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여기 전에 이 앞으로 지나간 것 같은데?
맞아! 그때는 여기가 보수를 하고 있었거든!"
지난 2017년 8월에 영암과 강진 나들이를 갔을 때였어요.
그때 본 제 기억이 맞았네요.
보수를 하고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데도 이게 기억이 나네요.
강진 백운동 정원을 보고 나왔는데,
굉장히 너른 터에 삼층석탑이 하나 덩그렇게 있네요.
보수정비공사가 다 끝나서 이렇게 멋지고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군요.
이 석탑이 고려시대 양식이라고 하네요.
그때 이 너른 터에 진각국사 혜심 스님이 세운 월남사란 절집이 있었다고 해요.
삼층석탑 뒤로 뾰족뾰족한 바위산인 월출산이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월출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을듯한 풍광이네요.
아래는 영상으로 엮어봤습니다.
우리나라 보물 제298호로 지정되어 있네요.
여기 월남사지 삼층석탑을 해체하고 보수하는 과정에서 이 청동병이 발굴되기도 했답니다.
월남사 절터 둘레에는 담장을 쌓았던 흔적도 있고 연못 같은 구덩이도 보이고 하더군요.
이렇게 잘 다듬어놓으니까 보기에 참 좋네요.
사랑하는 남편의 이름을 부르다가 돌이 된 아내
월남사지 삼층석탑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답니다.
바로 이 돌탑을 세우던 석공의 이야기랍니다.
월남사로 탑을 만들러 가야 했던 석공한테는 아름답고 예쁜 아내가 있었지요.
집 떠나기 앞서 탑을 다 만들고 돌아올 때까지 나를 찾지 말라고 이르고 갔습니다.
남편이 너무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남편이 있는 월남사로 갔지요.
열심히 돌을 쪼개면서 돌탑을 만들던 남편을 먼발치에서 보고 돌아서려다가
그만 작은 목소리로 남편을 불렀다고 하네요.
혼잣말이었지만 그 소리를 들은 남편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동안 만들고 있던 돌탑이 와르르 다 무너져 내리면서 사랑하는 아내는 그만 돌로 변하고 말았다지요.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월남사 삼층석탑을 만들어야 했기에 다시 망치를 쥐었지만
둘레에 쓸만한 돌이 없었대요.
하는 수 없이 돌로 변한 사랑하는 아내를 다듬어서 이 삼층석탑을 세웠다고 합니다.
전설이지만 아주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석탑이네요.
행여 이곳에 가거들랑 돌탑 둘레에서 귀 기울여 보세요.
사랑하는 이가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
월남사지에는 이 절을 세운 진각국사 혜심스님을 기리는 <진각국사비>가 있답니다.
예전에 강진 무위사에도 이런 비슷한 빗돌을 봤는데,
빗돌이 굉장히 웅장합니다.
얼굴은 용의 모습이고 몸은 거북이 형상입니다.
그 위에다가 빗돌을 세웠는데,
윗부분은 깨져 있네요.
그 깨진 빗돌 일부분은 광주 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월남사지 진각국사비도 우리나라 보물 제313호입니다.
강진 월남사지 삼층석탑
사랑하는 여인이 돌로 변한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곳에서 잠깐이라도 그 옛이야기를 떠올려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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