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이 길로 간다고요? 여기 길이 있다고?
어제(11월 18일) 소개한 석곡서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이 길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랍니다. 또 새로운 길로 가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를 잔뜩 하며 갑니다.
자동차 한 대 폭만 나오는 좁은 오솔길을 따라가는 길인데 이 안에도 요즘 새로 지은 듯 보이는 집이 있네요.
저 앞에 차가 있는 걸 보니, 가도 되는 길은 틀림없습니다.
오오~ 길이 아주 예쁘네요.
카카오맵을 켜서 우리가 지금 가고있는 길을 따라서 어디로 가는지 봤더니,
아하~! 임도 같아 보이는데 산길을 따라 넘어갈 수 있게 되어있네요. 산을 넘어가면 우리가 잘 아는 부항댐 출렁다리가 나오더군요.
카카오맵 사진에 노랑 빛깔로 표시한 부분이 우리가 넘어갈 임도랍니다. 거리는 꽤 되지만 재밌을 듯합니다.
두 갈래 길이 나오네요?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헉~! 아니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남의 집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무덤도 몇 기 보이고요.
저 아래로 난 길로 가야 하는 거였네요.
다시 돌려~!
대덕면 가례리에서 부항면 신옥리까지 넘어가는 임도인데 시설거리가 1.20km라고 하네요.
저기 풀이 가려져서 1 자가 안 보이네요.
1.20km라면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 아마도 부분 공사를 한 구간을 말하는 것 같아요.
96년도에 만든 '민유임도'라는 표지석이 있네요.
그런데 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왠지 자꾸만 의심이 듭니다.
과연 이 길로 갈 수 있는걸까?
처음엔 나름대로 얼마든지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굉장히 험해지더군요.
당황스러워서 사진도 영상도 못 찍은 구간이 대부분인데 어떤 곳은 흙길로 되어 있어 길 한가운데에 풀이 어찌나 많이 자랐는지 차 밑바닥에 다 닿을 만큼 험하더군요.
차에서 내려 이런 길이 얼마쯤일까? 하고 가서 보니, 다행히 그 한 구간만 그렇게 보여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지요.
아니,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요. 차를 돌릴 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그냥 풀을 밟고 가는데 차 양쪽 옆은 길 가운데까지 뻗어있는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긁히는 소리가 들리고요. 또 차 밑바닥에는 북북~ 닿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애고 차 다 긁힌다. 그나마 SUV이기에 망정이지 승용차였으면 진짜 넘어가지 못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오도 가도 못하고 어쩐대요? 이궁...
그러나 웬만큼 올라서니 아주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저기 끝에 부항댐이 보입니다.
그리고 부항댐 짚라인 타워도 보이네요.
조금 더 당겨보니, 이런 모습이네요.
아~~ 시원합니다. 아름답습니다.
거의 꼭대기쯤 올라왔을 때 보니 저렇게 보입니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파르기도 하고 굴곡진 곳이 무척 많더라고요.
길은 험해도 한 번씩 이런 풍경을 보여주니 참 좋더라고요.
이제 내리막만 내려가면 될 듯하네요.
저기 멀리 희끗희끗 부항댐 둘레가 보입니다.
헉~! 저건 뭐야?
나무가 쓰러졌네요?
그것도 길 안쪽까지 나무가 떨어져 있습니다.
임도 한가운데까지 쓰러진 나무가 뻗어있어 남편이 차에서 내려 나무를 들어 올려 치우려고 했더니,
헉~! 꼼짝도 안 합니다. 나무 밑둥치와 함께 통째로 쓰러진 나무라서 엄청 무겁다고 합니다.
애고 그렇다면 그냥 넘어가야 한다는 말인데, 최대한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서 천천히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뭇가지가 바퀴에 깔리면서 다른 쪽은 들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차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애고애고애고~~~!!!
우리 오늘 여기 왜 온 거야?
하필 이런 곳에?
여기가 틀림없이 임도인데 나중에 산불이라도 나면 소방차는 어떻게 올라오지?
휴우~~~~~ㅠㅠㅠ
우여곡절 끝에 천천히 또 조심조심 내려왔어요. 그야말로 간이 쫄리더군요.
휴우~! 다 왔다!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는데요.
부항면 신옥리 ~ 지좌리~ 대덕면 가례리까지 총 4.2km라고 하네요.
오늘 우리가 자동차로 넘어온 거리가 4.2km 임도였네요.
아까 지도에서 봤던 신옥리 마을 작은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아래로 마을이 보이는데 실제로 집이 몇 채 안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알아보니, 3~4 가구만 산다고 하네요.
드디어 부항댐의 끄트머리 물줄기가 보이네요.
물을 따라 너른 길이 나옵니다.
신옥리 마을의 옛 이름이 '옥소동'이군요.
신옥리 마을 뒷산이 바로 옥소봉이라고 하네요. 아마도 우리가 넘어온 산을 말하지 싶습니다. 그 옥소봉 아래 자리 잡은 마을이 바로 옥소동(玉梳洞)인데요.
이 마을은 조선시대까지 지례현에 속했었고 이웃 마을 밤실은 새로 만들어진 옥소동이라 해서 신소동(新梳洞)이라했는데 1895년 지례현 하서면(下西面)관할로 되고 1914년 부항면이 신설될 때 두 마을을 합해 신소(新梳)의 신(新) 자와 옥소(玉梳)의 옥(玉) 자를 따서 신옥리(新玉里)라 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낯선 길, 가보지 않은 길로 간다는 설렘으로 시작한 길이었는데 관리가 전혀 안 되어있어서 바짝 긴장하며 넘어왔답니다.
갈수록 좁아지고 잡풀 더미가 무릎 가까이까지 오는 길도 넘어야 했고요. 죽은 나무가 쓰러지면서 길까지 들어와 치울 수도 없으니 끝내 그냥 타 넘고 왔어야 했지요. 그래도 꼭대기에서는 제법 아름다운 풍경도 보았답니다.
옥소동 이정표가 있는 이 길을 따라가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바로 부항댐 출렁다리와 부항댐 짚라인이 나온답니다.
"그래도 넘어오길 잘했다!"
"맞아!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넘어보겠어? 하하하!"
그런데 임도는 산림을 관리하거나 나를 때, 또 산불이 났을 때에도 쓰는 길인데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 듯합니다.
오늘 넘어온 이 임도(가례리에서 신옥리)는 일 년이면 차가 몇 대나 지나갈까요?
그렇더라도 급한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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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y_r1kCa2M4?si=jaCgyDjFdsgnKc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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