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흰 거 저거 뭐예요?"
"논에 공룡알 같은 거 뭐예요?"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난 요즘 같은 시기가 오면, 논에 가면 저렇게 커다랗고 공룡알 같은 하얀 물체가 널브러져 있답니다.
언젠가 이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 글을 썼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언젠가 누군가 내 블로그에 들어온 검색유입 글을 봤는데 아주 재미난 게 있었지요.
바로 저 하얀 물체가 무언지 묻는 질문이었어요.
논에 흰 거 저게 뭐예요?
또 어떤 사람은
들판에 하얀 공룡알 같은 저게 뭐예요?
그때 그 검색 글을 보고 어찌나 재밌던지 한참 웃었던 생각이 납니다.
아, 그런데 진짜 저게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궁금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도시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정확하게 명칭도 모르니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볼 수도 없으니 저렇게 물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엊그제 예천 권병원에 통원치료 하러 갔는데 때마침 들판에 온통 저 흰 공룡알들이 많이 있더군요.
누군가 벌써 저렇게나 많이 작업을 해 놓았더군요.
지금 우리가 보는 저 둥그렇고 큰 공룡알 같은 물체의 정체는 '사일리지'라고 합니다.
저건 바로 가축의 사료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소의 먹이로 쓰는 사료를 만들어놓은 거랍니다.
가을이 되면 나락을 베고 낟알을 다 털어낸 뒤 이렇게 볏짚만 남게 되지요.
요즘은 나락 베고 탈곡까지 해서 자루에 낟알을 담는 과정까지 콤바인이라는 농기계가 한방에 다 해버리지요.
그러면 남는 건 저 볏짚뿐!
저 볏짚은 저대로 소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수분이 있는 맛있고 신선한 먹이가 되지요. 이렇게 가축의 먹이가 되는 신선한 먹이를 통틀어서 '조사료'라고 한답니다.
조사료는?
목초, 건초, 사일리지, 옥수수, 파, 씨 있는 과일의 껍데기 등 섬유질〔(조섬유) 함량이 높다〕로, 에너지함량(가소화양분함량)이 적은 사료. 가축, 특히 초식동물의 사료를 말합니다.
조사료 중에 이렇게 볏짚이나 옥수수, 풀 따위를 발효액을 섞어 둥그렇게 말아서 비닐로 말아놓은 걸 '사일리지'라고 합니다.
사이로(silo 곡식저장고)+포리지(forage,사료)→사일리지(silage)
'곤포 사일리지'라고도 하는데 비닐로 포장한 베일을 말합니다.(포장한 사료)
논바닥에 흩어져있는 볏짚을 모으는 집초작업을 가장 먼저 하는데 볏짚을 모으면서 발효액을 뿌린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걸 사람이 하냐고요?
아니지요. 모두 기계가 하는데 이것 또한 과정을 한방에 다 끝낸답니다.
때마침 그 기계가 사일리지 작업을 하는 게 보이더군요.
하얗게 비닐로 감아놓은 것 말고도 볏짚을 원통으로 만들어놓은 게 보이지요?
그물망 같은 걸로 볏짚을 먼저 싸놓은 거랍니다.
이 기계의 정확한 명칭은 베일러(baler)라고 한다네요.
트랙터에다가 앞에는 저 사료 더미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집게가 달려있고요.
뒤쪽에는 볏짚을 모아서 그물망으로 먼저 묶어서 내놓는 작업을 하더라고요.
또 그걸 가져다가 비닐로 단단하게 말아서 마치 공룡이 알을 놓듯이 툭툭 던져 떨어뜨리는 게 무척 신기했답니다.
풀이나 볏짚을 벨 수 있는 기계를 하베스터(harvester)라고 하고요.
베어낸 풀사료를 원통형 또는 육면체 모양의 덩어리(bale)로 만드는 기계를 베일러(baler)
이렇게 만들어진 베일을 비닐로 랩핑 하는 기계를 랩퍼(wrapper)라고 한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풀을 베고 또 둥글게 말고 비닐까지 씌우는 일을 기계 하나로 다 하다니, 참으로 놀라웠지요.
요즘 농사는 이런저런 농기계가 없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랍니다.
멀리서 이 작업을 하는 걸 보고 영상이라도 남기려고 빨리 달려왔는데...
아뿔싸! 1차로 볏짚을 모아서 베일을 만들어 놓은 걸 옮기는 것만 겨우 찍었네요.
그 뒤로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작업은 안 하시고 계속 옮기는 것만 보여주셔서 그냥 돌아서야 했네요.
저 기계로 이렇게 베일이 뚝딱 만들어졌다는 게 진짜 신기하지요?
사일리지를 만드는 과정을 다 영상으로 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베일을 옮기는 것만 찍을 수 있었네요. ㅠㅠ
저렇게 만들어진 베일을 논바닥에 그냥 놔두고 있으면 저절로 발효가 되어 숙성된다고 하네요.
그 뒤에는 축사로 가져가서 소들의 먹이로 쓰이지요.
축사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었던 소
시간이 흘러 잘 발효되어 숙성된 베일은 여러 축산 농가로 팔려가지요.
바로 이렇게 만들어서 소의 먹이가 되는 사료를 '사일리지'라고 한답니다.
발효가 잘된 사일리지는 소가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냥 건초나 볏짚만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한다네요. ^^
들판에 있는 사일리지 베일은 가을걷이가 끝난 농촌 마을의 또 다른 풍경이 됩니다.
참, 조사료 사일리지는 꼭 하얀 빛깔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알록달록 빛깔이 섞인 것도 있고요.
분홍빛, 하늘빛도 있고 검정비닐로 싼 것도 있답니다.
아, 모양도 둥근 원통형도 있고 육각형 모양도 있지요.
주로 하얀 공룡알이 많기는 하지만요.
참고로 하나 더! 이 베일의 무게가 한 개에 500kg쯤 된다고 하네요.
오늘은 농촌 사람이 아니면 너끈히 궁금해 할 수 있는 '논에 흰 공룡알'인 '사일리지'를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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