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진천 식파정>소중한 문화유산에서 텐트 치고 정자 점령, 그것도 모자라서 취사까지? 이건 아니지요!

by 한빛(hanbit) 2024. 6. 10.
728x90
반응형

위 ↑ 사진 보고 화가 나는 건 저만 그럴까요?

저는 사진이 아니라, 제 눈으로 똑똑히 본 광경이라 더욱 화가 나고 씁쓸합니다.

 

며칠 앞서 진천에 있는 <식파정>에 갔습니다.

진천 식파정은 조선 광해군 때에 식파(息波) 이득곤 선생이 세운 정자랍니다. 정자는 몇 차례 새로 고쳐지었지만 옛 모습이 잘 간직된 거랍니다. 정자 안에는 지천 최명길, 우암 송시열, 봉암 채지홍, 그리고 조선시대 독서왕으로 잘 알려진 백곡 김득신 선생의 시문 등, 여러 편액들이 많이 걸려있답니다.

그만큼 식파정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랍니다.

 

그런데 이런 유서 깊은 곳에 자동차도 들어와 있고, 텐트도 2동이나 쳐있고요. 더구나 정자 위에는 장정 셋이서 누워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가 막힌 건, 정자 바로 옆에서 취사까지...

이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광경을 보고 화가 나는 제가 잘못된 걸까요? 애고...

식파정 가는 길도 잠깐 소개할게요.

백곡저수지를 끼고 있는 식파정으로 가려면 바로 이 길에서 왼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합니다.

사정교 다리로 가기 앞서 <식파정 입구> 알림판이 있어 찾기 쉬워요.

그런데 여기는 길을 봐도 자동차를 타고 가기엔 좁아 보입니다. 실제로 자동차를 타고 갔다가 진흙탕에 빠져서 애먹었다는 글도 봤답니다. 길가에 한쪽으로 방해되지 않게 세워놓고 걸어서 올라갑니다.

들머리에서 조금 올라오니 이렇게 갈래길이 나오네요. 

왼쪽으로 갈까요?

오른쪽으로 갈까요?

어디로 갈까요? 

우리는 오른쪽으로 갔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어차피 식파정에서 만난다고 하더군요.

미리 말하자면, 우린 양쪽을 다 걸어봐서 좋긴 했지만, 길은 왼쪽으로 가는 길이 훨씬 더 편하고 좋은 길이었답니다.

식파정 가는 길은 이렇게 숲길이 많아요. 벌써부터 한여름 더위 못지않게 더운 날씨였지만 이렇게 시원한 나무숲길이라 그늘만 들어가면 굉장히 시원하답니다.

 

가다 보면, 이렇게 넓은 들판도 보입니다.

요즘은 가는 곳마다 개망초꽃이 많이 피어있습니다. 개망초꽃도 은은한 향이 나서 참 좋아요.

어머나~! 드디어 저수지가 빼꼼히 보입니다.

애고~! 자동차 바퀴자국이 또렷한 진흙탕도 보입니다.

이런 곳이 여러 군데 있었어요.

백곡저수지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하네요.

낚시하는 이들이 썼을 좌판 같아 보이는데, 거의 방치된 듯 보입니다.

오우~! 시원합니다. 저수지가 훤히 보여서 시원합니다.

저수지를 끼고 빙 둘러가는 둘레길이랍니다. 그런데 이 길을 보니, 여기서부터는 자동차는 아예 들어설 수 없는 곳이더군요.

군데군데 이렇게 길이 허물어진 곳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걷는 기분은 매우 상쾌하지요.

물빛도 참 예쁘더군요.

저수지에는 배를 타고 낚시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우와~! 저긴가 봅니다. 드디어 식파정이 보입니다.

무척 기쁘네요. 

저수지 앞에 세운 식파정, 참 멋스럽지 않습니까?

그..........................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엥? 여기까지 자동차가 들어와 있네요? 그리고 정자 위에는 사람들이 누워있습니다.

게다가 정자 옆에서는 간이 가스레인지 취사까지? 

아니,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는 여기 <식파정>에서는 야영도 안 되고, 취사행위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그래야 되고요. 

소중한 문화유산에서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또 정자 위에 저렇게 장정들이 벌러덩 누워있는데, 오늘 정자 구경을 제대로 하기는 글렀습니다.

정자는 그 안에 걸린 편액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또 사방에서 보는 모습들을 눈에 담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정자 위에 앉아 있기만 했어도 어떻게 올라가 보겠는데, 저렇게 대놓고 누워있으니 어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참으로 화가 나더군요.

예까지 걸어오면서 숲길을 즐기면서 오기는 했어도 그래도 조금 힘든 길이었는데, 너무 허탈합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망원으로 당겨서 편액들을 찍어봅니다.

 

식파(息波)는 ‘물결이 쉬어간다’는 뜻으로 욕심을 잠재운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정자를 세운 이득곤 선생은 혼탁한 세상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에서 식파 (息波)를 자신의 호로 삼았다고 합니다.

 

 

식파정 사적비

갖가지 시문이 담긴 편액들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지천 최명길, 우암 송시열, 봉암 채지홍, 그리고 조선시대 독서왕으로 잘 알려진 백곡 김득신 선생의 시문 등, 여러 편액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아쉽습니다.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이렇게 망원으로 당겨서 찍은 사진만...

그나마 가까이 있어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건 지천 최명길이 쓴 시문이네요. 병자호란 때 홀로 주화론(主和論)을 주장했던 분이지요.

식파정 앞으로는 나무다리가 놓여있어요. 백곡저수지와 닿도록 했네요.

식파정 안내도

 

<이곳에서 인근 주민들이나, 관광객들로 하여금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조성하였습니다.>

 

라고 썼는데, 식파정 풍경은 너무 편히 쉬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합니다.

우리처럼 식파정을 둘러보러 왔다가 이내 돌아서는 분들을 여럿 보았네요. 

아니, 이 사람들 진짜 식파정을 아예 전세를 냈네요.

자동차까지 끌고 들어와서 텐트를 2동이나 쳐놓고, 정자는 완전 점령을 하고 취사까지...

이 꼴불견을 보고 몹시 화가 나고 속상하기도 하고 또 오래 머무를 수도 없습니다. 이내 돌아서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식파정에는 아예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들머리에서부터 막았더라면, 걸어서 저 많은 짐들을 바리바리 싸서 들고 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누구나 와서 백곡 저수지 둘레 풍경을 즐기며 시원한 숲그늘과 옛 선현들의 발자취가 담긴 <식파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단속을 하면 참 좋겠네요. 

돌아오는 길은 우리가 아까 들어왔던 곳 말고 왼쪽으로 난 길로 따라 내려왔답니다. 길은 훨씬 더 편안하고 좋았답니다.

이쪽에는 들머리에 이렇게 임도 앞에 있는 쇠사슬 매는 기둥이 양쪽에 있더군요. 그러나 쇠사슬은 채워져 있지 않았어요.

 

집에 돌아와서 바로 진천군청에 민원을 넣었답니다.

식파정 들머리에서 아예 차량진입을 할 수 없도록 막아달라고요. 그리고 야영과 취사행위를 못하도록 단속도 철저하게 해 달라고요. 답변이 언제 올 지는 모르겠지만 오면 나중에 또 알려드릴게요.

 

※ 한빛의 문화재 나들이 이야기, 굉장히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오랫동안 글도 못쓰고 살았는데, 이제 기지개를 켜봅니다. 첫 글이 이렇게 화나는 이야기라서 죄송하네요. ㅠㅠ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