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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과 나들이

<문경 창구리 마을> 비 내리는 돌담마을 창구리, 시골마을 풍경

by 한빛(hanbit)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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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입니다.

빗방울 머금은 호두 열매에 빨간 잠자리가 앉았습니다.

돌담을 둥그렇게 쌓은 풍경이 무척 예스럽네요.

빗방울을 머금은 이파리가 무척 싱그럽네요.

오늘 우리는 행여라도 스러져 사라질까 봐 두려워 걱정되어 먼 길 달려왔답니다.

바로 여기 문경 산북면 창구리 마을에 말이지요.

이곳은 바로 <창구서당>이랍니다.

1906년 산양면 현리 인천 채 씨 집성촌 출신 창애(蒼崖) 채규봉(蔡圭鳳) 선생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곳이지요.

<창구서당>은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데, 지금은 다 쓰러져가는 안쓰런 모습을 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둘러보는 내내 복원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답니다.

호박넝쿨 끝에는 눈이 있지요.

호박넝쿨 끝에는 손이 있지요.

대문간에 감나무가 울타리처럼 서 있습니다.

그 안에 오늘은 편히 쉬고 있는 경운기도 보입니다.

새파란 감에도 빗방울이 또르륵~

추자 위에 앉은 빨간 잠자리

추자는 이쪽 경상도 말로 호두를 말하는 거랍니다.

날개가 비에 젖어 너무 무거웠을까?

마치 날아가는 법을 잊어버린 양 한참 동안 내 눈앞에 있었지요.

어머~! 쌍둥이인가?

 

문경 창구리 마을은 돌담 마을이랍니다.

집집이 옛날 쌓은 돌담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이지요.

1970년대에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었지요. 그때 가장 처음으로 했던 일이 돌담을 걷어내어 마을 길을 넓히고 정비를 하는 거였답니다. 그런데 두메산골 깊은 이 산북면 창구리 마을은 워낙 골 깊은 곳에 있다 하여 다행스럽게도 돌담을 걷어내는 일은 피해 갔다고 하네요.

마을 들머리에 있는 창구리 새마을 창고입니다.

농촌 근대화의 상징으로 마을 공동 창고의 몫을 톡톡히 했던 곳이지요.

지금은 시골 마을마다 이런 창고들이 버려진 채 있는 스러져가는 곳이 많답니다.

누가 못생긴 여인을 호박꽃에 견줬을까요?

돌담 사이에 있는 죽은 고목에서 버섯이 피어나 돌담까지 껴안았네요.

슬레이트 지붕과 굴뚝, 그리고 가스 배출기

예전에는 저 가스 배출기도 참 열 일을 했지요.

연탄을 피워 연기를 바깥으로 잘 빼내 주는 역할을 했지요. 그런데 가끔 저게 잘 돌아가지 않아 애를 먹었던 때도 많이 있었지요. 

어릴 적에 저 호박넝쿨을 따 가지고 목걸이를 만들고 놀던 때도 있었지요.

호호~ 마치 누구를 가리키는 것 같아~!

이끼 낀 담벼락 위에 담쟁이넝쿨

담쟁이넝쿨 끝에도 눈과 손이 있나 봐~!

돌담 풍경 참 좋다~!

돌담 끝에 이어진 헛간

아, 담배 건조실일까요?

흙담으로 쌓은 건물, 무척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우와~! 실하다~!

저는 어릴 때부터 호박꽃도 좋고 호박도 좋고, 호박넝쿨도 참 좋았답니다.

할머니와 함께 한 추억도 많아서 남달리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쓴 시 한 편 올립니다. 2004년 등단 시 <호박>입니다.

 

호박 - 시 한빛 손현희 -

 

뒤뜰 작은 텃밭에
몇 삽 안 되는 구덩이 파고
통통하게 살찐 놈만 골라서
호박씨 여나무 개 꾹꾹 눌러 꽂았다.
아침마다 밤새 모은 요강 단지 들고 가
애탄 기다림 오줌을 부었다.
새파란 떡잎이 쏘옥쏙 올라올 때마다
신기한 환호성 지르고
넝쿨이 뻗을 때 여린 순과 잎을 따
된장국물 옷 입혀 밥 한 술에 걸쳤다.
토실해진 새파란 놈은 저녁 밥상에 오르고
몇 놈은 남겨두어 달콤한 호박죽을 기약했다.
오줌 붓던 할머니 얼굴엔
결실의 웃음 가득
뒤따르며 넝쿨 목걸이 만들던 어린 나는
벌써부터 호박죽 향기 침이 가득 고였다.

 

문경엔 사과, 오미자가 이름나 있지요.

여기는 문경사과를 키우는 밭이네요. 벌써 빨갛게 익어가네요. 제 주먹보다 더 크답니다.

빗방울 머금은 문경사과 

아, 사과밭 가장자리에서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과밭 주인이 지나가다가 거기서 뭐하냐고 한마디 하십니다.

예전에는 고추밭에서 고추 사진 찍다가 고추도둑으로 몰릴 뻔도 했는데... 하하하!!

 

창구리 마을 앞에 흐르는 대하리천입니다.

요 며칠 비가 와서 물이 꽤 많이 불었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굉장히 깨끗합니다.

창구리 마을 풍경을 한눈에 넣고 돌아오는 내내 대하리천이 따라옵니다.

물안개가 그윽하게 핀 참 멋스러운 풍경이었지요.

※ 창구서당에 얽힌 이야기는 여기로 ☞

https://sunnyhanbit.tistory.com/245

 

<문경 창구서당> 금세 쓰러지겠다 진짜 복원되면 좋겠다!

"있잖아~! 진짜 이번에 가보지 않으면 영영 못 볼 수도 있는 데가 하나 있거든? 이번 주엔 거기 가지 않을래?" "엥? 그게 뭔데? 어딘데?" 앞서 소개한 돌담 풍경이 아름다웠던 문경시 산북면 창구리

sunnyhanbit.tistory.com

 

※ 문경시 산북면 창구리 마을 풍경과 창구서당을 유튜브 영상으로도 만들었습니다. 

 

https://youtu.be/FX08U7dBN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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