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앞서 소개한 예천 <삼수정>에서 <삼강주막>까지 이르는 길 중에 가는 내내 시원한 그늘과 낙동강 강바람을 맞으며 룰루랄라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멋진 숲길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예천 <쌍절암 숲길>입니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 마을 끝에 있습니다.
예천 청곡리 마을 동래 정 씨 입향조인 삼수정 정귀령 선생이 세운 정자 <삼수정> 바로 옆 마을이 우망리입니다.
삼수정 앞에 난 자전거길을 따라 끝까지 오면 바로 여기 <쌍절암 생태숲길>이 시작됩니다.
숲길 들머리에는 독립운동가 추산(秋山) 정훈모(鄭壎謨) 선생 기념비가 있습니다.
정훈모는? 호는 추산(秋山), 자는 국렬(國烈), 본관은 동래(東萊)이며,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 아버지 정인호(鄭寅皞)와 어머니 노광연(盧光連)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한학을 공부하였지만,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창남학교(彰南學校)에 입학하여 다양한 언어와 학문을 닦아 후일 독립운동을 준비하였다. 정훈모의 활동 1914년 독립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만주로 망명, 1919년 서로군정서에 소속되어 이상룡(李相龍)의 참모로서 활약하며 무장 항일 운동에 참여하였다. 1938년 러시아 아르하라(ARKHARA)로부터 삼강성(三江省) 가목사(佳木斯)시로 귀환하던 중 일만(日滿) 혼성군과 교전하다가 부상을 입고 체포되었다. 고문으로 생명이 위독하여 병보석 되었으나 가목사시 삼남여관에서 영면하였다. 독립유공자 추서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기리기 위하여 1991년에 건국훈장 애국장(1980년 대통령표창)을 추서하였다. 출처 : 추산 정훈모 선생 기념사업회, 국가보훈부 |
기념비 바로 앞에서 숲길이 시작됩니다.
삼수정에서 삼강주막까지 총 거리가 4.2km입니다.
날이 더워서 긴 거리를 보고 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바로 위 사진처럼 낙동강을 끼고 왼쪽으로 난 숲길을 걷는 건데 가는 내내 데크로 되어 있고 가는 내내 시원한 그늘입니다.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데크 길에 드리워진 끝없는 그늘 덕분에 날이 더워도 걱정이 없습니다.
숲길을 걷다보면, 높다란 바위 위에 정자가 하나 나옵니다.
이 길의 이름이 된 <쌍절암 생태숲길>의 유래가 있답니다.
임진왜란 때에 왜병들이 여기 동래 정 씨 집성촌에 쳐들어온 때에 사재감 참봉 정영후의 부인 청주 한 씨와 그의 시누이가 따라오는 왜병을 피해 손을 맞잡고 절벽 아래 낙동강으로 뛰어내려 정절을 지킨 곳이라고 합니다. 당시 시누이는 시집도 안 간 처녀였다고 합니다.
바로 그 바위가 <쌍절암>이고 나라에서 정려를 내려 두 여인의 정절을 널리 기리도록 우망리 마을 들머리에 정려각을 세웠답니다. 그 정려각은 <쌍절각>이랍니다.
낙동강 강바람을 등에 지고 잠깐 쉬어가야할 곳입니다.
바로 여기가 쌍절암 전망대이거든요.
쌍절암 전망대에서 보면 앞서 보았던 <삼수정>이 보인답니다.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이 삼수정이지요.
쌍절암의 유래를 자세하게 읽어봅니다.
임진왜란 때에는 여인들이 절개를 지키려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넓은 낙동강 물줄기가 훤히 보입니다.
정자에는 몇 분이 쉬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정자로 올라오니, 산으로 이어지는 길도 보입니다. 이 산은 대동산입니다.
임진왜란 때엔 여기 대동산은 마을사람들의 피난처였다고 합니다.
이 마을의 또 다른 인물 낙빈 (洛濱) 정지(鄭沚) 선생이 두 조카를 대동산에 안전하게 피난시켜 훗날 가문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리꽃이 소담스럽게 피었습니다.
쌍절암 대동정에 올라 내려다보는 낙동강 풍경이 멋스럽습니다.
대동정기(大同亭記)
지난 2023년에 썼네요. 아마도 이 정자도 그즈음에 세웠나 봅니다.
낙동강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저 물줄기가 삼강주막 삼강나루터에 닿으면 낙동강, 내성천, 금천, 세 물줄기가 만나 삼강이 된답니다.
울 초롱이는 이만큼 걸어왔으면 엄청 힘들텐데, 오늘은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쌍절암 숲길은 오가는 내내 그늘과 강바람으로 엄청 시원하답니다. 날도 더운데 시원하지 않았다면 벌써 되돌아갔을 거예요.
정자 옆에 보이는 이 바위가 바로 쌍절암입니다.
한 씨 부인과 그의 시누이가 함께 손 맞잡고 바위 아래 낙동강으로 몸을 던진 바로 그곳입니다.
바위에는 쌍절암(雙節巖)이라 글씨를 새겼습니다.
쌍절암을 지나 다시 길을 갑니다.
이번에는 대동교 다리가 나옵니다.
여전히 낙동강은 시원합니다.
쉿~! 여기서부터는 조용히 해야 합니다. 바로 스님이 수행하는 곳이니까요.
양쪽으로 난 바위틈을 지나
지금은 담쟁이덩굴에 뒤덮여 그 형태가 잘 보이지는 않는데 이 바위는 자라바위라고 합니다. 이런 재밋거리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게 쏠쏠한 재미입니다.
이런 곳에 절집이 있습니다.
관세암입니다.
여기서 삼강주막까지는 2.7km 더 가면 됩니다.
이런 곳에 절집이 있었다니, 여기 데크길이 없을 때엔 어디로 올라 다녔을까요?
숲길이 워낙 시원하고 좋아서인지 오가는 이들이 꽤 많았답니다. 모두 편안한 복장인 걸 보면 이 둘레에서 온 분들인 듯해요. 생각 밖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인 듯싶어요.
이렇게 좋은데...
모두 나만 알고 싶은 걸까?
이름난 그 어떤 숲길보다도 더 시원하고 걷기 좋은 길인데 저는 널리 알려주고 싶네요. ^^
울 초롱이는 오늘 덥지 않고 시원하니 제법 먼 거리를 걸어도 좋은 가 봅니다. 내내 웃는 모습이 넘 귀엽습니다.
오늘 우리가 둘러볼 마을은 우망리 마을인데 이쯤에서 다시 되돌아가야 합니다. 사실 쌍절암 숲길은 계획에 없던 거였는데 길이 좋아 보여 조금만 걸어보자! 하고 간 거였거든요. 그런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꽤 멀리 3km쯤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왔답니다.
우망리 마을 앞 들머리, 우망리 마을회관 앞에는 앞서 소개했던 쌍절암의 주인공 두 여인을 기리는 <쌍절각>이 있습니다. 조선 광해군 때에 내려진 정려각인데 그 오랜 세월에도 꿋꿋하게 마을 어귀에서 뭇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지요.
이번 주말, 낙동강 강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숲그늘로 이어진 <쌍절암 생태숲길> 한 번 걸어보지 않으실래요? 가는 내내 정말 시원한 길이니 저를 믿고 한 번 가보세요. ^^
※ 쌍절암 생태숲길의 시작 예천 삼수정 이야기도 함께 보세요.
https://sunnyhanbit.tistory.com/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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