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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야은 길재 선생의 유적을 찾아서4] 금오산 채미정과 숙종 어필오언구가 있는 경모각

by 한빛(hanbit)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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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삼은 가운데 한 분이신 야은 길재 선생을 톺아보려 합니다. 
길재 선생은 제가 사는 구미시가 고향인 분이랍니다. 선생은 고려 후기 문신이자 조선 초 성리학자입니다. 
고려가 이성계에 망하자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 구미 선산에 내려와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길러내며 살다 가신 분이지요.   
구미시에는 길재 선생의 유적이 생각보다 많이 있답니다. 
생가 터를 시작으로 지주중류비, 채미정, 길재선생 묘소, 야은영당, 금오서원, 그리고 금산에 있는 청풍서원까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예전에도 한 번씩 가본 곳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한 달 동안 유튜브(한빛국가유산TV) 영상과 티스토리 글쓰기를 위해 모든 유적에 다시 찾아가서 보고 왔답니다. 앞으로 하나씩 다 소개할까 합니다.  
아, 유튜브 영상은 지난 (7/25일) 오랜 시간 정성들여 편집해서 33분짜리 영상으로 업로드를 했습니다. 이 글 아래에 영상 링크를 해 놓겠습니다. 


 

야은 길재 선생의 유적, 그 네 번째 이야기는 우리나라 명산으로 알려진 구미 금오산에 있는 채미정과 경모각입니다.

구미시에 있는 금오산에 가면 채미정 들머리에 야은 길재 선생의 시 회고가(懷古歌)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회고가(懷古歌)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야은 길재 (1353-1419)

 

오백 년 도읍지를 한 마리 말을 타고 돌아 들어오니,
산천은 옛날과 같은데 뛰어난 인재는 간 곳이 없구나
아아, 태평했던 세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우리가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누구나 이 옛시조만큼은 흥얼흥얼 읊을 수 있을 겁니다. 아, 두 편 더 있지요? 이방원이 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하여가>와 포은 정몽주가 화답하며 쓴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라고 하는 <단심가>까지... 적어도 이 옛시조인 세 편은 거의 다 읊을 수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예전에 처음에 금오산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한 23~25년 앞선 때입니다.

 

"어! 이거 길재 선생 신데?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그때는 잘 몰랐어요.

그저 좋은 시라서 멋진 산 들머리에 써서 세워놓은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세상에나! 고려삼은 야은 길재 선생이 바로 여기 구미 사람이었다네요?

...

 

처음 이 바윗돌에 쓴 시를 본 구미 사람들 중에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저처럼 생각한 사람이 아주 많을 겁니다. 그때만 해도 '문화재(문화유산)' 이런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거의 없을 때였거든요.

아마 지금은 그래도 금오산에 가면 <채미정>과 <경모각>이 있어 야은 길재 선생의 유적인  있다는 걸 웬만큼은 알 겁니다. 고향이 이곳 구미 땅이라는 것까지도요. 

채미정은 금오산 계곡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이 풍경도 매우 아름다운데요.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다리를 지나 앞에 보이는 정문은 흥기문(興起門)입니다. 흥기문은 맹자의 진심장에 나오는 얘기라고 합니다.

중국의 백이와 숙제가 보인 충심에 감탄하며 쓴 글인 '백세지하문자 막불흥기야(百世之下聞者 莫不興起也)'에서 따온 말인데요 '백대 후에도 듣는 이에게 감동을 일으키노라'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금오산 맑은 골짜기 물이 흐르는 곳입니다. 

채미정이 어떤 곳인지는 정확하게 알고 가야겠습니다.

야은 길재 선생의 충절과 학문을 추모하려고 조선 영조 44년(1768)년에 세운 정자라고 합니다.

 

'채미'라는 이름도 아까 흥기문처럼 백이와 숙제가 두 왕조를 섬기지 않겠다고 수양산(서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며 살았다는 고사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채미(採微)'

 

중국 은나라 왕조에 절의를 지킨 백이와 숙제 형제처럼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킨 길재 선생의 절의가 같다 하여 붙인 정자 이름이랍니다.

또 경모각과 유허비각이 있는데 선생의 충성스러운 마음을 기린 숙종 임금이 쓴 '어필오언구'가 있습니다.

흥기문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채미정이 있습니다. 팔작지붕 처마가 굉장히 멋있지요?

가운데에 방을 하나 두고 사방에 툇마루를 둔 구조랍니다. 그리고 모두 원기둥으로 되어 있네요.

단청도 굉장히 화려합니다. 

