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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과 맛집 나들이

낯선 곳 병실에서 얻어 먹었던 <옛날통닭> 두 조각에 담긴 살가운 정, 그리고 갈치와 고등어, 밀감

by 한빛(hanbit)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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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옛날통닭

 

다들 알다시피 얼마 앞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낯선 곳 예천에서 스무날 동안 병실 생활을 해야 했지요. 그때 생각지도 못한 병실 사람들의 따뜻한 정 때문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었지요.

 

스무날 동안이나 병실에 있었으니,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꽤 많았답니다.

병실에는 환자만 있는 게 아니라 보호자도 있고 또 간병사도 있었지요. 나는 처음 며칠은 남편과 함께 있었지만 덮어놓고 가게를 쉴 수도 없어 남편은 구미로 돌아가야 했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 왔다가 또 이내 돌아가야 했고요.

그러다 보니, 아픔도 혼자 견뎌야 했고 또 자칫 혼자 쓸쓸하고 외로운 병실생활이 될 수 있었으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답니다. 

 

아침 6시만 되면 간호사 쌤들이 와서 진통제를 놓아주고 혈압을 재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7시엔 아침밥을 먹고 그 뒤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분들도 있고 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그저 침상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볼뿐이었지요. 

또 보호자들과 간병사 여사님은 환자를 간호하고 씻기고 먹을 걸 챙겨주면서 늘 바쁘게 보냈답니다.

보호자들도 서로 내 환자 남의 환자 할 것 없이 서로 도우며 케어해주는 모습, 제주도 언니와 나랑 동갑이었던 보호자

 

보호자들도 서로 내 환자 남의 환자 할 것 없이 함께 도우면서 간호해주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따뜻했답니다.

이 두 보호자는 간호해주는 이 하나 없는 나를 위해 서로 번갈아가며 내 머리를 감겨주기도 했답니다. 참으로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었어요.

짧지도 않고 긴 머리카락을 휠체어에 앉힌 채로 정성껏 감겨주는데 정말 고마웠답니다.

오랫동안 감지도 못했던 터라 정말 간절했지만 혼자서는 일어서 있지를 못해서 머리 감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이 두 분 보호자께서 서로 번갈아가면서 감겨주는데 샴푸 향만 맡아도 정말 날아갈 듯이 기분 좋고 고마웠답니다.

이렇게 환자는 환자대로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서로서로 도와주는 모습들이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풍경이었답니다.

환자 케어에 진심으로 정성을 다했던 간병사 여사님

 

또 어디 그뿐인가요? 저기 앞선 글에서도 병실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소개를 했지만 환자나 보호자나 간병사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기가 가진 것들을 모두 내어놓고 나누어주며 함께 먹었지요.

병실에서 짜장면을?

 

명절 무렵에 먹었던 명절 음식도 있었지만 사과도 있고 포도도 있고 과자도 있고 음료수나 요구르트도 있었어요.

아침마다 밥 먹기 앞서 먹으면 좋다고 사과 한쪽 씩 잘라서 나눠주기도 하고 어떤 때엔 환자 한 분이 보호자한테 부탁하여 짜장면 여러 그릇을 포장시켜와서 온 병실 사람들이 나눠먹은 적도 있었답니다.

병실에서 짜장면을 먹다니요? 하하하

진짜 꿀맛이었답니다.

제주에서 온 갈치구이까지

또 집이 가까운 보호자 한 분이 밥때가 되면 집에 가서 어머님이 드실 음식들을 챙겨와서 드리곤 했는데 한 번은 갈치와 고등어를 구워와서 병실 사람들한테 모두 한 토막씩 나눠주기도 했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이 분은 제주도에 사는 분인데 친정어머니가 허리 협착증 때문에 입원을 하셨고 그 먼데서 간호를 하러 오셨답니다. 성격도 화끈하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도 재미나게 하셔서 병실 사람 모두가 즐거워했지요. 

