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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장수 자락정] 경치좋은 정자 구경 갔는데 매서운 바람에 수박 겉핥기만 하고 왔네!

by 한빛(hanbit)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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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구미에는 3월 초 한창 봄이 스며들고 있을 때였지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나선 나들이길, 장수에 다다랐을 때 어이쿠~! 오늘 날씨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았네요.

 

장계천 물길이 가늘게 뻗어가는 둑방길을 따라 갑니다. 저 길 끝자락에 오늘 우리가 찾아가는 <자락정>이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자락정입니다.

그런데 막상 차에서 내리니 우와! 날씨가 장난 아닙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그리고 또 왜 이리도 추운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자락정(自樂亭)에 왔으니 안내판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9호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박수기(朴秀基 1429~1510)가 아내의 할어버지인 김영호가 살던 장수로 내려와 지은 정자라고 합니다. 박수기는 충청도 유성 사람으로 결혼을 하면서 아내의 고향인 장수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고 해요. 관직을 물러난 후에는 이곳에 내려와 정자를 짓고, 심신을 수양하여 보냈다고 합니다.

자락정은 조선 성종 10년(1479)에 처음 세웠다고 하니, 올해로 543년이 되었네요.

자락정 옆으로는 너른 들판이 있고요. 그 끝에는 새만금포항고속도로(완주~장수)가 가로지르네요.

앗~! 이건 아니지요.

아마도 어떤 관광객 일행이 왔다간 흔적인 듯하네요.

우리 소중한 문화재를 보러 와서 이렇게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건 아니지요.

 

제발 이런 몰상식한 짓은 하지맙시다!!!

자락정에 오르는 통나무 계단

어머나~! 이건 정말 너무 앙증맞은 게 아닌가요?

하하하~ 자락정에 올라가는 계단인데요.

통나무에다가 층을 내어서 계단을 만들었네요.

그런데 너무 좁아서 조심조심 올라가야 합니다.

 

신발을 벗고 좁은 통나무 계단을 따라 자락정 위에 올라왔어요. 

우와~! 정자에 올라오니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붑니다. 더구나 정자는 사방이 트여있으니 휘몰아치는 바람을 온전히 다 맞게 되네요.

540년도 더 지난 오랜 세월이다 보니, 정자에 걸린 현판들도 많이 있더군요.

한자를 잘 몰라도 떠듬떠듬 읽어보고 싶은데, 매서운 바람이 자꾸만 내려가라고 떠미네요. 후훗~

자락정 뒤쪽에는 박수기 선생과 김영호 할아버지의 후손들이 세웠다는 <자락정 유허비>가 있습니다.

원래부터 있던 바위 위에다가 세웠네요.

 

자락정(自樂亭) 편액

자락정(自樂亭) 편액인데요.

'스스로 즐긴다'라는 뜻인데, '자연을 벗 삼아 즐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박수기 선생은 연산군의 폭정에 벼슬에서 물러나 이렇게 아내의 고향 땅으로 내려와 지냈다고 합니다.

자연을 벗삼아 살다가 가신 선생의 성품이 잘 드러나네요.

 

자락정 또한 그렇게 자연을 닮은 듯보였답니다.

정자 앞으로는 장계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물길이 좁아 보이지만, 그 옛날에는 정자에 앉아서 내다보는 풍경이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을 듯합니다.

자락정 바닥인데요.

마치 짜깁기를 한 듯보입니다.

옛것은 옛것대로 새로 손본 것은 그것대로 나름대로 잘 어울리네요.

정자 바깥 부분들도 이렇게 새로 손본 흔적이 뚜렷하네요.

 

느티나무 세 그루와 어우러지는 자락정

자락정 곁에 있는 느티나무 사이에 깨진 빗돌처럼 보이는 게 있네요.

아마도 옛날부터 있던 빗돌 같아 보이네요. 혹시 이게 처음 세웠던 <자락정 유허비>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1883년에 후손들이 세웠다고 했거든요.

또 다른 나무 사이에는 이렇게 비 갓으로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새롭게 고치고 손을 보면서 옛날부터 있던 빗돌이 부서져서 그냥 내버려 둔 듯보이네요. 이런 건 좀 아쉽네요.

자락정유허비

그러고 보니, 아까 보았던 <자락정 유허비>는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네요.

누군가 자락정 옆에 있는 큰 느티나무에다가 그네를 매달아 두었네요.

맘 같아서는 한 번 타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줄이 끊어질까 봐~~~ 하하하!!!

오늘 자락정 나들이는 구미와는 너무나 달랐던 날씨 때문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조금은 대충대충 둘러본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장수 자락정

어쩌면 그래서 더욱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는 장수 자락정 나들이었답니다. ^^

 

https://youtu.be/BBCojfJP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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