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주 동안 날씨가 제법 쌀쌀하더니 길가 가로수도 단풍이 많이 들었더군요. 해마다 이맘때면 샛노란 빛깔이 아름다운 은행나무를 많이 찾지요. 올해는 안 가본 곳에 있는 나무들을 찾았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성주군 초전면 무징이 마을에 있는 <봉정리 은행나무>입니다.




이번에도 제 때를 맞추려고 두 번이나 가봤네요. 처음 간 때가 지난 10월 23일이었어요. 이때에도 벌써 꽤 노랗게 물이 들고 있었지요. 위쪽에는 거의 노랗게 보이지만 아래쪽으로 익어 내려오고 있었지요. 샛노랗게 물이 다 들면 어떨까? 그렇다면 다시 또 와야겠지요? ^^

두 번째로 찾아간 날이 11월 2일이었답니다.
오오~! 들머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샛노란 풍경이 아주 멋집니다. 이 봉정리 은행나무는 나이가 700살이 넘었답니다.

1982년 10월 26일에 도나무 보호수로 지정되었는데 그때 나이가 700년, 올해로 743년!
봉정리 은행나무는 높이 18m, 둘레 8.3m, 뻗은 가지는 동서로 14m, 남북으로 10m로 뻗어 있습니다.
'성주군지'에 이 봉정리 은행나무의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고려 인종(제위 1122~1146년)이나 희종(제위 1204~1211년) 때부터 있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따지면 거의 900년 가까이 된 나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이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난리들도 다 겪었겠습니다. 몽고가 쳐들어왔을 때에도 임진왜란, 정유재란, 그리고 병자호란, 6.25 한국전쟁까지 큰 전쟁들을 다 겪으며 지켜봤겠군요. 예부터 마을 들머리에 있는 이 은행나무를 당산목으로 삼아 마을 주민들이 동제를 올리며 모셨다고 합니다.

이 마을 뒤에 봉황 머리 모양을 한 대광산이 있고 마을 안에 냉천(冷泉)과 큰 정자나무가 있어 ‘봉정(鳳亭)’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또 조선 정조 때에는 '수정'이라고도 했는데 수정, 물정, 무징이 이렇게 바뀌어 지금은 '무징이' 마을이라고도 한다네요.

이 은행나무에서 해마다 은행을 스무 가마니나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암나무도 아니라 수나무라던데 은행이 그렇게나 많이 열렸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은행이 열려 있는 게 거의 안 보이더라고요. 바닥에 떨어져 밟힌 것들만 더러 보였어요.

"올개는 은행이 마이 안 열었어."
때마침 나무 앞을 지나가던 어른께서 말씀을 하시더군요.
해마다 은행이 많이 열렸는데 올해는 많이 안 열렸다고 하시네요.




은행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노란 은행잎이 무성한 나무를 보니 보기에 참 좋더군요.
봉정리 은행나무 신령스러운 이야기

은행나무의 오랜 역사 만큼 여기에 깃든 이야기도 많더군요.
마을 앞에 하마비가 있었는데 말에서 내려 그 말을 이 나무에 매어두었던 마주목이기도 했고요. 또 나무 밑둥치 아래쪽에 보면 구멍이 나 있지요? 지금은 수술로 메꿔놓았는데 수십 년 전에는 구멍이 굉장히 크게 났었다고 해요. 아이들이 나무 구멍 속에 들어가서 놀기도 했다는데, 이 구멍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메워졌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지금은 아주 작은 구멍으로만 보이는데 저 안에 아이들이 들어가서 놀았을 정도라니... 그게 이 은행나무의 뿌리가 100m도 넘게 뻗어 있어 물과 영양분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 능력이 생긴 거라고 하네요.

그뿐이 아닙니다.
이 은행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떨어져도 희한하게도 다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오래된 가지가 부러질 때에도 미리 '찍찍'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어 나무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피할 틈을 주었다고 하네요. 정말 영험하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신령스러운 나무가 맞네요.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와 함께 한 마을 주민들의 삶도 평안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이 은행나무에서 열리는 은행을 팔아 마을 기금으로 쓰면서 단합하며 오랜 세월 동안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마을 분들의 삶 또한 언제까지고 넉넉하고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조사료 사일리지를 만들어 쌓아 놓았네요.

신령스러운 봉정리 은행나무와 함께 하는 무징이 마을 들판이 여유롭게 보입니다.
성주 봉정리 은행나무 - 성주군 초전면 봉정리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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