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풍정과 인풍대
앞서 소개했던 거창 <인풍정 식당> 바로 곁에 있는 <인풍정>입니다.
거창군 신원면 양지리 마을에 있습니다.
인풍정은 원래 묵일헌 신치중 선생이 1678년에 옛 양촌 마을 동쪽에다가 축대를 쌓고 나무를 심어 바람 쐬기 좋은 곳을 만들어 이를 <인풍대>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1923년에 그 후손 신종학이 누각을 세운 것이랍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인풍정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문소 김황(金榥)[1896~1978]이 지은 ‘처사 묵일헌 신공 유적비’입니다. 바로 인풍대를 세운 묵일헌 신치중 선생을 기리는 빗돌입니다.
인풍정은 일제 강점기에는 임시 초등학교 교육 장소로 쓰이기도 했답니다. 또 1953년 6.25 전쟁 때에는 신원면 임시 파출소 건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요. 2012년에는 인풍정 건물이 너무 낡아서 기와도 갈고 부재들도 바꾸고 칠까지 새로 해서 고쳐지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어쩐지 건물이 상당히 깔끔하고 새 것 같았어요.
인풍정 바로 위에는 인풍대가 있습니다.
인풍대에는 묵일헌 선생이 심은 느티나무가 여섯 그루나 있답니다. 여기에서 바람도 쐬이고 심신수양을 했다고 하네요. 나무들이 정말 멋스럽지요.
아 참, 여기 인풍대에는 돌로 만든 장기판이 있더군요. 그 옛날 여기에서 어른들이 모여 장기를 두곤 했겠네요.
배롱나무꽃 명소인 소진정과 임청정
인풍정에서 2km쯤 떨어진 구사리 마을에는 여름철 배롱나무꽃으로 이름난 곳이 있답니다. 바로 소진정과 임청정인데요. 특히 여기는 남명 조식 선생의 유적지도 있답니다.
소진정으로 올라가는 길 아래로 보이는 임청정
소진정은 이곳의 이름난 학자인 도희령(1539~1566) 선생을 기리며 후손들이 1920년에 지은 정자입니다.
도희령 선생은 명종 15년에 문과에 급제해서 홍문관 등에서 관직 생활을 했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을묘사직소>라는 상소문으로 이름난 남명 조식(1501~1572) 선생과 어울렸다고 합니다.
남명 선생은 제가 무척이나 존경하는 학자랍니다. '학문하는 사람은 배운 것을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분이셨지요. 남명 선생의 제자들 중에 남달리 의병으로 나선 분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랍니다.
<남명 조식 선생을 더 알고 싶으면 함께 보세요>
https://blog.naver.com/ssimon777/222005608155
소진정 바로 옆에 있는 <포연대(鋪淵臺)>입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찾아간 날에 저기가 포연대인 줄 몰랐답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아뿔싸~!
1549년 8월 초에 이곳에 와서 소진정 아래 부소연(가매소)에서 인근 고을 선비들과 목욕을 하고 "욕천(浴川)"이라는 칠언절구의 시를 남겼습니다. 바로 그곳이 저기 <포연대>라고 합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유적지라고 하는 게 바로 이런 까닭에서랍니다.
소진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인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소진정 앞으로 보이는 배롱나무들 좀 보세요. 정말 많더군요.
배롱나무 꽃이 필 때는 정말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고 하는군요.
저 길 아래에는 골짜기 물이 흐릅니다. <사천천>이라고 하는데 바로 저기에서 남명 선생이 목욕을 하셨다네요.
소진정 바로 아래에는 <임청정>이 있습니다.
여기는 도희령 선생의 후손인 1924년 유학자 도재균이 선조를 위해 지은 재실형 정자이고, 당대 뛰어난 학자였던 면우 곽종석 선생과 장복추 선생 등과 만나 어울리며 제자를 가르쳐 길러내던 곳입니다.
<임청정(臨淸亭)>은 '맑은 물가에 있는 정자'라는 뜻인데 최근 12월 6일(2021년)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677호로 지정되었답니다.
포연정 - 남명 조식 선생이 목욕을 하고 쓴 <욕천(浴川)>
소진정과 임청정에서 내려다보이던 <포연정>입니다.
남명 조식 선생께서 감악산을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에 있는 함양 선비, 임희무와 박승원 등 여러 사람이 찾아와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때 산에서 내려와 여기에서 잠깐 머물며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이 아래로 내려서니, 찬 겨울바람이 더욱 몹시 불어오네요. 손이 시릴 만큼 추웠어요.
물이 굉장히 맑고 깨끗합니다.
남명 조식 선생이 여기 포연정에서 목욕을 하고 저 위에 포연대에서 <욕천(浴川)>이라는 시를 남겼답니다.
바위에 새긴 글자가 희미해서 잘 알아볼 수는 없지만 선생께서 쓴 시를 새겼다고 합니다.
욕천(浴川) 시냇물에 몸을 씻으며 - 남명 조식 -
全身四十年前累(전신사십년전루) 온 몸에 쌓인 사십년 허물은
千斛淸淵洗盡休(천곡청연세진휴) 천 석 맑은 물에 모두 씻어버리네
塵土倘能生五內(진토당능생오내) 티끌이 만약 오장에 생겨 있다면
直今刳腹付歸流(직금고복부귀류) 지금 바로 배를 갈라 저 물에 띄어 보내리
만약 티끌이 오장에 생기면 배를 갈라서 꺼내어 강물에 띄워 보내겠다는...
역시 남명 선생의 학덕과 성품을 알 만한 시네요.
추운 겨울이 너무 추워서 싫다면 올여름, 배롱나무꽃이 활짝 필 때쯤 소진정과 임청정, 그리고 남명 선생의 <욕천>이라는 시가 탄생된 포연정과 포연대를 구경해봐도 좋겠지요?
또 이와 함께 아름드리 느티나무, 여섯 그루 그늘이 좋은 인풍대와 인풍정도 둘러보고요. 마지막으로 구멍가게 같은 허름한 밥집, 그러나 맛과 분위기는 그 어떤 유명 한식집 보다도 좋은 <인풍정 식당>에서 맛난 한 끼로 마무리하는 나들이!
매우 즐겁겠지요?
https://sunnyhanbit.tistory.com/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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