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구미 동락서원과 여헌 장현광] 서원을 다듬는 손길이 참 아름답다!

by 한빛(hanbit) 2022. 10. 12.
728x90
반응형

구미 동락서원

제가 사는 구미시의 역사인물에는 고려삼은 가운데 한 분이신 '야은 길재' 선생이 있고, 그분의 제자들은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에 이르고 있지요. 이밖에도 사육신의 한 분인 '단계 하위지', 생육신 '경은 이맹전' 선생도 구미시의 역사 인물입니다. 또 조선중기의 학자인 여헌 장현광 선생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구미시는 이 역사 인물을 널리 알리고 그분들의 뜻을 잘 새기는 일에 소홀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야은 길재

이전에도 구미시의 역사인물에 대한 글은 여러 차례 썼는데, 티스토리에서는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네요. 앞으로 여기에서도 하나씩 써볼까 합니다.

역시 '조선 인물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물의 반은 일선(선산)에 있다'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일선'은 구미시 선산을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일선현'이었다고 합니다.

구미의 역사인물

오늘은 구미 <동락서원>에 다녀왔습니다. 동락서원은 조선후기의 학자 여헌 장현광 선생과 그의 수제자 장경우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이랍니다.

동락서원은 오래전에도 몇차례 가봤는데 그때마다 문이 닫혀 있었답니다. 오늘도 큰 기대를 안 하고 다녀왔지요. 혹시 지금도 문이 닫혀있을 수 있겠다 싶어서요. 구미대교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갑니다. 저 앞에 동락서원 문루가 보입니다.

동락서원은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구미대교 북동쪽에 있답니다. 서원에 가려면 구미대교 아래쪽으로 가야 하지요.

시원한 낙동강이 펼쳐집니다.

서원 앞에 굉장히 키 큰 은행나무가 있네요.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할 때 380년이라고 하네요. 어느새 420년 된 은행나무입니다.

은행나무와 문루의 높이가~~

이 서원은 여헌(旅軒) 장현광( )(1554~1637)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려고 조선 효종 6년(1665년)에 세운 것입니다. 장현광 선생은 본관이 인동(仁同) 장 씨랍니다.

서원의 문루에 준도문(遵道門)입니다. '도를 따르는 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닫혀있던 때가 많았던 서원이 이렇게 문이 활짝 열린 걸 보니, 정말 기쁘고 반갑습니다. 어쩌면 지극히 마땅한 일인데 고맙기까지 하네요.ㅠㅠ

문루 안으로 들어서니, 앞쪽에 강당이 있고 양쪽에 동재와 서재가 있습니다.

마당은 생각보다 작네요. 동재와 서재를 아래로 두고 강당에 오르는 계단이 꽤 높습니다.

동락서원 현판을 단 강당입니다. 강당 앞으로 배롱나무 두 그루가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동재인 근집재(槿執齋)입니다. 

서재인 윤회재(允懷齋)이고요.

문루인 준도문과 함께 오밀조밀한 서원입니다.

그런데 문루는 있는데 문루로 올라가는 문이나 계단이 없네요. 아마도 행사 때에만 사다리를 쓰는 가 봅니다.

동락서원은 사액서원입니다. 그 이전에는 <부지암정사>였답니다. 

여헌 장현광 선생께서 이 부지암정사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치신 곳이지요. 선생은 벼슬길에 몇 차례 오르시고 또 여러 차례 벼슬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벼슬을 마다하고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당시에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선생의 문인들 사이에서도 학문과 덕행을 높이 샀다고 하지요.

어머나~! 서원 서재 곁에 백일홍을 심어놨네요.

서원 한쪽에 예쁜 꽃이 피어있으니 참으로 좋네요. 이걸 보니, 누군가 애써 서원을 가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락서원(東洛書院)은 처음에 여헌 장현광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부지암정사>였다가 제자들이 세운 서원이었는데 나중에 1676년(숙종 2)에 ‘동락’이라고 사액되어 사액서원으로 승격되었답니다. 고종 때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다시 1932년 사당을 중건하고 1971년 중창했다고 합니다.

시도소(時到所), 오늘날 내빈 안내실 같은 곳이라고 하네요. 

동락서원은 음력 2월과 8월에 향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아마도 지난 음력 8월에 써서 붙인 것 같네요.

동락서원의 강당 중정당인데요. 경북 문화재자료 제21호입니다.

보통 서원의 강당이 명륜당(明倫堂) 편액이 많이 걸려있는데 여기는 중정당(中正堂)이라고 하네요.

동락서원 중건기도 보이고요.

또 올해 음력 8월 26일에 지낸 향사 때 일한 분들의 명단으로 보이는 것도 걸어놨네요.

동락서원 중건기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등등등

이 끈이 무언지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마루에 서있을 때 붙잡을 수 있는 끈입니다.

중정당 강당에서 문루를 내려다보는 모습입니다.

배롱나무꽃이 피었을 때 오면 더욱 운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상량문

직일(直日) 유학 장세곤(幼學 張世坤)

제례 전반에 대하여 이끌어가는 사람을 말하는 가 봅니다.

자, 이제 사당으로 가 볼까요?

