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구미에는 한겨울에도 눈 구경하기가 정말 어렵답니다. 한 10여 년 전인가 오전 내내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오전 일을 끝내고 눈 내린 풍경을 찍겠다고 뒷산에 올라갔던 적이 있었지요. 온통 하얗던 마을이 산에 올라 갔다가 내려오는데 바로 언제 눈 왔냐는 듯 싹 녹아버린 적도 있었지요.
이번에 구미에도 눈이 두어번 내렸답니다. 안전재난문자에도 연신 한파에 결빙된다고 아우성이었지만 끝내 눈 구경은 제대로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눈 구경 좀 하자고 일부러 나갔답니다. 구미에서 가까운 김천시에 있는 산골마을을 찾아갔답니다.
공자 마을
세상에나! '공자동'이란 마을도 있네요.
공자동은 행정구역명으로 김천시 대항면 대성리 마을입니다. 이 마을 안에는 창평 마을과 방하 마을이 있답니다. 우리는 오늘 방하 마을에 가려고 한답니다.
예전에 방하 마을을 소개한 적이 있답니다. 아주 오래 앞서 지난 2008년 5월에 마을 꼭대기에 있는 다랭이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풍경을 보고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때 이야기를 지난봄에 티스토리로도 소개한 게 있답니다. 아래 링크할게요.
https://sunnyhanbit.tistory.com/76
공자동 마을 이름의 유래가 '이회'라는 선비가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공자의 화상을 구해와서 자기 집에다가 모시고 있었다 해서 붙여진 거라고 합니다.
그 옛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어와서 거꾸로 내려왔었는데, 이번에는 차를 타고 반대쪽에서 올라갑니다.
방하치, 방하마을로 갑니다. 이 마을들을 넘어가면 산 너머 김천 직지사로도 갈 수 있답니다. 대신에 길은 꽤 험합니다. 임도를 넘어가야 하니까요. (아, 그런데 요즘은 어떤 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험했는데 그 뒤로는 가보지 못해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마을 들머리부터 곳곳에 하얀 눈이 쌓인 풍경을 봅니다.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저기 맨 꼭대기에 보이는 산자락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이 방하마을이랍니다.
어릴 적에는 겨울이면 늘 이런 풍경을 보고 살았어요. 적어도 12월에서 3월까지는 늘 이런 풍경이었지요.
요즘은 이렇게 산골 마을로 들어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네요. 더구나 제가 사는 구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마을 길목을 지키듯 서 있네요.
차츰 산등성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방하' 마을 표지석이 보입니다.
방하 마을에 걸쳐있는 산은 '동구지산'이랍니다. 옛날에 MTB를 탈 때엔 이 동구지산 임도를 타고 다녔답니다.
방하 마을 어귀에서 차를 세워놓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싶었어요. 차를 타고 산을 넘어가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일 듯해서 여기서 마을 구경만 하고 다시 돌아갈 생각입니다.
앗~! 고드름이다~!
하얀 눈이 쌓인 마을 풍경에 이끌려 왔는데, 세상에나! 처마 끝에 주렁주렁 달린 고드름을 다 봅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풍경인지 모릅니다.
어릴 적에는 이 고드름을 따서 먹기도 하고 사내 아이들은 칼싸움도 했지요. 하하~!!!
어느 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네요.
이런 풍경도 참 오랜만입니다.
방하 마을에도 빈집이 무척 많더군요. 흙담으로 지은 옛집들이 꽤 많이 남아있답니다.
오늘 날씨가 꽤 추운데도 해가 드는 곳에는 고드름이 살짝 녹고 있네요.
하얀 눈이 쌓인 지붕
참 오랜만입니다.
함석 지붕 위에 곱게 쌓인 하얀 눈
빈집들이 많아 매우 쓸쓸하고 조용한 마을입니다.
지난 2008년에 이 마을에서 모내기를 하던 그 어르신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빈집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이 자꾸만 듭니다.
얼마 앞서 내가 소개한 그 옛날 방하 마을 모내기 풍경 사진과 글을 본 어떤 이가 그때 찍은 사진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묻더군요. 제 사진 속 어르신 한 분의 손녀라고 얘기하더군요. 그러면서 사진 속 어르신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눈 쌓인 풍경을 보려고 이 마을에 왔는데 그 손녀딸의 이야기가 내내 떠오릅니다.
이 마을을 꾸리고 살던 어르신들이 하나둘 돌아가시거나 아니면, 도시로 떠나거나 하면 집들은 주인 잃은 폐가가 되겠지요? 아니 그런 빈집들이 실제로 많았어요. 그래도 어릴 적에 많이 보던 풍경이라 정겹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현대식 건물입니다.
빈집에 남은 냉장고
겨울이면 군불을 땔 수 있도록 이런 나무를 많이 해오곤 했지요.
곡식 창고
땅에서 조금 띄워서 창고를 지었는데, 아마도 곡식을 보관하던 창고인 듯해요. 그 창고를 떠받들고 있는 나무입니다.
대성리 방하마을회관
가스 배출기
아마도 LPG가스를 두었던 곳인 듯하네요.
앗~!!! 이집은?
제 눈에 굉장히 낯익은 집이랍니다.
위에 있는 사진과 이 사진은 같은 집이랍니다. 아래는 2008년 5월에 찍은 사진인데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네요.
이 장독대 사진은 바로 이 집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지금 제가 티스토리에 대문 사진으로 걸어놓은 사진이 바로 위 사진이지요. 방하 마을에서 찍은 장독대 사진이랍니다.
그런데 이 집에 아직도 이 장독대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집은 빈집이 되었는데 장독대와 항아리들은 그대로 있네요. 항아리 위치는 바뀐 것 같은데 틀림없이 이 큰 항아리 두 개는 같은 거네요. 무척 반갑네요.
항아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하얗게 쌓인 눈길에 고양이가 지나갔을까? 강아지가 지나갔을까?
워낙 눈 쌓인 풍경을 못 보는 곳에 살다가 보니, 이 풍경이 이렇게 반갑고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하하하!!!
오늘 하얀 눈이 그리워 찾아간 방하마을에서 옛집, 고드름, 장독대...
갖가지 정겨운 풍경에 옛 생각 많이 떠올렸네요.
아무튼 참 좋은 나들이었습니다.
★ 아래는 구미에도 하얀 눈이 내렸던 날 찍은 사진입니다. ★
https://sunnyhanbit.tistory.com/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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