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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이 추운 날씨에 공원을 닦는 아름다운 손길이 고맙다! [성주 경산리 성밖숲]

by 한빛(hanbit) 202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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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경산리 성밖숲의 아름다운 손길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싸라기눈이라도 내린 양 길이 살짝 얼어 보였답니다. 오늘은 구미에서도 가까운 성주 쪽으로 마을 이야기 찾으러 길을 나섰습니다. 날씨가 쌀쌀하지만 바람은 없길래 나갔지요.

성밖숲 관리실과 화장실

 

구미를 벗어나자마자 빗기가 있고 좀 걱정스럽기는 하네요. 그러다가 성주에 닿았을 즈음에 화장실을 찾다가 성밖숲이 생각나서 들렀지요. 예전에도 이쪽을 지나다가 화장실은 여기서 쓰곤 했는데 오늘 다시 와서 보니, 화장실이 무척 깨끗하고 새롭게 단장이 되었더군요. 이런 화장실 만나면 괜히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이 추운 날씨에 의자를 닦는 손길

  

성주 경산리 성밖숲에는 나이가 300살에서 500살 넘은 왕버들나무가 무려 쉰두 그루나 함께 무리 지어 산답니다. 여름철에 가서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들이 저마다 무성한 잎을 내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누군가 왕버들나무 둘레에 빙 둘러놓은 의자를 하나하나 손수 닦고 있습니다.  세상에나! 이 추운 날씨에?

평일이라서 주말이나 휴일처럼 많은 이들이 오는 곳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저렇게 허리를 숙여 꼼꼼하게 닦고 있는 걸 보니 정말 존경스럽더라고요.

2016년 5월 성주 생명문화축제 때 촬영한 사진

성주군 경산리 성밖숲은 해마다 5월이면 <생명문화축제>가 열리는 곳이랍니다.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에 가면 세종대왕의 왕자들 태실이 있답니다. 태실 문화를 잘 알 수 있는 곳이라서 이곳 성주는 '생명문화'의 상징이 깃든 지역이지요. 여기 '성밖숲 왕버들' 또한 그 생명문화 상징의 하나이기도 하답니다.

 

지금이 축제를 하는 때도 아니고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 말고는 거의 찾는 이가 없는 때인데 더구나 이렇게 추운 날에 시설물들을 꼼꼼하게 닦는 손길을 보니, 참으로 놀랍고 고맙기까지 했답니다. 물론 이곳에서 일하는 분이시겠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날씨에는 굳이 쉬어도 될 터인데...

물걸레로 깨끗하게 닦은 의자

지나가는 나그네일뿐이지만 여사님께 하도 고마워서 말을 건넸답니다.

 

"이 추운 날씨에 이렇게 애쓰시네요."

 

인사를 건넸더니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일'이라 말씀하시네요.

재작년부터 여기서 일을 하는데 화장실 쓸 때 자기 집처럼 쓰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금연 팻말을 붙여놔도 담배 피우는 사람, 물휴지 변기에 넣는 사람, 휴지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 이런 게 힘들다고 하시면서요.

 

어디를 가나 이런 사람들이 꼭 있지요?

기본 중에 가장 기본인데 앞으로는 이런 짓은 하지 맙시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않고 정성 들여 성밖숲 시설물들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하고 닦는 손길이 있어 무척이나 고맙네요.

 

2016년 5월에 촬영한 이천 앞에서 바라보는 성밖숲

성주 경산리 성밖숲은 바로 곁에 이천이 흐르고 있답니다. 

조선시대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만들어진 인공숲이랍니다. 풍수지리설에 따라 단점을 보완하려고 만든 비보림(裨補林)이면서 하천이 넘쳤을 때 수해를 예방하려고 만든 수해 방비림이기도 하지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중기 때에 성밖 마을에서 아이들이 까닭 없이 죽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한 지관이

"마을에 있는 족두리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이런 재앙이 일어난다. 재앙을 막으려면 두 바위의 중간 지점에다가 밤나무숲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네요.

그렇게 밤나무숲을 만들었더니 신기하게도 그런 재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뒤에 마을에 민심이 흉흉해지자 밤나무를 베어내고 왕버들나무로 다시 숲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이 숲이 왕버들숲이 된 것이지요.

 

성밖숲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숲이니 매우 뜻깊은 곳이네요.

 

겨울철이라 잎사귀를 다 떨궈내고 맨몸을 다 드러내고 있지만 저는 나무를 볼 때, 이 속살이 더욱 멋지더라고요.

그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을 것인가?

또 나무마다 그 오랜 시간을 다 품고 살아왔으니 우리 인간 세상을 얼마나 잘 알고 있겠어요?

 

그러니 이런 나무 앞에서는 우리 사람은 마냥 겸손해질 수밖에 없지요.

 

미신을 믿거나 무속신앙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절로 경건해집니다.

 

제 몸을 비틀고 밑둥치를 키우면서도 수없이 가지를 뻗어내고 있습니다.

 

앗! 나무 둥치 가지 사이에 맥문동이 뿌리를 내리고 잎사귀를 냈습니다. 제 키만큼 큰 나무 가지 사이에서 저렇게 뿌리를 내렸네요. 

해마다 8월이면 이곳 성밖숲은 맥문동 꽃이 활짝 피어 많은 진사님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요. 아쉽게도 저는 꽃이 필 때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네요. 하하하

2016년 5월에 촬영한 사진

여름철에는 저렇게 성밖숲 전체가 맥문동으로 덮인답니다.

 

겨울에는 맥문동을 이렇게 뿌리만 남기고 다 잘라놓나 봅니다.

마을 주민들은 여기 나와서 걷기 운동을 합니다. 오늘 날씨가 꽤 추운데도 나와서 걷는 분들이 몇 분 있더군요.

마을과도 가까워서 이쪽 분들은 행복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이 웅장한 나무들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성밖숲 왕버들 밑둥치를 보면 거의 이런 모습입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또 이렇게 돌부리 위에 얹힌 듯 밑둥을 키운 것도 보입니다. 마치 자연 주춧돌 위에 맞춰서 그랭이질을 잘 해놓은 기둥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자연 예술 작품입니다. 

 

돌계단 위로 자라면서 나무의 밑둥을 키우고 있네요.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요? 볼수록 대단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 여기에도 병이 들고 몸살을 앓는 나무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이 나무는 밑둥치가 반 이상이 없습니다. 

 

화장실 쓰려고 성밖숲에 왔다가 나무를 하나하나 다 둘러보면서 시간을 꽤 보냈습니다. 

추운 날씨에 볼이 빨개지고 귀가 얼얼하네요.

손도 바짝 곱아지고 촬영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접어야겠습니다.

이럴 때는 빨리 마음을 접는 게 낫더라고요. 

 

어차피 나무 이야기 찾아 나왔는데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성밖숲에서 이 많은 왕버들나무를 보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또 추운 날씨인데도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하며 시설물을 닦는 아름다운 손길을 보며 마음도 따뜻했고요. 

 

끝으로 천연기념물인 성밖숲 안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답니다.

* 천연기념물 채취, 훼손
* 흡연, 음주
* 드론 촬영(이것도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 소음공해(스피커 등)
* 자전거 및 이륜차 통행
* 광고물 등 설치, 부착 행위
* 화기 반입(취사, 폭죽 등)
* 시설물(천막 등) 설치
* 쓰레기 무단투기 등

★ 성밖숲에서 허가받지 않고 행위를 할 경우,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및 기다 벌령에 따라 벌금 또는 과태료 등 처벌됨을 알립니다.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

 

우리의 국가유산인 천연기념물에도 이런 법률이 적용된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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