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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500년 역사를 이어온 40톤짜리 줄다리기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by 한빛(hanbit) 202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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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기지시 줄다리기-사진 기지시 줄다리기 보존회

 

'기지시'가 뭐지?

무려 500년 역사를 그대로 이어온 우리 무형유산이 있습니다. 바로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입니다. 처음엔 줄다리기 이름이 무척 낯설고 이해가 안 되었답니다.

 

'기지시?'

'그게 뭐지? 무슨 줄다리기 이름이 이렇지? 당진의 옛 이름인가?'

기지시리 마을 들머리에 있는 줄다리기 조형물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있는 '기지시리' 마을에서 열리는 줄다리기를 말하는 거랍니다. 이번에 당진에 있는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에 가서 아주 자세하게 알게 되었네요.

'기지시(機池市)'는 '틀모시'라는 지명인데요. 베틀처럼 생긴 못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또 이곳 지형이 베틀[기(機)] 모양인 데다, 짠 베를 담가 놓는 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못[지(池)], 그리고 이곳이 예전엔 교통의 요지로 시장이 서는 곳이었던 것에서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아하! '기지시'란 이름이 이젠 이해가 되네요.  

기지시 마을은 예부터 해상문물의 요충지인 곳이라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열두장'이라고 해서 5일에 두 번이나 큰 장이 서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보통 장이 서는 곳은 오일장이라고 해서 닷새에 한 번 열리는 장인데, 얼마나 큰 장이면 닷새에 두 번씩이나 장이 열렸을까요?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이라 그만큼 시장이 크고 교통 또한 발달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볏짚만 4만단, 줄 만드는 데 40일!

 

기지시 마을에서는 음력 3월 초순이 되면 아주 큰 행사가 열린답니다. 바로 <기지시 줄다리기>입니다. 예부터 물 윗마을과 물 아랫마을끼리 편을 갈라 각각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하는 행사랍니다.

이 줄다리기에서 윗마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아랫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믿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줄다리기에 쓰이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하네요. 세계에서 가장 큰 줄을 만든다고 하는데, 줄을 만들 때 쓰이는 볏짚은 4만 단, 윗마을 아랫마을에서 각각 암술과 수술을 따로 만드는데, 길이가 200m, 줄의 직경이 1m, 그리고 그 무게가 자그마치 40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줄을 만들어야 하니, 그 시간도 무려 40일쯤 걸린다고 하네요.

줄꼬기 막대
줄틀

또 워낙 큰 줄을 꼬아 만들어야하기에 갖가지 도구들도 많이 있네요. 줄꼬기 막대도 있고 줄틀도 있습니다. 특히 이 줄틀은 보통 때에는 연못 속에 푹 잠기도록 담가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줄을 만들기 며칠 앞서 물속에서 꺼내어 말렸다가 쓰곤 한다네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줄틀이 갈라지고 뒤틀린다고 합니다.

 

또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줄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사람의 품이 들겠지요. 게다가 이 큰 줄을 당기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해야 할까요? 

기지시리 노봉산 농기

마을마다 농기와 풍물을 가지고 농악소리와 함께 수천수만 명이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합니다. 이때는 남녀노소 신분과 사는 곳의 구별 없이 누구든지 이곳에 참석한 사람이면 마음껏 줄을 다릴 수 있다고 하네요. 참 좋군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라서요.

기지시 줄다리기 방식은?

오랜 날 동안 줄을 만들어 각 마을마다 농기를 앞세우고 풍물을 치며 자기 편의 곁줄에 매달기까지 신명 나게 놉니다. 이걸 진터놀이라고 하고요. 줄을 만든 곳에서 줄을 당기는 곳인 흥척동으로 줄을 옮기는 걸 '줄나가기'라고 하고요. 함께 줄을 옮기며 함성을 지르고 풍물을 즐깁니다. 이렇게 줄을 옮기는 데만 2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그리고 줄을 다리는 흥척동(물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경계)까지 옮겨오면, 암줄과 수줄이 서로 마주 보며 길게 늘어트려 놓고 비녀장을 끼우는데 암줄의 머리를 높이 올렸다가 뒤로 젖혀 놓으면 수줄이 머리를 높이 들어서 암줄 머리에 끼웁니다. 이걸 '비녀장 끼우기'라고 하고요. 그 뒤엔 이윽고 서로 줄다리기를 합니다. 시작 신호와 함께 줄다리기를 시작하면 5~10분이면 승부가 갈린다고 하네요.

 

또 이 줄다리기에서 이기는 쪽이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대개 암줄인 물 아래물아래 마을이 많이 이긴다고 하네요. 물아래에 있으니 아무래도 농사에 쓰이는 물 공급이 더 수월하니까 풍년이 든다는 건 참 일리 있는 말이네요. 그런데 주로 아랫마을이 이긴다고 하니 그것도 재밌군요.

풍물놀이에 쓰이는 악기

 

신평면 도성리 농기(단기 4231년 제작)

줄다리기를 할 때 마을에서 각각 농기를 들고 나와 풍물을 두드리며 함께 즐긴다고 하는데 박물관에 아주 오래된 농기가 있어 살펴보니, <신평면 도성리 농기>인데 만들어진 때가 단기 4231년이라고 합니다. 계산해 보니, 1898년에 만든 거였어요. 청룡과 황룡이 어우러진 멋진 깃발이었습니다.

또 이 뜻깊은 행사는 지난 1982년에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또 201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대표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한 줄다리기입니다.

 

여러 마을이 한데 모여 한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줄다리기 행사를 하려고 많은 품을 들여 힘을 모아 만들고 준비를 합니다. 이 큰 행사를 준비하는 손길들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저마다 얼마나 뜻 깊은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본 가리와노 큰줄다리기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때에는 이곳 기지시 줄다리기 뿐아니라, 다른 나라의 줄다리기 공연도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와는 조금씩 다르지만 볼거리가 넘치는 줄다리기네요.

우리나라에도 당진 기지시 뿐아니라 밀양감내게줄당기기, 영산줄다리기 등 꽤 큰 규모의 줄다리기도 많이 있습니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또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은 이긴 팀이 가져간다고 하는데요. 승부가 결정되면 사람들은 곧바로 몰려들어 칼과 낫을 가지고 줄을 끊어가거나 도려가는데 그것을 달여 먹으면 요통이나 불임증에 약효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참 재밌네요.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바라며 풍년을 기원하는 뜻으로 여러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하는 줄다리기 행사를 한 번 치르고 나면, 정말 마을 사람들끼리 어떤 끈끈한 결속력이 생길 듯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 도와가며 이 큰 행사를 치러야 할 테니까요.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을 둘러보며 500년 오랜 역사를 지금까지도 이어오는 놀라운 전통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네요.

 

이 멋지고 아름다운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가 500년을 넘어 앞으로도 천 년 만 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틀모시길 11

041-350-4929

 

 

https://sunnyhanbit.tistory.com/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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