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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아니, 이렇게 아름다웠어? 스쳐 지나갔던 정자를 다시 찾다! <문경 우암정>

by 한빛(hanbit)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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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산북면 서중리, 웅창마을 둘레에는 아주 멋스러운 정자가 네 곳이나 있답니다. 농청대, 주암정, 경체정, 우암정, 모두 예전에 한 번씩 다 둘러본 곳인데 그 가운데에 우암정은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사진 몇 장 찍었던 게 다였지요. 이번에 새롭게 유튜브 영상 시리즈물로 만들고 있는 <신잠 목사가 세운 상주의 18개 서당을 찾아서>를 찍으려고 이 마을에 다시 찾아갔답니다.
 
아니, 18개나 세웠다고? 내가 다 알려줄게!
https://youtu.be/O-2GDv8NWes?si=C6OAw3jB9RJoCbyb
 
문경시 산북면, 영순면 일대는 예전에는 상주 땅이었던 곳이랍니다. 상주 목사로 왔던 신잠 선생이 각 고을 면마다 인재양성을 위해 서당을 세웠는데 그중에 하나가 있던 옛 서당 터가 이 마을에 있어 왔던 게지요. 어쨌든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들려드릴 거고요. 오늘은 이번에 다시 찾아간 그곳에서 만난 <우암정>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웅창마을

옛날에 창고가 있었다고 해서 <웅창마을>이랍니다.

주암정과 300 여미터쯤 떨어진 곳에 멋스러운 정자 <우암정>이 있습니다.
파란 지붕을 이고 있는 농가보다 조금 위에 있는 멋스런 정자랍니다.

정자 아래로는 작은 연못이 있어 더욱 운치 있는 모습입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이른 봄이라 많이 삭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갈길도 바쁘고 다른 일정도 있고 해서 그저 스쳐 지나갔던 곳이랍니다.

이쪽으로 가라고 표시는 해놓았지만 앞에다가 못 들어가게 막아놨더군요.

예전에 없던 건물이 하나 더 보입니다.
정자와 농가는 그대로인데 그 곁에 방갈로 같은 건물이 하나 더 있네요?
 

그러고 보니, 이 우암정이 둘레 풍경과 어우러지니 더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연못도 그랬지만 저 파란 지붕이 생각 밖으로 풍경에 큰 몫을 하더군요.

연못 둘레로 벤치도 있어 그늘에 잠깐 쉴 수도 있습니다.
물멍 하기에도 좋겠네요. ^^ 아무 걱정 없이~~

우암정 둘레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굉장히 많더군요.
알고 보니, 이 바위들이 모두 '우암대'이더군요.
그러니까 많은 바위들 위에다가 예쁜 정자를 지어서 우암대 위에 지은 우암정이 되었네요.

정자 앞에 배롱나무꽃도 한몫합니다.
정자는 경사진 언덕 위에다가 세웠는데 기단을 다듬어 쌓고 앞쪽으로는 네 개의 기둥을 세웠습니다. 그 위에다가 정자를 지었네요. 기단 앞쪽으로 빠져나오도록 해서 훨씬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우암정'이라 이름 지은 건 이 정자를 지은 선생의 호를 딴 것이네요.
우암 채덕동 선생이 여기에 살면서 정자를 세웠다고 합니다.
이 웅창 마을에는 '인천 채 씨'들이 터를 잡고 살던 곳이라고 합니다. 주암정도 그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고요. 아마 여기 우암정도 그럴 것 같아요.
 
우암 채덕동(友巖 蔡德東, 1757 ~ 1814) 본관은 인천(仁川). 자는 군상(君尙), 호는 우암 (友巖)이다. 다의당(多義堂) 채귀하(蔡貴河)의 후손이며, 형제간에 우애가 있었고,  부유하면서도 검소하였으며, 호를 우암으로 짓고 금천가에 우암정을 지어 많은 선비들과 사귀었다. <문경의 누대정재각>
 

금천

우암정 앞에 흐르는 내가 바로 '금천'입니다. 우암정에서 오른쪽으로 더 내려가면 주암정이 나오고 또 그 사이 금천 건너편에는 경체정도 있습니다.
우암정은 <청대구곡>의 제1곡, <석문구곡>의 제3곡, 또 <산양구곡>의 제5곡에 들어가는 멋진 풍경 자리입니다.
 
