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이었어요.
비는 오는데 뒤늦게 갑자기 출근을 안 해도 된대요.
저녁 7시까지 출근인데,
3시 반에 연락이 왔어요.
일요일인 다음날은 비가 온종일 내린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나가야지요. 하하하
너무 늦지 않게 연락을 해줘서 어찌나 고맙든지...
바로 고속도로에 올렸답니다.
영동 쪽으로 나들이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다만 한두 군데라도 둘러보고 올 계획이었어요.
그러다가 가게된 곳!
바로 영동 상촌면에 있는 <영동 화수루>랍니다.
영동 화수루는 영동군 상촌면 하도대리에 있는데,
옛날에는 <옥계 서당>이었다고 하네요.
하도대리 마을은 고성 남 씨의 집성촌이라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에 의병을 인솔하여 괘방령에서 섬멸한 고성 사람 남수일 선생이 <옥계 서당>을 세워서 후손들을 가르치던 곳이었답니다.
이괄의 난도 황주에서 토벌하는 공을 세운 분이라고 하네요.
영동 화수루는 옥계 서당의 동쪽에 세운 부속건물이었지요.그러다가 나중에 서당은 없어지고 누각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랍니다.
고속도로 올려서 기껏 달려왔는데...역시나!문은 꾹 닫혀있네요.어쩌겠어요? 할 수 없지요.둘레 구경이나 해야지요.
다행히 옆으로 돌아서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이렇게 담장 너머로 화수루를 볼 수 있네요.
담장 너머로만 봐야 하니,
편액들은 구경을 못 하겠군요.
아쉽네요.
이렇게 보는 방법이 최선이네요.
비는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 화수루 마루에 앉아서 떨어지는 비를 보며 빗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네요.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지요?
여기까지 와서...
옛날부터 비 오는 날만 되면 사진기 들고 뛰어나가던 역마살(?) 때문에
이깟 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아요.
울 남편은 비를 머금은 풍경을 찍느라고 되레 신이 납니다.
비가 와서 화수루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니
자연스레 낮은 것들이 보이네요.
맨홀 뚜껑을 뚫고 나온 달개비,
이끼처럼 깔려서 자라고 있는 돌나물,
수북하게 떨어진 감또개와 감꼭지...
이 모든 것들이 동무가 되어주네요.
한참 동안 사진 놀이하고 놀았네요.
작고 여린 개망초꽃도 비를 머금어서 예쁘고..
길가에 제 멋대로 큰 접시꽃도 예쁩니다.
촉촉하게 젖은 땅도
저 멀리 산자락 위에 걸린 잿빛 먹구름도 아름다울 지경입니다.
어느새 더욱 빛깔이 짙어진 논도 참 정겹네요.
모 심은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영동군 상촌면 화수루가 있는 마을 앞에는 너른 내가 흐릅니다.
바로 초강천인데요.
꽤 큰 물줄기더군요.
이 마을보다 더 위에 있는 물한계곡으로 흐르는 고자천과 이 초강천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 마을 아래에 있더군요.
영동 화수루가 있는 이 마을은 바로 <하도대리>랍니다.
비가 내리는 날,
그것도 몇 시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다녀가야 할 여행길에서 참 좋은 풍경을 마주하고 돌아왔네요.^^
▽ 아래는 제가 만든 영동 화수루와 하도대리 마을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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