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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나주 월정서원 3년 만에 도대체 무슨 일이? 3년 전 촬영한 사진과 견줘보자!

by 한빛(hanbit)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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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촬영한 나주 월정서원

세상에나! 사액서원이라는데 어찌 이런 대접을?

 

하고 보자마자 하도 기가 막혀 놀랐던 기억이 딱 3년 전입니다. 여기는 나주 월정서원이랍니다.

2024년 11월 24일 촬영한 나주 월정서원

 

바로 위 사진은 지난 11월 24일에 가서 촬영한 사진이랍니다.

나주곰탕 먹으려고 나주에 갔다가 맛나게 먹고 나서 장성 쪽으로 가려다가 <월정서원> 이정표가 보여서 덮어놓고 갔답니다. 3년 앞서 다녀온 곳이었지만 혹시 지금도 그 모양 그대로 있을지 궁금해서 다시 가보고 싶었답니다.

 

2021년 6월 촬영한 나주 월정서원 들머리
2024년 11월 24일 촬영한 나주 월정서원 앞 풍경

겉으로 봐서는 그리 달라진 게 없는 듯했어요.

월정서원 안내판

나주 월정서원은 16~17세기 나주 지역 선비들의 활동상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합니다. 1659년(효종 10) 나주 출신으로 영의정을 지낸 사암 思菴 박순 朴淳(1523~1589)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려고 세운 서원입니다.

1669년(현종 10)에 사액서원이 된 곳이고요. 

1787년(정조 11) 중수하였고, 1789년 김계휘(金繼輝 1526~1582), 심의겸(沈義謙 1535~1587), 정철(鄭澈 1536~1593), 홍천경(洪千璟 1553~?)이 추가로 배향되어 다섯 분을 모시는 서원이랍니다.

2021년 6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강당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고쳐 짓기도 했고 또 고종 때 서원철폐령으로 모조리 헐리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는 옛 터(금성산 월정봉 아래)에다가 단소만 마련하고 제사를 지내오다가 지난 1960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곳 나주시 노안면 금안리 광곡마을에 새로 옮겨 세운 서원이랍니다.

 

또 사암 박순 선생은 명종 8년(1553)에 31세 나이로 문과에 장원급제를 하였고 대사헌, 대제학,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 등 여러 관직을 거쳤고 선조 5년(1572)에는 영의정에 올라 15년 동안 정승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2024년 11월 24일 촬영한 월정서원 강당

 

처음 와서 보았던 2021년에는 이렇게 높은 관직을 지낸 분의 학덕을 기리며 사액까지 받은 서원이 어찌 잡풀에 묻히듯 저렇게나 초라하게 있을까? 하고 매우 놀랍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와서 보니,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잡풀로 뒤덮여 있던 강당 앞 마당이 잡풀은 온데간데없고 깨끗하고 고운 흙만 깔려있는 게 아니겠어요?

 

2024년 11월 촬영한 월정서원 담장

 

게다가 서원 둘레로 예쁜 담장을 새로 쌓아서 둘렀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다시 보수를 한 게 얼마 되지 않은 듯하더라고요.

2021년 6월 촬영한 월정서원 담장

저 위에 있는 사진과 너무나 대조되지요? 제가 처음 보았을 때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답니다.

2024년 11월 촬영한 월정서원 외삼문

이번에 가서 보니, 외삼문 양 옆에서부터 두른 담장이 새 것으로 깨끗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외삼문으로 안쪽에 들어갈 수도 있게끔 문도 열려 있었습니다.

2021년 6월 촬영한 월정서원 입구

 

예전에는 이렇게 강당 옆으로 무너진 담장 사이를 뚫어놓아 이곳으로 드나들 수가 있었답니다.

2021년 6월 촬영한 월정서원 입구

이쪽으로 들어가면 강당 뒤로 보이는 삼문은 내삼문입니다. 그 뒤쪽에 사당이 있습니다.

2021년 6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내삼문과 빗돌

 

강당 뒤로 있는 내삼문은 올라가는 계단도 잡풀에 점령되어 있고요. 그 옆에 있는 빗돌 2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이 마당에 난 잡풀은 말할 것도 없고요.

2021년 6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내삼문

 

그러나 무엇보다 더 참혹한 건, 바로 이 모습이었답니다.