옛사람들은 아름다운 물길이나 정자, 풍경 등을 아울러 멋진 곳만 골라서 9곡까지 붙이기를 좋아했지요. 중국 송나라의 주자가 가려 뽑은 <무이구곡>이 그 본보기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뽑은 경치 좋은 곳들이 많이 있답니다.
 

파란 지붕이 남달리 예뻤던 집

우암정 주춧돌입니다.
언덕에 자연석을 놓고 그 위에다가 돌의 표면과 맞게끔 나무 기둥을 깎아서 놓았습니다. 이런 주춧돌을 '덤벙 주초'라고 하고 나무를 자연석에다가 잘 맞춰서 놓는 걸 '그랭이공법'이라고 한답니다.
예술이지 않습니까?
있는 모양 그대로 맞춰서 이 큰 건물을 떠받들고 있는 게 놀랍습니다.

우암정(友巖亭) 편액입니다.
어머나~! 편액 한쪽에 벌집이 보입니다. 

정자 옆 우암대에서 보는 모습입니다. 빛깔을 빼놓으니 더 운치 있어 보이네요.

이 사진이 원본입니다. ^^

파란 지붕과 이제 한창 익어가고 있는 논 풍경이 꽤 풍요로워 보입니다.

층층계단처럼 큰 바위가 놓여있어요. 여기도 우암대의 하나~

쪽문이 열려 있어 안에 들어가 봤는데요.
아하, 아무래도 이대로 두었다가는 이내 망가질 듯해서 안쓰럽습니다.
마루 바닥도 어쩐지 불안해서 널빤지 쪽 말고 두꺼운 나무로 덧대어 놓은 곳만 살짝 디디면서 구경을 했답니다.

정자가 소박하고 크지 않아서 더 좋네요.
 

마루 바닥에 이렇게 도형을 새겼더라고요. 두 곳이나 이렇게 해놨던데 무슨 뜻일까요? 그냥 단순한 낙서일까요? 하하하

알고 보니, 어렸을 때 많이 했던 전통놀이 고누 놀이를 할때 쓰는 그림입니다.
그걸 마루바닥에 새겼네요. 두 곳이나 있더군요.

 

이 마루에 앉아 있으면 저 앞에 보이는 풍경이 모두 내 것이 되겠습니다. 
옛사람들은 그저 경치를 빌려온다고 해서 '차경(徣景)'이라고 하더군요.

우암정기 현판 아래로 낸 작은 봉창도 정겹습니다.

우암정 벽에 걸린 주련들도 눈길이 갑니다.
한자에 까막눈 떠듬떠듬 읽으니 아마도 
'가정에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시작이다' 
이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와 함께 효와 우애를 중요하게 생각하란 뜻이 담긴 듯합니다.

마루 위 대들보 아래에다가 저렇게 까만 칠로 쓴 글자도 보입니다.
충청좌도 충주 하........... ^^ 
누구의 이름을 쓴 듯도 하고요.

여기도 글씨를 써놓았네요. 그저 낙서는 아닐 테고...

마루 바닥이나 문짝들을 보면 하루라도 빨리 보수를 해야 할 듯 보입니다.

우암정에서 내다보는 우암대

뒤쪽에서 보는 우암정

뒤쪽으로도 굉장히 큰 바위가 많았어요.

우암정은 그저 서 있는 채로 풍경이 됩니다.

우암정 아름다운 풍경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가 왔습니다.

 
고즈넉한 풍경에 그냥 그 둘레에 앉아서 있기만 해도 참 좋은 <우암정>이었습니다. ^^

 
문경시 산북면 서중리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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