의 이름도 삼수정 (三樹亭) , 선생의 호도 삼수(三樹)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삼수(三樹) 정귀령(鄭龜齡) 선생은 1424년(세종 6년)에 결성(현재의 충남 홍성) 현감을 지낸 이듬해 우망마을로 들어와 터를 잡았지요. 돌아가신 뒤에는 이조판서에 증직 되었다고 합니다.
아아~~~!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네요.
예전에 왔을 때는 문이 활짝 열려있어 안쪽에 들어가서 구석구석 돌아보며 구경을 했었는데 안타깝습니다.
다행히 담장은 낮아서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우리 국가유산을 찾아다니면서 보면, 문 닫아놓은 곳이 많이 있어요. 이런 곳마다 꼭 마당에는 잡풀이 가득하답니다. 쩝!
정자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향나무를 오른쪽에는 배롱나무를 심었네요.
큰 회화나무 가지는 정자를 향해서 손을 뻗고 있습니다.
아래 편액들은 지난 2015년 6월 14일에 찍은 것들을 갈무리합니다.
2015년 6월 14일에 찍은 삼수정기(三樹亭記)
“공이 용궁현 별곡에 집을 짓고 살면서 정자의 뜰에 세 그루 나무를 심고 정자의 이름으로 했으니, 공의 뜻은 반드시 ‘진국공 왕호가 세 그루 느티나무를 심고 앞날을 기약한 것’과 같은 것은 아니나 그 자손에게 음덕이 나타나서 덕의 상징이 될 것을 실상 바라는 바가 있어서 그러했다 ” - 이조 판서 정원용이 쓴 ‘삼수정기’ 중에서- |
2015년 6월 14일에 찍은 결성선조삼수정이십운(結城先祖三樹亭二十韻)
2015년 6월 14일에 찍은 결성선조삼수정이십운(結城先祖三樹亭二十韻)
2015년 6월 14일에 찍은 삼수정운(三樹亭韻)
낙동강 맑고 넓어 멀리까지 뻗어 아득하네 이곳 땅의 영령이 우리 선조에게 점지하셨네 임원에서 성정을 길러 평소 행함을 편안히 하셨네 이름이 천거돼 조정에 올랐고 어느해 마악의 묘소에 들어가셨을까 높은 산 우러러 보며 모범을 생각하네 어떻게 선조의 업적을 넓힐 수 있을까 세 그루 회화나무 다시 심고 삼수당명을 걸어둘까 - 정지집의 시 ‘삼수정원운’ |
2015년 6월 14일에 찍은 삼수정 상량문
정귀령 선생이 이곳에 회화나무를 세 그루 심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병자호란 때에 삼수정이 무너지면서 회화나무 또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네요. 두 그루는 죽고 한 그루의 곁가지에서 겨우 움이 트면서 그것이 자라서 지금 우리가 보는 이 모습이 남아있는 것이랍니다.
밑둥치를 보니, 어마어마합니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이고 회화나무는 정승을 뜻한다고 합니다.
선생이 회화나무를 세 그루를 심은 것은 학자나 벼슬을 뜻하는 나무의 상징처럼 아마도 그의 자손들이 학문과 덕을 쌓으며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뜻이었겠지요?
실제로 정귀령 선생의 슬하에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들의 후손 중에서 13명이나 정승을 지냈다고 합니다. 참으로 놀랍지요?
회화나무의 나이가 보호수 알림판에 쓰여있기로는 300년 되었다고 하네요.
지정 일자가 1972년인데 병자호란(1636) 때에 피해를 입고난 뒤, 한 나무의 곁가지에서 새 움이 터서 자라기 시작한 걸로 연대를 따지니까 지정 당시에 약 330년쯤 된 걸로 보면 되겠네요. 올해로 치자면, 벌써 388년이나 되었네요.
자! 삼수정에는 회화나무뿐 아니라 소나무도 있답니다. 지금 보이는 건 두 그루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처음 찾아갔을 때(2015년 6월)는 틀림없이 3그루였답니다.
바로 이 소나무인대요.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멋들어진 소나무가 안 보입니다.
예전에 다녀왔던 기억으로 '삼수정' 하면 큰 회화나무와 함께 바로 이 소나무가 가장 먼저 생각이 떠올려졌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아홉 해 만에 다시 와보니,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고 그 멋졌던 소나무 모습이 아니라서 고개를 갸우뚱거렸거든요.
그 까닭이 바로 이 소나무가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위 두 사진을 견줘보니 바로 알겠네요. 맨 오른쪽에 있던 멋들어진 소나무가 한 그루 사라졌습니다.
그리 오래된 세월도 아닌데, 그렇게나 위풍당당하고 멋스럽게 서있던 소나무가 설마 그냥 베어내진 않았을 테고 아마도 병이 걸렸거나 해서 베어낸 듯하네요.
안타깝네요.
그때 소나무 나이가 250년이라고 했던 알림판도 봤는데, 그 오랜 세월도 견뎌냈는데 고작 아홉 해만에 이런 아픔을 겪었나 봅니다.
삼수정에서는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인답니다.
이 낙동강이 흘러 삼강주막이 있는 삼강나루터에 이르면 내성천, 금천, 낙동강 세 물줄기가 만나 '삼강'이 된답니다.
낙동강 옆 둑에는 자전거 길이 아주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삼수정 바로 아래에는 큰 빗돌이 있는데 <4세 칠현 사적비>입니다.
칠현(七賢)은 정귀령(鄭龜齡)과 아들 옹(雍)과 사(賜), 손자 환(渙)과 광필(光弼), 칠대손 영후(榮後)와 영방(榮邦)으로 이들의 일곱 분의 사적을 기록한 비입니다.
삼수정 건너편 얕은 언덕에는 왜가리 서식지가 있답니다.
그때에도 이렇게 많은 왜가리가 살고 있었는데 지금도 역시 똑같더군요. 예전에는 저기에 가서 왜가리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이다음에 그것도 한 번 소개할게요.
삼수정이 있는 예천군 풍양면 청곡리와 바로 앞마을인 우망리에는 입향조인 삼수정 정귀령 선생의 후손들이 그 터를 이어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옛집과 정자,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깃거리가 굉장히 많은 곳이랍니다. 하나하나 발로 뛰며 담아 온 이야기들을 이어서 몇 꼭지 전해드릴게요.
삼수정 멋들어진 소나무 한 그루가 사라져서 많이 아쉬웠지만 그 멋진 풍광과 삼수정 정귀령 선생의 이야기를 다시 돌아볼 수 있어 참 좋았네요. ^^
※ 삼수정을 구경했다면, 이 마을 끝에 있는 <쌍절암 생태숲길> 산책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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