내삼문 앞에 다가서니 세상에나! 문짝이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버려두었을까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랬던 곳이 이번에 가서 보니, 이렇게 싹 바뀌었습니다.

마당에 잡풀이 없어지고 아주 말끔한 모습인 데다가 내삼문이 굉장히 깨끗합니다. 주춧돌과 계단, 그리고 기단만 그대로 두고 싹 다 바뀐 것 같습니다.

2024년 11월에 촬영한 내삼문 사진

 

내삼문 문짝이 완전히 다른 목재로 만들어졌습니다.

2024년 11월에 촬영한 내삼문 사진

 

아하, 자세히 보니, 본디 있던 나무 틀도 쓸 수 있는 건 그대로 썼나 봅니다. 문설주는 바뀌었는데 가장 위쪽에 목재는 옛 것을 그대로 썼고요. 문설주 위쪽에 모양을 낸 공포도 옛 것 그대로 썼네요.

2024년 11월에 촬영한 내삼문

 

문틀의 윗 부분도 옛 것 그대로 썼고요. 이렇게 몇몇은 본디 있던 걸 살려서 했고요. 나머지는 거의 다 새로 만든 것이네요.

2021년 6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내삼문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면 문설주 위에 있는 공포는 그대로 살려둔 걸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사당인 월정사

 

또 하나 더! 서원 가장 안쪽에 있던 사당은 저렇게 천막으로 지붕을 온통 감아놓은 상태였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바로 저런 모습이었던 사당이랍니다.

2024년 11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사당 월정사

 

초록빛 천막으로 지붕 전체를 감쌌던 사당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네요. 사당으로 통하는 내삼문은 아쉽게도 잠겨있어 안쪽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담장 너머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2024년 11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사당 월정사

 

월정서원의 사당은 월정사(月井祠) 편액을 걸었습니다. 월정사도 역시 기단과 주춧돌은 옛 것 그대로이고요.

2021년 6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사당인 월정사

 

2024년 11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사당 월정사

 

화려하게 장식한 공포 역시 옛 것 그대로이네요. 어쨌거나 쓸 수 있는 건 옛 것 그대로 살려내었고 나머지는 새롭게 바꾸어서 탈바꿈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니 보기에 참 좋습니다.

 

월정서원 나주시의 청렴유적지로 만든다

 

아무튼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월정서원의 모습이 완전히 새롭게 바뀐 걸 보니 정말 기쁩니다. 그때 사액까지 받았던 서원이 어찌 이토록 푸대접을 받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하여 몹시도 안타깝고 속상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3년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뉴스 곳곳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 뜨더군요. <전남매일신문> 기사를 링크합니다.

 

나주 월정서원, 청렴 유적지 연말까지 조성

 

사암 박순 선생의 청렴정신을 기리며 월정서원을 올해 연말까지 '청렴 유적지'로 만든다는 뉴스였답니다. 와우~! 이렇게 반가운 소식을 듣다니요?

그래서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던 겁니다.

월정서원 외삼문 2024년 11월 24일 촬영

 

월정서원 강당 2024년 11월 24일 촬영

사암 박순 선생을 모신 월정서원을 청렴 유적지로 만든다는 말은 그만큼 선생의 삶이 청렴했다는 뜻이겠지요?

 

월정서원 복설기적비 2024년 11월 촬영

1960년에 지금 현재 자리에 새롭게 복원하여 지은 월정서원입니다. 그것을 기념하여 복설 기적비를 세웠나 봅니다.

 

사암 박순은?

 

40년 가까운 벼슬살이를 하면서 또 15년 동안 영의정으로 재직했던 선생, 이렇게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도 모든 녹봉은 가난한 친척이나 동무들한테 나눠주고 자신이 가진 것은 하나 없이 매우 청렴하게 사셨다고 하네요. 자신은 낮추고 조금이라도 잘하는 선비나 학자가 있으면 추천하여 더욱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고 합니다.