강당인 중정당 뒤로 돌아가서 계단을 올라갑니다.

참, 가장 위에 올린 사진에서 보듯이  아주머니 두 분이 강당을 둘러보고는 사당으로 올라갔답니다. 서원에 와서 우리처럼 둘러보는 이들을 아주 오랜만에 봤어요. 이런 분들 보면 무척 반갑고 기쁘답니다.

동락서원 사당인 경덕묘(景德廟)입니다.

경덕묘에는 여헌 장현광 선생과 그의 수제자인 장경우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입니다.

사당 앞에 있는 이 기둥 두 개는 정확하게 명칭이 무언지 모르겠어요. 누가 아는 분은 좀 가르쳐 주세요.

아마도 제례를 지낼 때 제관들이 손을 씻을 때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당 옆에는 작은 맞배지붕을 이고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저건 여헌 장현광 선생 신도비각입니다.

어쩐지~!!!

처음에 동락서원에 들어왔을 때, 무척이나 깔끔하고 대청에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했더니 이렇게 부지런하게 청소를 하며 관리를 하는 분이 계셨군요.

정말 고맙고 고맙네요.

인사를 하고 "고맙습니다."라고 했더니, 이렇게 청소하면서 이런 인사는 처음 듣는다고 하시는군요.

 

실제로 정말 고마웠답니다.

우리 문화유산들을 이렇게 깔끔하게 가꾸는 손길이 있다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잖아요. 아주머니랑 이야기하며 알았는데 세상에나~! 아까 서재 옆에서 보았던 백일홍 꽃들을 모두 이 아주머니가 심고 가꾸었다고 하시네요.

사당을 나와서 내려서니, 여기에도 백일홍을 굉장히 많이 심어놨네요.

이런 손길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신도비각을 구경합니다.

바로 문강공 여헌 장현광 선생의 신도비각입니다.

신도비의 이수입니다. 용이 여러 마리 되는 듯 보이네요. 

문강공 여헌 장선생 신도비각

거북이 모양을 한 귀부가 꽤 재미나게 생겼습니다. 이빨을 드러내 놓고 있는데 양쪽에 송곳니도 보이더라고요. 코는 주먹코에 콧구멍도 뻥 뚫려있고 양 눈은 부리부리 합니다. 가지런하게 뻗은 발의 발가락도 재밌습니다.

아주머니 손길로 예쁘게 핀 백일홍

그 손길이 아름다워서 더욱 예쁘게 보입니다.

강당 지붕 위에 와송이 많이 피었습니다.

백일홍 옆으로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생긴 모양이 마치 큰 두꺼비처럼 보이네요.

뒤에서 봐도 그렇게 보이네요. 대형 두꺼비입니다.

중정당 앞에서 바라보는 문루 준도문이 참 멋스럽네요.

내년 여름에 배롱나무꽃이 활짝 필 무렵, 때를 잘 맞춰서 다시 한번 와봐야겠네요.

이번에는 정말 놓칠 뻔했는데, 서원 옆에 야트막한 언덕이 있는데 가 봤더니, 이렇게 큰 바위가 하나 있었어요.

바위에는 천연대(天淵臺)라 쓴 글씨가 새겨져 있네요.

높이와 둘레가 모두 2m쯤 되는 크기인데 이걸 세운 때나 그 유래는 알 수 없다고 하네요. 아마도 이 자료는 없나 봅니다.

그런데 천연대를 찾다 보니, 이런 글이 있더군요.

 

‘천연대’는 <시경 詩經>의 대아한록편에 나와 있는 ‘연비려천 어악우연(鳶飛戾天魚躍于淵; 솔개는 날아 하늘에 닿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노니)’이라는 문장에서 인용한 글자로, 인륜의 도(道)는 억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와 같이 행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동락서원 천연대 각자편 지식백과에서...)

서원 옆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입니다.

저 은행나무는 여기서 봐도 굉장히 크네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구미대교

오늘은 제가 사는 구미시의 역사 장소, 여헌 장현광 선생을 배향하는 동락서원을 소개했는데요. 여헌 장현광 선생의 삶도 엿볼 수 있어 좋았고요. 또 꾸준히 서원을 관리하는 손길이 있어 더욱 기쁘고 반가웠답니다. 청소를 하고 꽃을 심어 아름답게 하는 일이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지요. 남다른 마음으로 우리 문화재, 우리 문화유산들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손길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저는 공공근로로 이 서원을 청소하는 일을 하지만, 나름대로 굉장히 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답니다."

 

아주머니의 뜻깊은 마음에 힘껏 박수를 보냅니다.

 

동락서원 건너편에는 <여헌 기념관>도 있습니다. 함께 둘러보면 아주 좋을 듯합니다.

아 참, 금오산에 있는 <구미 성리학 역사관>에서는 2022년 12월 4일까지 구미의 역사 인물 <야은 길재 지주중류에 실린 백세의 청풍>이라는 기획전시를 하고 있답니다. 야은 길재 선생을 비롯하여 구미의 역사 인물들을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 제가 <한빛문화재여행TV> 채널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한 <구미 동락서원>도 함께 감상하세요. ★

 

https://youtu.be/f41MaaSdAME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