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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과 나들이

[상주 함창 명주박물관] 삼백의 고장 상주의 오랜 누에 산업을 돌아보다!

by 한빛(hanbit)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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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함창 명주박물관에서 김숙자 시인의 해설로...

경북 상주는 '삼백의 고장'이라고 하지요. 바로 쌀과 곶감, 누에고치를 말하는 거랍니다. 하얀 상주쌀과 상주를 대표하는 곶감(곶감에 하얗게 피는 분을 말함), 그리고 하얀 누에고치이지요.
이번에 제가 다녀온 곳은 상주 함창읍에 있는 <함창 명주 박물관>이랍니다.

일찍이 누에를 치는 양잠사업과 또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제사 사업이 발달했던 곳이 바로 경북 상주 지역이랍니다.
제 고향이 상주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집집이 누에를 키우는 모습을 많이 봐 왔지요. 게다가 누에의 먹이인 뽕잎을 따러 들로 많이 다니기도 했답니다.

상주 두곡리 뽕나무(천연기념물)

상주시 두곡리에는 수령 300년이 넘은 뽕나무가 있답니다. 조선 인조 때에 양잠사업을 나라에서 권장했다고 하는데 그 무렵에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상주는 누에와 그 누에고치로 만든 명주로 이름난 곳입니다.

제가 어릴 때에도 집집이 누에를 길렀답니다. 꿈틀꿈틀 하얀 누에를 방에서 키웠지요.
혹시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를 들어봤나요?
마치 비 오는 날, 지붕에 또닥또닥 비가 듣는 소리처럼 들린답니다. 그 소리가 굉장히 듣기 좋고 또 졸리기까지 하답니다. 잠이 스르르 오지요. ^^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이 바로 '명주실'이지요. 이 실에다가 갖가지 풀이나 나무로 물을 들이면 참으로 아름다운 빛깔이 된답니다.

명주실에 빛깔 물을 들인 것이 참 곱지요?

누에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는 기계인 왕채와 누에고치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고 그 실을 감아내는 과정도 배우고

명주 짜기
베틀로 명주를 짜는 걸 한눈에 볼 수도 있네요.

1. 건강한 누에고치를 잘 선별하여 2. 뜨거운 물에 고치를 담가서 실을 뽑아낸다.
3. 여러 개의 고치에서 여러 가닥으로 뽑아낸 실을 얼레에 감고 4. 그 실들로 실꾸리개에 감아둡니다.
5. 명주실 날기, 명주실에 풀을 먹입니다. 6. 베틀에서 명주실로 천을 짭니다.

 

명주는 예부터 나라에서 장려했던 산업이랍니다.
중국에는 신농의 딸 누조를 오늘날 누에의 신인 잠신(蠶神)으로 모시는 인물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단군 시대부터 이미 뽕나무를 심고 누에치기를 장려한 내용이 <한단고기>에 기록되어있다고 합니다.
또 예부터 우리의 비단은 베를 짜는 기술과 품질이 뛰어나 실크로드를 따라 서양에서도 좋은 평을 받아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양잠산업은 일찍이 신라 박혁거세 때부터 왕과 왕비가 권장했던 거라고 합니다. 나라에서 양잠을 장려하기 위한 행사인 '선잠제향'과 왕비가 내외명부 여성들과 함께 뽕잎을 따는 '친잠의례'도 조선시대부터 행사를 했다고 합니다. 또한 왕실에 따로 잠실을 만들어 왕비가 친히 누에를 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마지막 왕비였던 '순정효황후'가 창덕궁 서향각(書香閣)이 바로 황후가 누에를 치던 <어친잠실>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서향각 주련에 어친잠실(御親蠶室)이 쓰여 있다고 합니다.

누에 치는 일을 노래한 갖가지 노래

명주로 만든 왕복

상주 함창 명주 박물관에서는 양잠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했네요.

예전의 누에치기 모습

누에의 한살이
누에는 모두 네 번 잠을 잔다고 합니다. 잠을 잘 때에는 뽕잎을 먹는 일을 쉬면서 머리를 쳐들고 잠을 잔다고 하네요. 누에나방에서 태어난 알에서 깨어나 온 삶을 뽕잎을 먹고 또 네 번씩 잠을 자면서 고치를 짓고 번데기로 탈바꿈하여 다시 나방에 이르기까지 거의 40여 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때 누에가 한 번 잠을 자는 걸 1령 누에라고 하고 네 번 잠을 자면 4령 누에라고 한답니다.

