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부림면 입산마을은 정말 남다른 곳이랍니다. 이 마을은 탐진 안씨(耽津 安氏) 집성촌이더군요.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입산 마을 들머리에 있는 이름들을 보니, 근현대사에 마을을 빛낸 피가 끓는 분들인 가 봅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불같이 살다 간 분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탐진 안씨 입산마을 입향조인 안기종 선생은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의 휘하에서 나라를 위해 싸운 분이랍니다. 네. 의병활동이 처음 일어났던 곳도 바로 의령이지요. 곽재우 장군의 생가도 이 마을 바로 곁에 있답니다.
안기종 선생을 필두로 안효제, 안희제, 안창제, 안준상, 안호상, 안균 등 나라를 빛낸 분들이 무척 많이 나온 마을이랍니다.
마을 들머리에는 몇백 년은 되어 보이는 큰 느티나무들이 당산나무로 여러 그루가 터 잡고 우뚝 서 있습니다. 마을 쉼터로 그 넓은 그늘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지요.
이번에 입산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선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탐진 안씨 종택>이랍니다.
좁은 길 옆에는 한창 벼가 이삭이 패이고 익어가고 있는 곁으로 작은 화강암 안내판이 보이네요.
대종가(大宗家) 입구 탐진안문 헌납공파(耽津安門 獻納公派)라고 쓰여있습니다.
그 앞으로 난 골목 저 끝이 바로 종갓집이랍니다.
골목길 한쪽 담장은 흙돌담이고요. 다른 한쪽에는 시멘트를 바르고 '독립을 향한 열망'이라는 담벼락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흙돌담 너머로 능소화가 곱게 피었네요.
소박하면서도 무척 예쁩니다.
문이 열려있어 조용히 들어가 구경을 합니다.
1906년에 지은 탐진 안씨 헌납공파의 종갓집이랍니다.
앞서 소개했지요? 의령 입산리 마을에 처음 터를 잡은 1600년대 초, 순흥 안씨 탐진군파 헌납공 안기종(1556~1633) 선생이 입향조라고 합니다.
문으로 들어서니, 양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놓여있네요. 그것도 동그란 전돌로 마치 징검다리처럼 놓았네요.
대문간으로 들어와서 처음 마주친 풍경인데도 굉장히 넓고 아름답단 생각이 바로 듭니다. ^^
대문간채 바로 곁에는 항아리로 만든 탁자와 걸상이 있어 자연 응접실을 만들어두었네요.
그 곁에는 따로 평상도 있고요.
대문간채 왼쪽으로는 헛간인 듯 보이고요. 오른쪽으로는 두 칸이 온돌방이네요. 방 앞으로 쪽마루를 놓은 것도 매우 인상 깊습니다.
대문간채 지붕 너머로 하늘 빛깔이 무척 예쁩니다.
그야말로 가을빛 하늘이네요.
대문간에 서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중 사랑채'입니다.
이 종갓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게 구경을 합니다.
조용조용~~
중 사랑채 옆으로 들어와보니, 안채가 보입니다.
안채 앞마당도 꽤 넓네요. 장독대가 부엌 바로 앞에 있고요. 여기도 동그란 전돌을 징검다리처럼 놓았습니다. 이럴 때는 비가 와도 발을 젖지 않고 다닐 수 있겠네요.
중사랑채 앞에서 우리가 들어온 쪽을 되돌아보니, 정말 멋스러운 풍경입니다.
대문간채 앞에 있는 저 나무는 회화나무입니다. 예부터 양반님네 집안에만 심는다는 그 회화나무입니다. 수령이 굉장히 오래되어 보입니다. 엄청나게 크네요. 나뭇가지와 잎사귀들도 매우 풍성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 회화나무가 이 마을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아주 멋진 풍경이 되고 있다는 걸 이때는 몰랐습니다.
탐진 안씨 종택 전체 모양은 'ㅁ' 자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굉장히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 사진은 대문간채와 마주 보고 있던 사랑채 건물인데요. 사랑채 가운데를 양쪽으로 뻥~ 뚫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마루 위에도 낮은 탁자를 놓아 거실로 삼았네요. 여기 앉아 있으면 바깥에서 누가 들어오는지 또 안채에 무슨 일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겠네요.
보통 옛집들은 사랑채가 가로막고 있고 안채를 숨기듯 아무나 들여다볼 수 없도록 만들었는데, 이 댁은 이렇게 뚫어놓았네요.
탐진 안씨 종택 안채입니다.
정면 7.5칸, 옆면 3칸짜리 집입니다. 왼쪽은 다락처럼 높다랗게 누마루로 만들었네요. 그 아래로 부뚜막이 없는 아궁이를 놓았는데 이런 아궁이를 '함실아궁이'라고 합니다. 방을 데우는 목적으로 만든 아궁이지요.
