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다시피 얼마 앞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낯선 곳 예천에서 스무날 동안 병실 생활을 해야 했지요. 그때 생각지도 못한 병실 사람들의 따뜻한 정 때문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었지요.
스무날 동안이나 병실에 있었으니,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꽤 많았답니다.
병실에는 환자만 있는 게 아니라 보호자도 있고 또 간병사도 있었지요. 나는 처음 며칠은 남편과 함께 있었지만 덮어놓고 가게를 쉴 수도 없어 남편은 구미로 돌아가야 했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 왔다가 또 이내 돌아가야 했고요.
그러다 보니, 아픔도 혼자 견뎌야 했고 또 자칫 혼자 쓸쓸하고 외로운 병실생활이 될 수 있었으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답니다.
아침 6시만 되면 간호사 쌤들이 와서 진통제를 놓아주고 혈압을 재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7시엔 아침밥을 먹고 그 뒤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분들도 있고 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그저 침상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볼뿐이었지요.
또 보호자들과 간병사 여사님은 환자를 간호하고 씻기고 먹을 걸 챙겨주면서 늘 바쁘게 보냈답니다.
보호자들도 서로 내 환자 남의 환자 할 것 없이 함께 도우면서 간호해주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따뜻했답니다.
이 두 보호자는 간호해주는 이 하나 없는 나를 위해 서로 번갈아가며 내 머리를 감겨주기도 했답니다. 참으로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었어요.
짧지도 않고 긴 머리카락을 휠체어에 앉힌 채로 정성껏 감겨주는데 정말 고마웠답니다.
오랫동안 감지도 못했던 터라 정말 간절했지만 혼자서는 일어서 있지를 못해서 머리 감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이 두 분 보호자께서 서로 번갈아가면서 감겨주는데 샴푸 향만 맡아도 정말 날아갈 듯이 기분 좋고 고마웠답니다.
이렇게 환자는 환자대로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서로서로 도와주는 모습들이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풍경이었답니다.
또 어디 그뿐인가요? 저기 앞선 글에서도 병실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소개를 했지만 환자나 보호자나 간병사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기가 가진 것들을 모두 내어놓고 나누어주며 함께 먹었지요.
명절 무렵에 먹었던 명절 음식도 있었지만 사과도 있고 포도도 있고 과자도 있고 음료수나 요구르트도 있었어요.
아침마다 밥 먹기 앞서 먹으면 좋다고 사과 한쪽 씩 잘라서 나눠주기도 하고 어떤 때엔 환자 한 분이 보호자한테 부탁하여 짜장면 여러 그릇을 포장시켜와서 온 병실 사람들이 나눠먹은 적도 있었답니다.
병실에서 짜장면을 먹다니요? 하하하
진짜 꿀맛이었답니다.
또 집이 가까운 보호자 한 분이 밥때가 되면 집에 가서 어머님이 드실 음식들을 챙겨와서 드리곤 했는데 한 번은 갈치와 고등어를 구워와서 병실 사람들한테 모두 한 토막씩 나눠주기도 했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이 분은 제주도에 사는 분인데 친정어머니가 허리 협착증 때문에 입원을 하셨고 그 먼데서 간호를 하러 오셨답니다. 성격도 화끈하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도 재미나게 하셔서 병실 사람 모두가 즐거워했지요.
네. 바로 제 머리를 감겨주셨던 두 분 중에 한 분이랍니다.
게다가 이렇게 제주에서 손수 가져온 생선들을 구워서 식사 때에 병실 사람한테 골고루 나누어주니 모두가 얼마나 고맙고 맛나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병실 사람들이 거의 음식 먹는 건 전혀 문제가 없는 환자들이라 바깥 음식을 먹어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답니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나오는 밥이 부실한 것도 아니었지요. 짜장면도 나오고 소고깃국도 수육에 감자탕까지... 그런대로 잘 나오는 편이었지요.
그래도 집밥이나 때로는 남다른 음식도 그리워할 만한데 보호자 한 분 덕분에 아주 맛난 음식으로 특식을 맛보고 살았네요.
한 번은 제주도 언니네 조카들이 병문안 오면서 사가지고 온 옛날통닭 날개 튀김을 모두 두 조각씩 나눠준 적이 있었답니다.
세상에나~! 환자만 다섯이고 보호자와 간병사까지 대여섯이 더 있었는데도 이렇게나 다 나누어주는데 정말 고마웠답니다. 그리고 그 맛은 또 어찌나 좋던지 조금은 매콤한 튀김가루를 얇게 씌워 튀긴 건데 진짜 맛나고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답니다.
물론 병실에서 먹는 치킨이니 더욱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진짜 맛있었답니다.
그 뒤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들어왔던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래서 날 더욱 좋아했던 요양보호사를 한다는 인자 어무이(? 71세)는 쌈짓돈을 꺼내서 제주 언니한테 부탁하여 날개 치킨을 한 번 더 시켜 먹기도 했었지요.
나중에 퇴원을 하고 첫 통원치료를 하러 다시 예천에 갔을 때, 이 맛나고 남다른 사연이 있던 옛날통닭집에 가서 기다렸다가 사 가지고 온 통닭이랍니다. 위 사진에 소개한 날개튀김과 함께 샀지요.
구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닭날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었답니다.
이 병실 생활 하면서 옛날통닭에 얽힌 이야기를 남편한테 들려주면서 그 따스했던 정과 함께 진짜 맛나게 먹었답니다.
통째로 튀긴 한 마리는 집에 와서 먹었는데 그 크기가 보통 우리가 동네에서 사 먹는 그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진짜 먹을 게 많았던 옛날통닭
퇴원 뒤 제주에서 보내온 갈치와 고등어 그리고 밀감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살가운 정을 베풀어주던 병실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하고난 바로 어제, 아주 멀리서 선물 하나가 택배로 왔답니다.
저 멀리 제주도에서 보내온 택배랍니다.
퇴원할 때 그렇게나 정이 들었고 고마웠던 분들이랑 헤어지기 너무 아쉽고 서운해서 몇몇 분들의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는데 그 가운데에 제주도 언니가 보내준 택배였던 겁니다.
세상에나!
고등어는 한 마리씩 따로 비닐에 싸고 갈치는 한 끼에 먹을 만큼씩 여러 봉지에 나눠서 다 손질된 채로 보내왔어요.
그뿐아니라, 제주 밀감까지 함께 보내왔답니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또 있겠어요?
어떤 환자가 병원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살가운 정을 나눠 먹고 또 퇴원을 해서도 이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해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시골마을 병원에서 지내면서 어쩌면 아픈 건 당연하고 외로움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정말 그런 마음은 하나도 느껴본 적 없었고 같은 병실의 모든 사람들의 정을 먹으며 참 재미나게 보냈답니다.
도시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이런 살가운 정이 참 눈물 나도록 고맙네요.
경북 예천군 예천읍 동본리 535-1
옛날통닭
054-652-7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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