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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의 그냥 끼적임

'밥을 마 입이 비잡도록 넣고 잡사여' [재미난 경북 예천 말씨(사투리)3]

by 한빛(hanbit)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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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도 숨가야 하고 나락도 비야하고, 고구매도 캐야하는데..."

아포 재동이보리밥

김천시 아포읍에 가면 우리가 자주 가는 보리밥집이 있답니다.

이 <재동이보리밥>집에 가서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서 먹는데 갑자기 예천 병실에 있을 때 할머니 한 분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오늘도 예천 권병원 병실에서 들었던 어르신들의 재미난 '말' 이야기 한 번 해볼까요?

 

"당파도 숨가야 하고 나락도 비야하고, 고구매도 캐야하는데..."

 

"쪽파도 심어야 하고 벼도 베어야 하고, 고구마도 캐야하는데..."

('당파'라는 말은 1500년 앞서 당나라에서 들여온 쪽파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집에 가면 일거리가 너무너무 많지요. 더구나 농촌에서는 작은 텃밭 하나만 가꾸어도 하루라도 당신 손이 안 가면 농사가 안 되니까요.

아직 몸이 성치도 않고 아프면서도 늘 집안일 걱정이 태산이더군요.

그러니 저렇게 집안일을 생각하면 너나할 것 없이 온통 걱정이 넘친답니다. 

 

"병원에 오니까 집에 가기가 싫애"

"가기싫애? 와 안 그라겠어."

"가기싫애~ 여 있으믄 영감 밥도 안 해줘도 되고 월매나 좋은데~"

 

그러면서도 또 어떤 때에는 병원에 있으니까 집에 가기 싫다고 하는 말도 자주 하시더군요. 할 일이 많으니 아파도 얼른 집에 가야 하지만 때로는 남이 해주는 병원밥을 먹어 좋고, 집에 계신 영감님 밥을 손수 안 해드려도 되니 그만큼 편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게지요.

 

보리밥에 비벼먹을 나물이 이렇게나 많이 나온답니다.

 

아포 재동이보리밥의 맛있는 비지장과 된장찌개

 

보리밥에 갖가지 나물 반찬을 넣고 그 위에 달걀 프라이까지 얹으면~!

 

밥 먹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늘 보리밥을 먹으면서 떠올랐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밥을 마 입이 비잡도록 넣고 잡사여!"

 

어떤 분이 마을에 아흔이 다 된 어르신 이야기를 하면서 연세가 많은데도 음식을 아주 잘 잡숫고 정정하다는 말씀을 하던 중에 들은 말이랍니다.

 

보리밥

 

"보리밥을 해서 나물 몇 가지하고 무꾸채나물 넣고 쓱쓱 비비 잡숫는데, 밥을 마 입이 비잡도록 넣고 잡사여!"

"그케~ 그 연세에도 그코롬 잘 잡수이 얼매나 좋아!"

"참말로 복이네 복이여~!"

 

"보리밥을 해서 나물 몇 가지 하고 무 채나물 넣고 쓱쓱 비벼서 잡숫는데, 아이고 밥을 입이 미어터지도록 넣고 잡수시더라고"

"그러게 그 연세에도 그렇게나 잘 잡수시니 얼마나 좋아!"

"참말로 복이네 복이야~!"

 

'입이 비잡도록 넣고 잡숫는다'는 말이 정말 재밌더군요. 그야말로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이 뭐든지 잘 잡숫고 건강하시다면 그것만큼 큰 복이 어딨겠어요.

 

오늘은 예천 병실에서 들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예천 말씨에 깃든 살가움과 정겨움을 소개해 봅니다.

 

"예천 말씨, 참말로 재미지지요?"

 

 

 

아포 재동이 보리밥

경북 김천시 아포읍 오봉로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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