월정서원 강당 툇마루 2024년 11월 24일 촬영

 

또 박순 선생의 이야기 중에 청렴 정신을 잘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대제학으로 지낼 때에 퇴계 이황 선생이 예문관 제학에 임명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임금한테 간곡하게 청하여 나이 많고 학식이 높은 선비는 낮은 벼슬에 있고 도리어 자기가 더 높은 지위에 있으니 자기와 이황 선생의 관직을 서로 바꾸어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임금이 관직을 바꾸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청렴하고 자기를 낮추며 겸손할 줄 아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월정서원 내삼문과 빗돌 2기 2024년 11월 24일 촬영

 

월정서원 묘정비(왼쪽)와 월정서원 유허비(오른쪽) 2024년 11월 24일 촬영

 

이렇듯 높은 관직에 있던 선생인데도 그의 삶은 청렴하고 또 자기를 낮추는 겸손함이 있었으니 참으로 훌륭한 선비이지 재상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됩니다. 나주시에서 고맙게도 이런 선생의 학덕을 높이 평가하고 그분의 정신을 되살리며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서원을 새롭게 고쳐 짓고 <청렴 유적지>로 만든다고 하니 참으로 기쁘네요.

 

관리사는 아직 옛 것 그대로... 
그리고 글쓴 뒤로 관리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의 댓글

 

 

월정서원 바로 옆에는 관리사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이 관리사 역시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곳이지요.

 

하기야 서원도 방치되었는데 관리사야 오죽했겠어요?

관리사 마루 벽에 아이들이 쓴 듯한 낙서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3년 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썼는데, 그때 제 글을 보고 이 월정서원 관리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분과 연락이 닿았답니다. '호두까기'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이었는데 우연하게 제 글을 보게 되었고 저 담벼락에 쓴 낙서의 주인공이 바로 본인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탐구생활을 적으며 놀았던 기억을 떠올려 주셨지요.

 

또 아버지께서 목수였는데 1995년까지 이 월정서원을 손보고 보수하셨다고 하였답니다. 또 어머님은 2002년까지 한 해에 한 번씩 제사를 지낼 때에 서원의 제사를 손수 다 챙기셨다고 하시더군요. 지금은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지만 아마 그 뒤로부터 이렇게 아무도 돌볼 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더욱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부모님께서 손수 서원을 도맡아 관리하시고 가꾸셨는데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니, 바로 저렇게 쓰러져가는 서원의 모습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답니다.

 

https://m.blog.naver.com/ssimon777/222431390414

 

<나주 월정서원> 사액서원이라는데 어찌 이런 대접을?

한 달여 앞서 다녀온 나주 나들이 이야기를 뒤늦게 들려드립니다. 먼저 나주시 노안면에 있는 <월정서원...

blog.naver.com

지난 2021년에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2024년 11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관리사
2024년 11월에 촬영한 월정서원 관리사

월정서원 관리사 마당에 풀은 없어졌지만 집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그 옛날 호두OO 님이 담벼락에 썼다는 탐구생활 내용도 그대로 있고요. 

아직 서원이 다 복원된 건 아닌 듯했어요. 강당과 사당, 그리고 담장까지는 보수가 다 끝난 듯한데 여기 관리사는 복원 내용에 들어가는 지도 잘 모르겠고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또 들어설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올 연말까지 다 끝낸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뭔가 또 바뀌었을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다음에 또 나주에 갈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들러봐야겠습니다.

오늘은 3년만에 느닷없이 다시 찾아가게 된 <월정서원>에서 옛날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았고 또 이곳이 사암 박순 선생의 훌륭한 청렴 정신을 기려 '청렴 유적지'로 거듭난다고 하는 소식에 아주 반가웠답니다.

오늘 글을 다시 쓰면서 옛 사진과 견주어 보니, 새삼 더 애잔하고 또 더 기쁘기도 합니다.

제 맘을 아실랑가요? 하하하 ~!!!

 

https://youtu.be/wxNU3W-8_BU?si=Dwb5iqQpLK2aihwv

2024년 11월에 월정서원에 다녀와서 제작한 한빛국가유산TV 채널 영상

 

아래는 지난 2021년에 가서 본 월정서원 이야기를 영상에 담은 것입니다.

 

<나주 월정서원> 사액서원이라는데 어찌 이런 대접을?

https://youtu.be/E6yO-SEX0Vc?si=zJbFSlERpqyuy0UL

지난 2021년 6월에 월정서원에 다녀와서 제작한 한빛국가유산TV 채널 영상

 

<나주 월정서원> 사액서원이라는데 어찌 이런 대접을?

<나주 월정서원> 사액서원이라는데 어찌 이런 대접을?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안 2길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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