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휴가 때인 지난 7월 31일,
전국에 태풍 '송다'가 올라온다고 온통 비 소식이 있던 때였습니다. 겨우 3일 받은 휴가인데 내내 비 소식만 있어 당최 어디로 가야 할지 계획을 잡을 수 없었지요. 그러다가 가게 된 곳이 바로 영천 나들이였습니다.
영천에서도 몇 군데 다녀왔는데, 오늘은 <영천 귀애정>과 <귀애고택>을 소개할까 합니다.
여기 귀애고택에는 사실 두 번째 온 거랍니다.
지난해 9월에도 왔었는데, 그때는 추석 때라서 집안에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명절 때 식구들끼리 모였는데 우리가 방해할까 걱정되어 바로 차를 돌려서 되돌아나왔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세상에나! 고택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는 길이 있더군요. 그땐 그걸 몰랐어요.
아하!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왔을 때에도 비가 왔었는데 오늘도 역시 비가 내리는군요. 비가 올 때 나가서 촬영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지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우산까지 쓰고 촬영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꿋꿋이 갑니다.
영천은 '별의 도시'입니다. 영천 보문산 천문대가 있어 별을 관찰하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그걸 상징하는 조형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별을 따는 아이'입니다.
오늘 우리가 둘러볼 곳이랍니다. 바로 영천 귀애정입니다.
한눈에 봐도 멋스럽지 않습니까?
귀애고택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나오면 바로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귀애정으로 가는 길이 따로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지난해 왔을 때 둘러보고 갔을 겁니다. 하하하
연분홍 상사화가 예쁘게 피었네요. 빗물을 머금은 모습이 무척이나 청초합니다.
귀애정은 굉장히 아름답게 지은 옛집이에요.
가장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사당인 듯하네요.
우와~!!!
여기 귀애정은 가을에 와도 무척 아름답겠습니다.
굉장히 큰 은행나무가 많더군요.
그 가운데에도 이렇게 들머리에 있는 은행나무 아래에는 너른 자리를 마련해놓아 퍽이나 운치 있는 곳이었어요. 지금 아직 설익은 은행이 우수수 떨어져 있더군요. 연둣빛 은행들이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는 걸 처음 봅니다.
연꽃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귀애정
귀애정 앞으로는 네모난 연못이 있습니다.
" 하늘은 둥글고 땅(세상)은 네모지다"라는 <천원지방 사상>으로 만든 네모난 연못입니다.
예부터 우리나라 전통 연못을 만들 때는 '세상은 네모지다'라고 생각해서 늘 이렇게 네모 모양으로 만들었지요.
지금 한창 연꽃이 피어서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었네요.
조금 일찍 갔더라면 더 풍성한 연꽃을 구경할 수 있었겠네요.
귀애정 건물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누마루를 따로 앞으로 내서 세웠는데 매우 멋스럽네요.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면, 맨 뒤로 귀애정(龜厓亭)이 있고 그 앞으로는 육각 정자가 따로 있네요.
맨 왼쪽에는 따로 담장을 둘러서 사당을 두었네요.
아마도 연꽃이 지금은 조금 질 때일 겁니다. 연꽃이 이 연못을 가득 메웠을 때를 상상해보면, 진짜 아름다운 풍경이었겠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말이지요.
옆에서 보니 귀애정 앞으로 누마루가 있는데 ㄱ 자 모양으로 꺾어서 앞으로 내놓았네요. 이 누마루와 육각정 때문에 더욱더 멋스럽습니다.
육각정 뒤로 ㄱ 자로 꺾인 누마루가 무척 웅장해 보입니다.
또 육각정은 연못에다가 따로 동그랗게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다가 지었어요. 나무다리까지 놓아서 귀애정에서 육각정으로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했네요.
진짜 아름답고 멋스럽습니다.
이렇게 말이에요.
그리고 이 누마루에는 따로 수월루(水月樓)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연못 위에 비친 달'이란 뜻입니다.
