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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합천 벽한정] 한 폭 동양화가 따로 없구나! 남명 선생의 학업을 계승한 무민당 박인 선생

by 한빛(hanbit) 2021.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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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벽한정

딱 봐도 아주 멋스러운 풍경을 지닌 곳입니다.
저곳은 바로 합천 용원서원이랍니다.

조금 멀리서 볼까요?
합천의 황강과 황계폭포가 만나는 물줄기라고 합니다.
그 위에 세운 서원입니다.
풍경이 정말 한 폭 동양화 같지 않습니까?

합천 용연서원
용연서원 벽한정

오늘은 합천군 용주면 손목리 마을을 찾아갑니다.
이곳에 아주 멋스러운 정자가 있다고 해서 갔지요.
용원 서원 안에 있는 벽한정을 보러 왔답니다.

강학당(講學堂)이라고 쓴 돌비가 있네요.

벽한정 들머리

벽한정 들머리에 마을 사람들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가 여러 대 서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저 안쪽이 시끌벅적하네요.


이내 마을 어르신들이 여럿 나오시더군요.
그리고 이곳을 관리하신다는 분께서 찾아와 줘서 고맙다시며 어르신들 모시고 점심 식사하러 가는 길이라서 설명을 못 해 드려 죄송하다는 인사까지 하셨어요.

마을 어르신들은 우리를 보고 당신들끼리 얘기를 하시더군요.

"이래 찾아오는 사람이 있구먼 뭘 안 온다고 혀!"
"그려 있구먼..."

용원 서원 강학당입니다.

조계정사 앞에 있는 <휘사무민당 박선생 유탁비(徽士 无悶堂 朴先生 遺躅碑>입니다.
빗돌 가장 위에 용 두 마리가 여의주를 가지고 입씨름하는 모양을 새겼네요.
그리고 컬러로 빛깔을 입힌 게 무척 신기합니다.

조계정사

용원서원 조계정사는 유생들이 학문을 배우고 기거하던 곳입니다.

이 용원서원은 무민당 박인 선생을 배향하는 곳인데요.
박인 선생은 남명 조식 선생의 '남명학'을 최초로 정립시킨 분이라고 합니다.
남명 선생의 아들인 조차마의 부탁으로 남명 선생의 연보와 사우록 편찬을 바로 무민당 박인 선생께 부탁하여 그 일을 해냈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명학파의 적통 계승자가 바로 무민당 박인 선생이라고 합니다.

박인 선생은 고령 박씨이고요. 조선 광해 . 인조 때에 활동했던 유학자입니다.
학문은 남명 선생의 뜻을 받들었던 분이고요.
사회적으로는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산림처사로 후학들을 가르친 분입니다.
10살 때에 임진왜란이 나자 의병장인 아버지를 따라 성주로 피난을 가서 7년을 보냈고
17세 때에 지금 벽한정이 있는 이 마을로 돌아와서 학문을 연구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드디어 벽한정입니다.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233호입니다.

벽한정(碧寒亭)이 있는 이곳이 바로 합천 황강 위랍니다.
황강처럼 남달리 푸르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에 지었다고 해서 벽한정이라 이름 붙여졌을까요?

벽한정 앞에는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땅을 다진 듯한데,
혹시나 주차장을 만들려는 걸까요?

벽한정입니다.
단아한 멋이 있는 정자네요.
마루에 계자 난간을 두르고 정면 3칸짜리 팔작지붕 정자입니다.

정자의 이마에 붙인 벽한정 현판입니다.

안쪽에는 벽한정 현판이 또 하나 있네요.
벽한정은 무민당 박인 선생이 인조 17년(1639년)에 세운 정자입니다.

무민당 박인 선생이 쓴 시를 걸어놓았습니다.

달 밝고 바람 불어 비 갠 경치 맑았으니
하늘이 맑고 엄숙하니 귀신도 놀라도다
이십 년 전 일을 돌이켜 생각하니
부질없이 벼슬 쫓아 인생을 그르쳤네

1610년 무민당 박인 선생이 쓴 시

무민당 박인 선생이 22세 때에 향시에 1등으로 합격을 했으나 벼슬에 뜻을 두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敬義(경의)
박인 선생이 남명 조식 선생의 학업을 잇는 계승자라고 했는데,
과연 남명 선생이 늘 가르치고 솔선수범하던 경의 사상을 나타낸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敬義) - 경과 의를 실생활에도 옮겨, 몸에 차고 다니던 칼에 “안에서 밝히는 것은 경이요, 밖에서 결단하는 것은 의다.(內明者敬 外斷者義)”라는 글을 새겼다. 그에게 있어 ‘경’과 ‘의’가 가진 의미는 마치 하늘의 해와 달과 같은 것으로,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앞서 보았던 벽한정 앞에 있는 솔숲에서 그 옛날 유림들이 모여서 찍은 아주 오래된 옛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했네요.

벽한정 앞 뜰입니다.
아까 처음에 왔을 때 들머리에서 보았던 어르신들과 함께 갔던 분이 여기를 관리하는 '유사'였나 봅니다.
다른 글에서 봤는데 경찰 공무원을 27년 동안 하다가 여기 벽한정에 들어와서 관리사 일을 맡아서 하신다고 했지요.
이 분도 박인 선생의 후손이라고 하더군요.(박영수 님)
지금도 틈나는 대로 곳곳을 손보고 고치고 가꾸는 일을 하신다더니,
아주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걸 보니 참 좋더군요.

벽한정 서쪽 좁은 문을 지나면 황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인데,
저 앞에도 또 다른 정자가 하나 있네요.
정자에서 다른 식구들이 쉬고 있어서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어요.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싶어서요.

황강에 물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어요.
요즘 날이 워낙 가물기도 하지만 합천댐이 가까이 있어서 아마도 물길을 많이 돌려놨기 때문일 거예요.

키 큰 소나무들이 황강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무민당 박인 선생을 모신 사당인 용연사입니다.

이제 벽한정에서 나와 손목리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벽한정을 반대쪽에서 찍으려고 가봤지요.
황계천 물길을 따라 황강으로 이어지는 물길 위 큰 절벽이 굉장히 눈길을 끕니다.

저 높다란 절벽 위에는 또 다른 정자가 있더군요.
멀리서 봤는데 마을 어른들이 몇몇 이서 쉬고 있더군요.

아마도 옛 풍경 그대로를 간직한 듯보입니다.
절벽 위로 무리 지어 있는 솔숲도 대단하네요.

짜잔~!!!
아까 우리가 가서 둘러봤던 용연서원과 벽한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말로 한 폭 동양화가 따로 없군요.^^

https://youtu.be/MkyI8MKti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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