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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괴산 연풍 순교성지와 연풍 향청] 연풍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십자가! 가슴이 먹먹했다!

by 한빛(hanbit) 2021.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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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성지

괴산군 연풍면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있었지요.
바로 십자가였습니다.
연풍 IC에서 빠져나오는 램프구간에서도 그 십자가가 보인답니다.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십자가입니다.
십자가 모양이 남다른 문양이지요.
저 문양을 정확하게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알파와 오메가를 표현한 건 가요?

연풍 성지

괴산군 연풍면은 소백산맥 중에서도 험한 지형이라서 일찍이 경기. 서울 지역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를 피해서 이곳으로 숨어들어 살아온 교우촌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여기가 성지가 된 것은 아주 슬프고 아픈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연풍 성지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연못이 아름답습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교회는 개신교 교회입니다.

[성 황석두 루카 회장과 보령 갈매못성지 순교]

성 황석두 회장 루카 무덤

이 연풍성지 안에 무덤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병인박해 때에 보령 갈매못에서 순교한 다섯 성인 가운데 한 분인 황석두 님의 무덤입니다.
이 분의 고향이 바로 이곳 괴산 연풍입니다.
이 분의 무덤을 문중 묘에서 발굴 확인하여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보령 갈매못 성지
왼쪽이 루카 황석두 회장과 오른쪽은 갈매못에서 순교한 다섯 성인(보령 갈매못 성지)
다섯 성인들을 포박하여 끌고가는 모습(보령 갈매못 성지에서)

병인박해 때 보령 갈매못에서 순교한 다섯 성인은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와 오메트르 오 베드로 신부, 위앵 민 마르티노 루카 신부, 황석두 루카, 장주기 요셉
이렇게 다섯 분입니다.

(보령 갈매못 성지에서 찍은 사진)

위 사진 5장은 지난 2017년에 보령 갈매못 성지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때 다섯 성인들은 모두 목이 잘리고 그 목이 나무에 매달리는 효수형에 처해졌다고 합니다.
바로 위 사진처럼 말이지요.
참으로 끔찍한 형벌입니다.

[연풍 순교성지는 순교자들의 사형장]

교수형 형구돌

연풍 성지는 성인 황석두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곳에서 많은 천주교인들이 순교를 당했던 사형장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성지가 된 것이랍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게 바로 <연풍성지>라고 쓴 바위인데요.
그 바위 위에 또다른 돌이 보일 겁니다.
이 돌이 그냥 예사 돌이 아니랍니다.
바로 교수형에 쓰인 형구돌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만 이런 돌이 3개나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수형 형구돌이 뭐냐고요?

교수형 형구돌 앞면

이렇게 생긴 겁니다.
돌 가운데에 동그랗게 구멍을 냈네요.
한가운데를 뻥 뚫어놓았습니다.
처형할 천주교인들이 많아서 좀 더 손쉬운 방법으로 처형하기 위해 만든 형구 틀이랍니다.

저 형구돌 앞에 천주교인들을 한 사람씩 앉혀놓고 목에다가 밧줄을 걸어서 그 밧줄을 저 구멍으로 빼낸답니다.
뒤쪽으로 말이지요.

교수형 형구돌 뒷면

위 사진은 형구돌의 뒷면입니다.
앞에서 빼낸 밧줄을 이 뒤에서 끌어당겨서 목숨을 끊는 방식이랍니다.
너무 끔찍합니다.
그냥 돌인가 보다 했다가 알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이런 교수형 형구돌이 여기 연풍에서 세 개나 나왔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러져갔을까요?

다섯 성인상과 반석

보령 갈매못에서 1866년 3월 30일에 순교한 다섯 성인들과 반석입니다.
다섯 성인은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와 오메트르 오 베드로 신부, 위앵 민 마르티노 루카 신부, 황석두 루카, 장주기 요셉 이렇게 다섯 분입니다.
이 반석은 서울에서 충남 보령 갈매못으로 압송될 때 가는 길에 성인들이 쉬었던 바위랍니다.
실제 반석은 서울 절두산 순교 기념관에 안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주교인 노기남 바오로 대주교 동상도 있습니다.

여기는 연풍 향청인데요.

향청은 원래 지방 수령의 행정을 보좌하던 자치기구로 풍속을 바로잡고 향리를 감찰하며 백성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일을 한 곳이랍니다.

일제 강점기 때엔 헌병 주재소로도 썼고 나중에는 여기를 연풍 공소로 쓰려고 연풍 천주교회에서 사들여서 썼던 곳이랍니다.

성 황석두 회장 동상

연풍 성지 한가운데에 있는 예수님 십자가상입니다.
높이가 8.5m나 되는 대형 십자가입니다.

1963년 천주교회가 예배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연풍 향청 건물을 구입하고 집터를 정리하던 중 박해 때 죄인을 죽이는 형구돌을 발견하였고 1974년 이후 이곳을 성역화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대형 십자가가 있는 이곳이 바로 순교터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바로 사형장이지요.
신앙을 지키며 천주교를 믿다가 잡혀온 신자들이 형방 건물에서 갖은 고문을 당한 뒤에도 끝까지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면 옥에서 끌어내어 바로 여기로 끌고 와서 처형하였다고 합니다.

이름 모를 많은 순교자들의 거룩한 피가 뿌려진 순교터이자 죽음 앞에서도 믿음의 반석이 더욱 견고해진 매우 뜻깊은 곳이랍니다.

순교 현양비

순교 현양비 맞은편에 있는 천주교회

꽤 너른 성지는 고운 잔디가 깔려있어 마치 외국의 이름난 공원 같은 느낌이랍니다.
날씨만 덥지 않으면 온종일 쉬면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어도 좋을 그런 곳이었습니다.

괴산군 연풍면!
괴산이나 음성 쪽으로 가는 길에 지나쳐가던 곳인데
이곳에 이렇게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이제야 여기를 지나갈 때마다 가장 먼저 보이던 저 십자가가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사실, 연풍에 왔을 때에도 이 연풍 성지 보다도 <연풍향청>이나 <연풍향교>, <연풍동헌(풍락헌)> 이런 곳을 둘러볼 생각으로 왔던 거였어요.
그런데 향청이 이곳 성지 안에 있다고 해서 들어왔다가 정말 가슴 먹먹한 이야기들을 품고 담아가게 되었네요.
여행은 이렇게 뜻밖의 만남이 있어 더욱 좋은 듯합니다.

https://youtu.be/yzE53NsMC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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