수월루 글씨는 조선후기 명필가였고 이조판서를 지낸 조석여 선생이 썼다고 합니다.
옆에서 보는 귀애정 수월루입니다. 이쪽에도 일각문이 하나 있는데 안쪽으로 잠겄더군요. 그렇다면 출입문은 저기 건너편에 보이는 문이겠군요.
연못에 달이 은은하게 비치는 밤에 수월루에 서서 내려다보면 정말 아름답고 시원하겠습니다. 시 한 수 그냥 읊어질 듯보입니다.
아름다운 귀애정과 육각정을 눈에 한 번 더 넣고요. 이번에는 들머리 쪽으로 가 봅니다.
영천 귀애정은 조선 후기의 문인인 귀애 조극승(曺克承)[1803~1877]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지은 <귀애고택> 안에 있는 정자랍니다. 선생은 1831년 순조 때에 식년 문과에 급제하였고 사간원 간사, 사헌부 집의 등의 벼슬에 올랐습니다.
또 공조참의 벼슬까지 내려받아 당상관까지 오른 분이라고 합니다.
위 조형물은 아마도 귀애 선생의 덕행을 칭송하는 글인 듯한데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제대로 읽기는 어렵네요.
경상북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귀애정입니다.
남편은 오늘 영상 촬영 때문에 캠코더에 삼각대, 우산까지 쓰고 가면서 촬영하려니 여간 고생이 아니네요. ^^
들머리는 따로 문이 있는 게 아니라 담장만 있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잡풀이 많이 우거져 있네요.
꽃망울이 작은 개망초꽃이 피어 있어 이것도 꽤 운치가 있네요.
풀은 우거져있지만 가운데로는 여러 사람이 밟고 지나간 흔적이 있어 길이 나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먼저 사당이 보입니다.
귀애 조극승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데요. 따로 편액은 걸리지 않았네요.
나라에서 영원히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불천위 사당'입니다.
수월루에 올라 연못속에 비친 달을 보며 꿈속조차 기뻐할 삶
이쪽에도 작은 일각문이 하나 있습니다. 일각문을 지나 들어가면 바로 이런 모습이지요.
귀애정입니다. 겹처마로 된 건물에 수월루 누마루까지 이어지는 통로는 툇마루를 두어서 갈 수 있네요. 온돌방이 여러 칸이 됩니다.
귀애정 편액 옆으로 몽희헌(夢喜軒)이라 쓴 현판이 있습니다.
'꿈속에서 기뻐하다'라는 뜻이라는데,
귀애 조극승 선생은 벼슬을 마치고 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이렇게 고향으로 내려와 정자를 짓고 제자들을 길러내며 많은 문인들과 교류를 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조극승 선생은 귀애정의 아름다움을 「귀애십영(龜厓十詠)」이라는 시를 지어 노래했다고 합니다.
귀애정이 있는 마을의 10가지 절경은
[東嶺邀月 동영요월] 동쪽 산봉우리에서 맞이하는 달빛 풍경,
[西山落照 서산낙조] 서쪽 산에 떨어지는 낙조 풍경,
[花嶽靑嵐 화악청람] 화악산(花嶽山)의 푸른 기운이 도는 풍경,
[賢岑丹楓 현잠단풍] 현잠(賢岑) 봉우리의 단풍 절경,
[方塘烟柳 방당연류] 네모난 연못에 연기 같이 피어오르는 버드나무 모습,
[前溪釣魚 전계조어] 앞의 시내에서 물고기 잡는 풍경,
[後園看花 후원간화] 후원 뜰에서 꽃을 바라보는 풍경,
[平蕪牧牛 평무목우] 잡초가 우거진 평지에서 동자가 소를 키우는 풍경,
[籬下霜菊 이하상국] 울타리 아래의 가을 서리 낀 국화 모습,
[嶺上孤松 영상고송] 산봉우리 위의 운무에 가려진 고독한 소나무 모습 등이다.