여기서 잠깐~!
저는 어릴 때 이 누에에 대한 기억이 하나 더 있습니다.
초등학교 4~5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편도선을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었지요. 그때 할머니께서 편도선에 특효약이 있다면서 누에치기를 하던 고모님 댁에 데려가서 누에를 먹도록 했답니다. 두 잠잘 때부터 넉 잠 잘 때까지 꼭 살아있는 누에를 먹어야 한다고 했지요.

그때 그 꿈틀거리는 누에가 어찌나 징그럽고 무섭든지... 그걸 산 채로 먹어야 한다는 게 어린 저한테는 너무 힘들었지요. 안 먹으면 죽는다고 엄포까지 놓으며 먹으라기에 여러 날 동안 고모님 댁에서 머물며 누에를 먹어야 했답니다. 산누에를 입에 넣고 물과 함께 그냥 꿀떡 삼키면 되는 건데... 그게 어찌나 힘들던지...
나중에는 먹기가 너무 힘들어 산누에를 볶아서 먹었더니 번데기 맛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진짜 거짓말처럼 편도선 앓던 건 깨끗이 나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다시 앓은 적이 없답니다. 요즘 들어 누에가루나 누에가 먹는 뽕잎도 약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하지요? 그 옛날에는 누에에서 실만 뽑아서 썼는데 지금은 약으로도 쓰이니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아마도 저희 할머니도 일찌감치 그런 약효를 알고 계셨나 봅니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민간요법이니, 그리 아세요.)

명주 짜기

누에에서 실을 뽑아내어 옷감을 만들기까지 쓰이는 도구들

누에를 칠 때 쓰이는 도구들인데 어릴 때 많이 봤던 것들입니다. 왼쪽 두 개는 누에를 키우던 잠박이고요. 오른쪽 세 개는 모두 누에가 고치를 지을 수 있도록 집을 만들어준 '누에섶'이라고 합니다.


컬러 누에가 있다는 것도 아시나요?
노란 누에도 있고 연둣빛 누에도 있네요. 요즘은 사료를 먹여서 컬러 누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데, 때때로 뽕잎이 아닌 다른 나뭇잎을 먹으면 갈색빛이 나는 누에고치도 생긴다고 합니다.

명주실로 만든 갖가지 액세서리

넥타이부터 바지저고리까지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누에고치 양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네요.

우리나라 전통악기에도 명주실을 여러 겹으로 꼬아 현을 만듭니다.

컬러 누에고치가 천정에 떴네요.

삼백의 고장 상주!

상주시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위에 보이는 아가 옷을 선물로 나눠준다고 합니다. 무척 예쁘네요.

김숙자 시인

오늘 우리가 명주 박물관에 와서 곳곳을 둘러볼 때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분인데요. 상주시 문화해설사로도 근무하는 김숙자 시인입니다.

김숙자 시인이 쓴 <착한 누에>라는 시도 들려주어서 알게 되었답니다.

꼼틀꼼틀 아기 누에
어디로 갈까요
뽕잎 찾아 가지요.
사각사각 뽕 먹는 소리
쌔근쌔근 잠자는 소리
잘 먹고, 잘 자는 착한 누에
꿈틀꿈틀 엄마 누에
어디로 갈까요
고치집 찾아 가지요.
솔솔솔 실 뽑는 소리
스륵스륵 고치 짓는 소리
실 뽑고, 고치 짓는 착한 누에

(김숙자 시인 <착한 누에> 전문)

오늘 함창 명주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던 김숙자 시인 덕분에 더욱 자세하게 구경하고 둘러볼 수 있었네요. 이 분은 상주시의 문화에 무척이나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답니다. 설명하는 내내 시도 읊어주시고 또 상주의 공검지 이야기도 곁들여 <공갈못 노래>도 불러주었지요. 이 글을 빌려 그날 무척 고마웠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 함께 보면 좋을 상주 함창 볼거리 <함창 협동조합 역사문화관>도 함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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