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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삽짝문 달린 초가집, 참 정겹다!<영동 세천재>

by 한빛(hanbit)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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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세천재 사립문

초가집 낮은 담장 사이로 사립문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여기 충북 영동군에서도 또 제가 나고 자란 경상도 땅에서도 이 사립문을 '삽짝문'이라고 했지요. 해 질 녘 아버지가 돌아오실 즈음엔 꼭 할머니가 이렇게 얘기하셨지요.

"야이야~~삽짝걸에 나가봐라 아부지 오시나~"

 

삽짝걸은 사립문 밖을 말하는 거였지요.

영동 세천재

삽짝문 정겨움도 좋았지만 살가운 초가집이 더욱 아름다웠던 <영동 세천재>를 소개할까 합니다.

충주박씨 세거지지

얼마 앞서 잇달아 소개했던 <사로당>이나 <오촌 박응훈 효자문>, <송계서원 유허비각>과 <송계 단소> 등은 모두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 있는 마을이었어요. 이 마을이 충주박씨 집성촌이더군요. 오늘 찾아간 <영동 세천재>도 바로 충주박씨 재실이랍니다. 지금은 재실로 쓰고 있지만 옛날에는 후손들이 학문을 배우고 익히던 배움터였지요. 

영동 세천재

또 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인 만취(晩翠) 성하식(成夏植,1881∼1958) 선생이 훈장으로 지내면서 많은 인재를 길러낸 곳이었다고 해요. 선생은 훗날 상해 임시정부에서 '흥업단(興業團)'을 조직하여 초대 재무부장으로서 독립군의 군자금을 마련하여 나라를 위해 애쓴 분이랍니다.

 

또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이 지역 유림들을 모아서 여기 세천재에서 시국 강연을 한 곳으로도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올해 거둔 볏짚으로 새로 지붕을 올렸나 봅니다. 새옷으로 갈아입은 이엉이 참 예쁘네요. 담장 위를 빙 둘러 이어놓았는데 그 선이 무척이나 예쁘고 곱네요.

세천재 사립문은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데 정작 세천재 출입문은 잠겨 있었지요. 그렇다면? 네 바로 여기로 들어가면 되겠지요? 틀림없이 재실로 들어가는 쪽문이 따로 있을 거예요.

이 멋진 초가집은 재실 관리사일 겁니다. 제사를 지낼 음식이나 제기 등 여기에서 모두 준비하겠지요?

아하~! 역시 쪽문은 이렇게 열려있네요. 

관리사 마당이 꽤 넓습니다.

세천재 관리사

또 마루에는 유리문을 달아놓기도 했네요.

세천재 쪽문

이렇게 쪽문이 열려 있으면 정말 고맙고 또 고맙지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라면 이렇게 한 곳이라도 문을 열어두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일부러 먼 데서도 이런 문화재를 찾아서 왔다가 문이 꽁꽁 잠겨있다면 헛걸음을 하게 되니까요. 문화재를 관리하는 후손들도 이런 배려는 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문화재 관리하기에는 조금 번거롭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문화재이니까 그 정도 관리는 감수해야겠지요.

충북 문화재자료 제29호인 세천재입니다.

세천재 앞에 있는 배롱나무가 매우 멋들어집니다. 게다가 가운데 나무는 기둥을 떠받치는 지지대까지 세웠네요.

배롱나무가 세 그루나 있네요. 그 옛날 어느 여름날 이 마루에 앉아서 공부를 하다가 마당을 내다보면 참 예뻤겠네요.

대청은 오랜 세월이 느껴집니다.

꽤 널찍하네요.

 

충주 박씨 집안의 가훈이 따로 있다!

세천재(歲薦齋) 편액

가전충효 세수돈목(家傳忠孝 世守敦穆)

 

요즘은 가훈을 집집마다 만드는 게 보통이지만 충주 박씨 집안에서는 예전부터 대대로 써오던 게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가전충효 세수돈목(家傳忠孝 世守敦穆)'입니다. 위아래로는 나라 사랑과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라 가르치고, 옆으로는 서로 배려하고 화목하라는 뜻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걸 가장 기본으로 삼고 서로 배려하고 화목하게 지내라고 하는 걸 충주 박씨 온 문중들의 공통된 가훈이라고 하니 놀랍고 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정 대들보도 엄청 크고 굵습니다. 큰 나무 한 그루가 통째로 쓰였겠네요.

대청에 올라보니, 초가지붕 관리사가 더욱 예뻐 보입니다.

세천재를 빙 둘러싼 담장이 낮아서 더욱 정겨워요. 아! 그리고 이런 옛집에 오면 꼭 보는 게 있는데요. 위 사진 오른쪽 아래쪽에 보면 배수로가 있어요. 이런 배수로를 집 둘레에다가 만들어놓은 곳이 많지요. 물 빠짐이 잘 되도록 만든 것인데 이런 걸 볼 때마다 우리 조상들의 건축 기술과 슬기로움이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지요. 참 뿌듯합니다.

오늘 이 초가지붕 관리사에 눈길이 많이 갑니다.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굉장히 편해집니다.

이젠 뒤쪽으로 돌아가 볼까요? 뒤쪽으로도 배수로를 아주 잘 만들었네요. 그리고 이쪽 방 아궁이는 뒤쪽에 있네요. 보통 굴뚝이 뒤에 있는데 이것도 재밌네요.

봉창 같은 쪽문을 만들어둔 것도 참 재밌네요. 

보이세요?

빙 둘러서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배수로를 만들어둔 게 말이에요.

 

세천재는 앞면이 4칸이고 옆면이 3칸인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옆에서 보는 모습도 멋스럽습니다. 처마 곡선도 예쁘지요?

굴뚝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낮게 만들었네요. 낮은 굴뚝은 영동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랍니다.

그나저나 진짜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는 여름철에는 정말 아름답겠습니다.

세천재에 배롱나무꽃이 피면?

마치 이런 풍경일까요? 하하하

네. 제가 마술로 겨울철에 배롱나무꽃을 피워봤어요.^^ 

배롱나무 나무둥치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에요.

배롱나무가 껍질을 스스로 벗고 제 몸을 비틀린 채로 자라고 있습니다. 마치 큰 구렁이를 보는 듯도 하네요.

세천재 관리사 앞에는 아마도 새로 이엉을 만들어 이고 난 헌 이엉이 보이네요. 지난번에 <영동 성장환 고택>에서도 이런 풍경을 봤지요. 도시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이엉을 엮은 솜씨 좀 보세요.

참 예쁜 집입니다.

 

세천재 앞에는 마을 체력단련장도 있고 솔숲이 있어서 숲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아주 멋스럽더군요.

숲 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세천제가 보이네요. 아까는 몰랐는데 세천제 위쪽으로 작은 연못도 있었네요.

 

오늘은 독립운동을 했던 만취(晩翠) 성하식(成夏植) 선생과 초대 부통령 이시영 선생의 유적지이기도 하고요.

'나라를 사랑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남을 배려하고 화목하게 지내라'는 문중의 오랜 가훈이 따로 있었던 '충주 박씨' 재실이자 학당인 <영동 세천재>를 둘러봤습니다.

 

관리사 초가지붕과 담장에 얹은 이엉이 매우 정겨웠고 세천재를 빙 둘러 파내서 만든 배수로를 보면서도 참 슬기로웠던 옛 어른들의 손길도 느껴봤네요.

 

https://youtu.be/8pKnLQWy4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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