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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과 나들이

<증평 사곡리우물>말세를 경고하는 '말세우물'을 아시나요?

by 한빛(hanbit) 202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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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군 증평읍에 가면 <말세우물>이라 불리는 우물이 하나 있답니다.

마을 이름은 사곡 2리이고요. <사청 마을>이라고 합니다.

  • 사청(射廳, 새칭이) : 증평읍 시가지에서 사곡1리(궁전,질벌) 동쪽에 있고, 충북선 철도 굴다를 지나면서 오른쪽에 있는 마을이다. 활을 쏘는 사정(射亭)이 있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증평 사곡리 우물(말세우물)

 

증평 사곡리 우물은 사시사철 어느 계절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해요.

원래는 여기에 우물이 없어서 먼 곳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1456년)  어떤 노승이 이 마을을 지나다가 목이 말라 이 마을 아낙한테 물 한 그릇을 달라했는데, 10리나 떨어진 곳에 가서 물을 길어와 드렸다고 합니다. 이에 감동한 스님이 우물 자리를 찾아주고 샘을 파라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이곳의 우물을 파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을 것이고, 장마에도 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라에 난리가 나면 물이 넘쳐버릴 것입니다. 더구나 물이 세 번 넘쳐흐르게 되면 말세가 도래할 것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바로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라고 일러주고 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우물 안을 들여다봤는데 진짜 깊더라고요. 그리고 물이 찰랑찰랑합니다. 

증평 사곡리 우물 정주제(충북일보 사진)

우물의 깊이가 5m쯤 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30~60cm쯤만 줄어들 정도라고 하네요. 

'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과 칠월칠석을 전후해 해마다 두 차례 우물 청소와 함께 제사를 올린다.'고 합니다. 

 

'영천(靈泉)'이라고도 하는 사곡리 우물입니다. 그만큼 신령스러운 샘이라는 뜻이겠지요?

1947년 우물 석축 일부를 부분 보수했고 1996년 목재 귀틀난간을 대리석으로 교체했다가 2007년 상층부 우물 석축을 바른 층 쌓기로 보수하고 난간은 방부목 귀틀로 원형 복원했다고 합니다.

 

영천(靈泉) 말세를 알리는 우물

아까 말세를 알리는 우물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이 우물이 넘친 게 두 번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은 우물을 판지 140년 가까이 지난 1592년 정월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임진왜란이 그 해 5월에 일어났는데 그걸 알리는 징조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뒤로 300년 지난 1910년 정월에 다시 물이 넘쳤는데, 그 해 7월에 이른바 경술국치일 때입니다.

그동안 우물이 두 번 넘쳤던 것이지요.

 

이밖에도 우물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물이 굉장히 많이 불어난 때가 몇 번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1950년 6.25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우물 아래 1m까지 불어났다고 하고요. 1995년 11월에도 물이 많이 불어났다가 줄었는데, 아마도 IMF를 가리킨 것 같다는 말도 있습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물이 넘칠 뻔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나라에 큰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물이 넘치거나 물의 높이가 불어났다는 건, 정말 우물 자리를 찾아준 노승의 경고를 절대 무시할 수 없을 듯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풍경입니다. 뭐냐고요?

이 신령스러운 <말세우물> 앞에 생수 대리점이 있더군요.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참 신기하더군요. 아마도 저 생수 대리점은 장사가 아주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우물 앞에 있는 정자에 나무로 만든 두레박이 있네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두레박입니다.

마을 쉼터인 정자가 꽤 널찍하네요.

어머나! 옆에 보니까 이렇게 고무통으로 된 두레박도 따로 있더군요. 내친김에 물도 길어봤습니다.

우물이 굉장히 깊은 데다가 어릴 때 해보고 처음 길어보는 거라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하하~

와~! 생각보다도 물이 굉장히 맑았어요. 두레박이 찢어진 데가 많아서 하나 가득 길어 올렸지만 다 새고 요것만 남았어요.

물에 손을 씼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굉장히 시원했답니다. 진짜 얼음장처럼 차가웠어요.

 

그러고 보니, 이 우물은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여름에는 차가운 물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우물비를 세우는데 힘을 보탠 분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혀있네요.

우물 곁에다가 예쁜 꽃들을 심어놓았어요. 마을 분들의 정성이 엿보이더군요.

지금으로부터 566년 앞선 1456년에 만든 우물이 지금까지 두 번 넘쳤다고 했지요? 아직까지 세 번은 아니라는 건데, 전 세계를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휘감은 때이지만 아직 우물이 넘치지 않았다는 건 이보다 더 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곡리 우물비

사곡리 우물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하늘이 충실히 행하는지 살피고 있으니

진리를 따르도록 하고

고독하게 혼자 있어도 자중하며

스스로 삼가할 줄 알라

 

모든 나무에 뿌리가 있듯이

어버이가 계셔서 내가 사는 것이니

먼저 부모를 잘 섬겨야 만사가

뜻한 대로 이루어지느니라

 

마을 사람들의 바람과 이 말세우물을 신성시하며 몸과 마음을 스스로 정갈하게 하겠다는 다짐처럼 보입니다.

 

사곡2리 사청마을 확성기

마을에서는 도승의 말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정성껏 정갈하게 관리 사용하며 세세년년 국태민안으로 정든 고향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며 예고의 이 우물을 항시 주시하며 신성시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우물이 넘치지 않기를...

서기 1996년 5월 동민 일동 세움 (말세를 알리는 우물)

 

마을 사람들의 큰 바람인 세 번째 우물이 넘치지 않기를...

저도 함께 빌고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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