수월루에 올라 연못에 비친 달을 보며 아름다운 꽃과 시원한 바람, 새소리를 벗 삼아 시를 읊고 세상 이야기를 하던 선생의 풍류가 느껴집니다. 오죽하면 꿈속에서도 기쁨을 누리는 집이라고 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귀애정 앞 연못에는 커다란 돌 거북이 하나 있습니다.
귀애정(龜厓亭) 편액과 오른쪽으로는 수월루(水月樓), 왼쪽으로는 몽희헌(夢喜軒) 현판을 걸었네요.
선생의 호가 '귀애(龜厓)'인데, 바로 선생이 태어나신 이 고향 마을 이름이 '귀호리'입니다. 거북이와 연관이 많은 곳이지요.
'거북이가 언덕에 있는 터에서 태어났다'해서 조극성 선생의 호가 '귀애(龜厓)'입니다.
귀애정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면, 아까 보았던 육각 정자가 있습니다.
나무다리를 놓아서 건너갈 수 있게 했는데, 아쉽게도 끈으로 막아놓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다리 앞쪽 몇 칸이 깨져서 빠져 있더군요.
육각정에는 탁자도 놓여있고 저기 앉아서 연못에 핀 예쁜 연꽃을 보며 차 한 잔 하면 더 없이 행복하겠네요.
그러나 위험하니 건너가지는 않았습니다. 또 이렇게 막아놓았을 때는 들어가지 말라는 게지요.
그런데 우리가 촬영을 다 마칠 즈음에 중년 여인 세 사람이 왔는데 굳이 저 끈을 무시하고 육각정까지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조금 씁쓸했습니다.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막아놓은 곳인데 굳이 들어가야 했습니까? 애고..........
나무다리뿐 아니라, 수월루도 기둥마다 모두 단단한 끈으로 칭칭 둘러서 묶어놓았더군요. 건물이 틀어지지 말라고 저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더 상하기 전에 손을 봐야겠군요.
조극성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은 담장과 문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옥 고택 숙박 체험 귀애고택
아름답고 멋스러운 귀애정에서 귀애고택을 바라봅니다.
이젠 귀애고택에도 가 봅니다.
아까 나와서 마중까지 해주었던 강아지 두 마리가 부엌문 앞 뜰에 앉아서 가만히 우리를 봅니다.
아이들이 굉장히 순하고 착하더라고요. 다 둘러보고 돌아올 때까지 단 한 번도 짖지를 않더군요. 낯선 나그네한테도 꽤나 익숙한 듯 그저 무심히 보고는 돌아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퍽 인상 깊었어요.
귀애고택도 굉장히 크고 너릅니다.
그런데 그 옛날에는 이 귀애고택이 무려 47칸이나 되는 굉장히 큰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문헌공 조명직(曺命稷)[1733~1807]이 1767년(조선 영조 43)에 이곳으로 터를 잡아 들어온 뒤, 귀애 조극승(曺克承)[1803~1877], 운파 조병수(曺秉秀)[1832~1903] 등 일산 삼대가 이곳에 살면서 귀애정·사당·별묘·육각정 등 47칸을 건축하였는데, 별묘는 벌써 50여 년 전에 무너졌다고 합니다.
또 1988년에는 큰 불이 나서 사랑채, 아랫 사랑채 등 15칸이 다 타버리고 1991년에 사랑채를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하네요.
지금은 이 귀애고택이 한옥 전통체험을 하는 숙박시설 인증을 받아서 꾸리고 있답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귀애고택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수월루 연못에 비치는 달구경도해보면 참 좋겠습니다.
귀애고택(龜厓古宅) 행랑채이자 출입문입니다.
우리가 귀애정을 찾아갔을 때, 마중 나와서 반겨주던 강아지가 이번에는 잘 가라고 배웅까지 해주네요. ^^
오늘은 연못과 누마루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자, 또 비 내리는 날과도 더욱 잘 어울렸던 영천 귀애정과 귀애고택을 소개했습니다.
☞ 영천 귀애정과 귀애고택에 다녀와서 만든 제 채널 <한빛문화재여행TV>에 소개한 것도 함께 감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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