네. 바로 제 머리를 감겨주셨던 두 분 중에 한 분이랍니다.

게다가 이렇게 제주에서 손수 가져온 생선들을 구워서 식사 때에 병실 사람한테 골고루 나누어주니 모두가 얼마나 고맙고 맛나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병원에서 나온 음식

 

병실 사람들이 거의 음식 먹는 건 전혀 문제가 없는 환자들이라 바깥 음식을 먹어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답니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나오는 밥이 부실한 것도 아니었지요. 짜장면도 나오고 소고깃국도 수육에 감자탕까지... 그런대로 잘 나오는 편이었지요.

그래도 집밥이나 때로는 남다른 음식도 그리워할 만한데 보호자 한 분 덕분에 아주 맛난 음식으로 특식을 맛보고 살았네요.

 

옛날통닭 날개튀김

한 번은 제주도 언니네 조카들이 병문안 오면서 사가지고 온 옛날통닭 날개 튀김을 모두 두 조각씩 나눠준 적이 있었답니다. 

세상에나~! 환자만 다섯이고 보호자와 간병사까지 대여섯이 더 있었는데도 이렇게나 다 나누어주는데 정말 고마웠답니다. 그리고 그 맛은 또 어찌나 좋던지 조금은 매콤한 튀김가루를 얇게 씌워 튀긴 건데 진짜 맛나고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답니다.

물론 병실에서 먹는 치킨이니 더욱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진짜 맛있었답니다.

 

그 뒤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들어왔던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래서 날 더욱 좋아했던 요양보호사를 한다는 인자 어무이(? 71세)는 쌈짓돈을 꺼내서 제주 언니한테 부탁하여 날개 치킨을 한 번 더 시켜 먹기도 했었지요.

 

나중에 퇴원을 하고 첫 통원치료를 하러 다시 예천에 갔을 때, 이 맛나고 남다른 사연이 있던 옛날통닭집에 가서 기다렸다가 사 가지고 온 통닭이랍니다. 위 사진에 소개한 날개튀김과 함께 샀지요. 

예천 시장 옛날통닭

구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닭날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었답니다.

이 병실 생활 하면서 옛날통닭에 얽힌 이야기를 남편한테 들려주면서 그 따스했던 정과 함께 진짜 맛나게 먹었답니다.

 

통째로 튀긴 한 마리는 집에 와서 먹었는데 그 크기가 보통 우리가 동네에서 사 먹는 그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진짜 먹을 게 많았던 옛날통닭

 

퇴원 뒤 제주에서 보내온 갈치와 고등어 그리고 밀감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살가운 정을 베풀어주던 병실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하고난 바로 어제, 아주 멀리서 선물 하나가 택배로 왔답니다.

저 멀리 제주도에서 보내온 택배랍니다.

퇴원할 때 그렇게나 정이 들었고 고마웠던 분들이랑 헤어지기 너무 아쉽고 서운해서 몇몇 분들의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는데 그 가운데에 제주도 언니가 보내준 택배였던 겁니다. 

세상에나!

고등어는 한 마리씩 따로 비닐에 싸고 갈치는 한 끼에 먹을 만큼씩 여러 봉지에 나눠서 다 손질된 채로 보내왔어요.

그뿐아니라, 제주 밀감까지 함께 보내왔답니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또 있겠어요?

 

어떤 환자가 병원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살가운 정을 나눠 먹고 또 퇴원을 해서도 이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해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시골마을 병원에서 지내면서 어쩌면 아픈 건 당연하고 외로움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정말 그런 마음은 하나도 느껴본 적 없었고 같은 병실의 모든 사람들의 정을 먹으며 참 재미나게 보냈답니다.

 

도시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이런 살가운 정이 참 눈물 나도록 고맙네요.

 

 

경북 예천군 예천읍 동본리 535-1

옛날통닭

054-652-7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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