안채에 올라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곳간채입니다. 곡식을 저장하는 곳이지요. 그 앞에 아주 커다란 항아리들을 둔 게 또 인상 깊습니다. 간장, 고추장, 된장 같은 주요 장류들을 저기에 담았겠지요?
오늘 이 댁을 꼼꼼하게 구경하고 싶었는데, 사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서 더 자세하게 구석구석 살피며 돌아보기가 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여기까지만 돌아보고 다시 나왔습니다. 사실 이 안채 뒤로는 사당도 있다고 안내판에서 봤는데 그런 곳을 절대로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편인데 오늘은 더 둘러볼 수가 없겠네요.
사실 사람이 살고있는 집이라면,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 집안 이곳저곳을 쿡쿡~ 사진 찍어대는 사람들을 주인 분들은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요.
안채만 둘러보고 다시 나와서 뜰을 구경합니다.
저 키 큰 회화나무가 정말 멋들어집니다.
뜰에 핀 꽃들도 참 예쁩니다. 그렇게 꽃구경도 하고 파란 하늘도 보면서 평상에 앉아서 잠깐 쉬고 있었는데 사랑채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이 댁 종부님으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네요.
"안녕하세요. 주인 허락도 없이 이렇게 들어와서 구경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아이고 아닙니다. 문을 열어둔 것은 편하게 들어와서 구경하시라는 겁니다."
라시며 마음껏 편하게 둘러보라고 하십니다.
이런 고마울 데가 있습니까?
그러더니, 잠깐 기다리라면서 다시 사랑채로 가더니 이내 음료 두 잔을 가지고 나옵니다.
사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이 집 저 집 돌아보던 중에 온 터라 조금은 지쳐있을 때였거든요. 남편도 저도 이 달콤하고 시원한 음료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달콤한 주스와 진하게 내린 시원한 아메리카노 커피는 정말 구세주 같았습니다.
실제로 이 댁 종부님께서 건네주신 음료 덕분에 앞으로 남은 일정들도 힘이 불끈 나서 더욱 즐겁게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낯선 나그네한테 더구나 코로나 시국에 목을 축일 음료를 선뜻 내주신 것도 고마운데 집 뒤로 있는 사당에는 가봤냐면서 거기도 한 번 가보라며 그 둘레로 가는 길까지 자세하게 일러주십니다. 안 그래도 사당을 못 보고 가서 아쉬운 터였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일러주며 허락해주니 정말 고마웠답니다.
아, 또 전 날, 중 사랑채 쪽에 말벌집이 있어 119 소방대원들이 와서 말벌집을 제거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집을 잃은 말벌들이 잔뜩 화가 나 있으니 그 둘레로만 가지 말고 맘껏 구경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안채로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주인장 허락도 받았겠다. 좀 더 꼼꼼하게 둘러봅니다.
이 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저 회화나무가 파란 하늘과 기와지붕이 함께 어우러져 정말 멋스러운 풍경을 펼치더군요.
안채 뒤쪽으로 난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오니, 사당이 보입니다.
맞배지붕을 이고 있는 사당은 조금 소박해 보입니다. 아니, 이 마을 곳곳을 둘러보고난 느낌은 대체로 집들이 그 어떤 위엄이나 권세를 부리듯 보이지 않고 소박한 멋이 흐르는 집들이었답니다. 실제로는 대대로 '천석지기' 부잣집이라고 하더군요.
이 댁 종부께서 일러준 데로 와 보니, 빨간 맨드라미 꽃이 반기고 긴 의자까지 놓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더군요.
우와~!!!
여기서 보니, 탐진 안씨 종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들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이렇게 위에서 보니, 건물들이 꽤 많군요.
대문간채와 중 사랑채, 안채 말고도 왼쪽 옆으로도 다른 건물들도 보이네요.
어머~! 이 댁 종부 님이 마당 화단에 물을 주고 계시는군요.
"꾸벅~ 이렇게 구경시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뒤꼍 위로도 낮은 언덕이 있어 이렇게 둘러볼 수 있어 참 좋네요.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사당입니다.
맨드라미 꽃은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많이 자라는 꽃이지요. 어릴 때는 흔하게 보던 꽃이라 매우 정겹습니다.
사당과 뒤꼍 언덕 위까지 꼼꼼하게 둘러보고 나서 다시 안채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안채 마루에도 앉아서 잠깐 쉬면서 구경을 합니다. 옛집 한옥 건물에 가면 꼭 대청에 앉아서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싶더라고요. 아주 편안하게 앉아서 바람도 느끼고, 앞에 펼쳐지는 건물들을 보면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이 댁 어른들의 손길도 느껴봅니다.
소박하면서도 정겹고 이 댁에 사는 분들의 마음씨까지 곱게 느껴져서 무척이나 흐뭇하고 또 고마웠던 종갓집 구경이었답니다.
의령 입산 마을에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말 볼거리가 많은 곳이랍니다. 오늘 <의령 탐진 안씨 종택>을 시작으로 앞으로 몇 곳을 더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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