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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영동 사로당> 80평생 늙도록 한 방에서 책을 읽으며 지낸 4형제 우애가 아름답다

by 한빛(hanbit)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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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황간 매곡면 내동마을 &amp;lt;사로당&amp;gt;

금방이라도 눈이라도 뿌릴 양 하늘이 시커멓게 덮이는 때에 다다른 곳은 영동군 황간읍 매곡리 내동 마을입니다. 아침에 나설 때만 해도 이렇듯 흐리지는 않았는데 목적지에 닿자마자 하늘이 어두워지네요.

내동마을회관 바로 앞에 있는 49번 국도 앞입니다.

내동 마을 버스정류장 앞에는 아주 낯익은 풍경이 보이네요. 황간역에서 항아리에 쓴 시를 많이 봤는데 그 중에도 박남근 시인이 쓴 항아리 시를 여기서 또 만나네요. <겨울 홍시>를 찬찬히 가슴에 담고 눈에 그려봅니다. 참 예쁜 시입니다.

 

박남근 시인이 태어난 고향이 바로 여기 내동 마을이라고 하네요.

내동마을 앞 골목으로 곧장 들어와서 오늘 가려고 하는 곳은 <사로당(四老堂)>인데 길을 잘못 들었나 봅니다. 저기 위 사진에서 보이는 집 너머에 있는 건물이 바로 그곳인 듯하네요. 이 길이 아닌가 보네요.

그러고 보니, 어디에도 <사로당> 알림판이 안 보입니다. 이왕이면 골목 어귀에 알림판 하나 세워주면 이렇듯 헤매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골목 끝에 우리가 찾는 곳이 보입니다.

4형제의 우애와 효행으로 늙도록 함께 책을 읽다!

 

<영동 사로당(四老堂)>입니다.

사로당 앞 골목입니다. 영동은 감의 고장이랍니다. 이 골목 안에도 감나무가 집집이 여러 그루씩 되네요.

 

아아, 고맙게도 문이 열려 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데가 없습니다.

충주 박씨 농와(聾窩) 박수근(朴守謹, 1674~?)의 4형제가 학문을 익히던 서당이랍니다.

박수근 선생은 영조 대에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좌랑과 무안 현감을 지냈다고 합니다. 선생과 아우 수인(守認), 수해(守諧), 수원(守源) 이 4형제가 나이 80이 되도록 학문을 익히던 서당으로 1710년(숙종 35)에 처음 짓고 1767년(영조 43)에 중수하였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고쳐지어 지금의 모습이랍니다.

네 형제가 나이 80이 되도록 한 방에서 함께 모여 책을 읽으며 효행을 다하고 서로 우애 있고 화목하게 지냈다 하니, 참으로 본받을 만한 분들입니다.

사로당 문얼굴과 들어열개문

 

돈목당(敦睦堂)과 완락재(浣樂齋)라 쓴 현판이 걸려 있네요.

돈목재(敦睦堂)

돈목당(敦睦堂)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앞서 합천 묘산마을 육우당에서 보았던 현판과 같은 이름이네요. '형제들과 서로 화목하고 우애있게 하라', 또는 '정이 두텁고 화목하다'라는 뜻이지요.

완락재(浣樂齋)

완락재(浣樂齋)

이는 “옷자락을 가지런히 하고 즐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돈목당과 완락재, 그 현판의 이름만 봐도 이 집에서 마음을 닦고 학문을 익히며 형제간에 우애 있고 화목하게 오순도순 살았을 네 형제가 그려집니다.

완락당 현판이 걸린 방을 자세하게 살펴봅니다.

방문이 좀 남다르지 않나요? 아 참, 이와 같은 문을 '문얼굴'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로당 완락재는 기둥과 기둥 사이, 벽면 전체에 문얼굴을 달았는데 그 속에 또 작은 문이 있습니다. 보통 때에는 이 작은 문을 열어서 밖을 내다볼 수 있고 통풍도 하겠지요. 

 

여름철에는 이 문얼굴 전체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들어열개문'으로 만들었습니다. 맨 아래쪽에 문고리가 두 개가 달려 있지요? 문짝 전체를 들어 올려서 저 문고리를 위쪽에 걸 수 있게 만든 겁니다. 김천에 있는 '방초정'에 가면 이 '들어열개문'으로 된 문이 있지요.

김천 방초정 들어열개문

여름철에는 저렇게 문을 위로 들어올려 고정시켜서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지요. 공간을 따로 구분 없게 하기도 하고요.

대청의 마루 결을 보니, 오랜 세월이 느껴집니다.

사로당 옆면에는 쪽마루가 놓여있네요.

뒤쪽에서 본 사로당입니다. 

여기에는 굴뚝이 아예 없습니다. 아니 오른쪽으로 보이는 방에만 달랑 구멍 두 개를 뚫어놓았답니다. 이쪽 영동 황간읍에서 자주 보이는 굴뚝 형식이랍니다. 양반집에서 이렇게 굴뚝을 낮게 하는 건 그만큼 검소한 삶을 살았다는 뜻이라고도 하더군요.

쪽마루 아래에 구멍 두 개 뚫린 굴뚝입니다.

마루 밑 기둥

사로당에는 왼쪽 방에만 이렇게 아궁이가 있답니다.

오늘 둘러본 영동 매곡면 노천리 내동 마을 사로당에서도 지난번 합천 육우당에서 만난 여섯 형제의 우애가 깃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네 형제가 나이 들어 늙도록 서로 화목하게 지내며 오순도순 살았다는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습니다.

 

https://youtu.be/rfz19Fhhn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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