채미정에서 바라보는 흥기문

방에 있는 문은 '들어 열개문'입니다. 모두 들어 올려 열어놓으면 무척 시원하겠습니다.

앗! 올라가지 마세요.

예전에는 여기에도 시민들이 앉아서 쉬고 그랬는데 지금은 못 올라가게 했군요.

채미정 현판들.

처마는 겹처마로 만들어 굉장히 기품 있어 보입니다. 또 가운데 방만 하나 두고 사방이 탁 트인 구조입니다. 특히 모두 원기둥으로 세워서 답답함이 전혀 없습니다.

멋있다~!

우리나라 전통 옛집의 처마는 참 예쁘고 나름대로 꽤 화려합니다.

채미정 뒤쪽에는 나란히 경모각과 유허비각이 있습니다. 드나드는 문도 각각 있습니다.

왼쪽은 경모각, 오른쪽은 유허비각입니다.

채미정 경모각은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사시사철 이렇게 열어두어서 관람하는 분들이 허탕 치는 일이 없습니다. 참 좋아요. 칭찬합니다.

멀리서 우리 문화유산 하나 보겠다고 품을 들여 달려갔는데 문마다 꾹꾹 다 잠가놔서 까치발 딛고 수박 겉핥기만 하고 돌아서야 할 때가 가장 힘 빠지고 속상하거든요. 

활짝 열린 문이 반겨주는 그 안에는 야은 길재 선생의 영정이 있습니다.

영정 곁에는 숙종 임금이 쓴 '어필오언구'가 있습니다.

숙종의 '어필오언구'입니다.

 

이 시에서 '청렴한 기풍은 엄자릉에 비하리라' 대목에서 엄자릉이 누구지? 궁금하네요.

찾아봤어요. 중국 동한 시대 때에 광무제 유수의 절친이 엄자릉(엄광)이었는데 유수가 군사를 일으켰을 때 그를 도왔다고 합니다. 나중에 유수가 황제에 즉위하자 공신으로 벼슬을 할 수 있었지만 이름을 바꾸고 부춘산에 들어가 은거하며 살았다는 인물이더군요. 

아마도 숙종 임금은 야은 길재 선생의 절의와 청렴한 삶을 그런 엄자릉에 견주었나 싶습니다.

자, 이번에는 유허비각입니다.

길재 선생의 충절을 기리는 유허비가 비각 안에 잘 모셔져 있습니다. 생가터에서도 봤던 그 유허비인데 금오산 채미정에 있는 이 것이 본디부터 있던 진짜 유허비랍니다.

빗돌에 새긴 글은 

고려문하주서 야은 길선생 유허비(高麗門下注書 冶隱 吉先生遺墟碑)입니다.

채미정 왼쪽에는 구인재가 있습니다.

재실인데요.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 구인재를 채미정으로 잘못 알기도 합니다. 이 건물도 아주 멋진 한옥이거든요.

넓은 대청이 아주 시원합니다.

구인재(求仁齋)는 고려 예종 때 국학(교육기관)에 설치된 전문강좌 7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주례'를 공부하던 곳이라고 하네요. 아마도 거기에서 따온 이름이지 싶습니다.

구인재 원기둥 좀 보세요. 굉장히 크고 우람합니다.

구인재는 지금도 누구나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랍니다. 여기서 가끔 플룻이나 대금 연주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오늘은 비가 오는데도 한 단체에서 관람을 왔네요.

우산을 받쳐들고 경모각으로 들어가는 두 여성의 뒷모습이 참 예쁘네요. 저는 이런 관심들이 왜 그리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채미정 , 경모각, 유허비각, 구인재, 이 중심건물 말고도 저 뒤쪽으로는 계속 공사중인 시설이 또 있더군요.

오랜 세월 채미정과 함께 했을 저 큰 나무들도 참 멋스럽네요.

오늘은 야은 길재 선생의 유적 이야기 그 네 번째로 선생을 기리는 정자 채미정과 숙종 임금의 어필오언구가 있는 경모각, 또 유허비각까지 함께 둘러봤습니다. 

다음 다섯 번째 이야기는 야은 길재 선생의 무덤 이야기입니다. 

 

경북 구미시 금오산로 366

 

★ 야은 길재 선생의 유적을 찾아서 만든 영상도 함께 보세요. 제 유튜브 채널 <한빛국가유산TV>에 담았습니다.★

https://youtu.be/8nLvfgzkvhs?si=4mDHsiRTjn6ghuyd

 

★야은 길재 선생 유적을 찾아서 다른 글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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