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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예천 사부리 소나무, 임진왜란 전설을 품은 200년 당산나무의 안타까운 위험신호

by 한빛(hanbit) 2026.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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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양보를 하며 600년 세월을 마주 보기만 하고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은 예천 수한리 소나무를 둘러보고 또 다른 마을로 갑니다.  매우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을, 경북 예천군 용문면 사부리 마을을 찾았습니다.

좁은 산길을 달려 올라가 만난 깊은 골짜기 속에는, 마치 하늘에서 푸른 낙하산을 펼쳐놓은 듯한 매우 남다른 모습을 뽐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바로 ‘예천 사부리 소나무’입니다.

둘레에는 온통 감나무밭이더군요.

예천 사부리 소나무

 

누렇게 말라버린 가지가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소나무 앞에 서자마자, 감탄보다는 깊은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사부리 소나무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 잎이 아닌, 누렇게 말라버린 앞쪽 가지였습니다. 요즘 나들이길에 보면 소나무재선충 때문에 말라죽어가는 키 큰 나무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 귀한 사부리 소나무 역시 그 안타까운 피해를 입은 듯해 마음이 몹시 안쓰러웠습니다. 

이 사부리소나무는 200년 세월을 버텨온 나무입니다. 그런데 마치 어떤 위험 신호를 보내는 듯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앞쪽 가지는 벌써 누렇게 말랐습니다.

반송인 듯 소나무인 듯, 독특한 자태와 임진왜란의 전설


이 소나무는 나이가 약 2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8m 정도 됩니다. 밑동에서부터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언뜻 보면 '반송'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반송은 가지가 하늘을 향해 비스듬하게 뻗어 나가는데, 이 사부리 소나무는 가지가 거의 '직각'에 가깝게 꺾여 뻗어 나갑니다. 그래서 학자들 사이에서는 일반 소나무와 반송의 중간쯤 되는 아주 남다른 나무 모양입니다.

밑동에서부터 1m쯤 올라온 뒤 사방으로 가지를 뻗으며 자랐는데 비스듬하기보다 직각에 가까울 만큼 뻗어나간 게 신기합니다.

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도 하나 있습니다. 때는 임진왜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을 돕기 위해 찾아온 명나라의 이여송 장군이 자신의 벼루 속에 소나무 씨앗을 가지고 와서 이곳에 심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여송 장군이 벼루에 소나무 씨앗을 들여와 심었다고 전하는 사부리 소나무(AI생성 이미지)


실제 나무 나이가 200년인데 400년도 더 된 임진왜란 때 심었다는 건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이지만, 우리 선조들이 소나무를 얼마나 애틋하게 여겼으면 이여송 장군의 이름까지 빌려와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싶네요.

그래서 이 나무를 <이여송 나무>라고도 한답니다.

사부리 소나무 둘레에는 온통 감나무밭입니다.

앞쪽 가지 뿐아니라, 아래쪽으로 뻗어가는 가지 끝에도 누렇게 마른 부분이 여러 곳 눈에 띕니다. 

웅장함보다 애틋함이 더 큰 사부리 소나무


오래된 나무를 보러 가면 웅장한 크기에 놀라곤 하죠. 하지만 사부리 소나무는 8m라는 높이가 말해주듯 아주 큰 소나무가 아닙니다. 깊은 골짜기에 살아서 둘레 풍경의 눈높이에 스스로를 맞추며 자란 듯 아담하고 정겹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에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마을을 오가는 길에 불편을 준다는 까닭으로 잘라냈다고 하더군요. 앞서 우리 민족이 소나무를 애틋하게 여긴다고 했지만, 당장 삶이 불편함을 겪는 건 그 애틋함보다 조금 더 컸나 봅니다.

비록 인간의 손에 잘려 나가 웅장함은 잃었을지언정, 남은 줄기들이 제각각 여러 갈래로 멋스럽게 뻗어 나가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양을 하고 있으니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느긋한 풍경 위, 마을의 평화를 빌던 당산나무

용문산 줄기 아래 자리 잡은 사부리 마을은 오가는 길도 좁고 집도 몇 채 없는,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곳입니다. 이 평화롭고 느긋한 풍경 위에 낙하산을 펼친 듯 서 있는 소나무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멋진 그림이 됩니다.

소나무를 애틋하게 여기는 민초들의 마음 AI생성 이미지

우리 민족은 예부터 느티나무나 팽나무처럼 이 소나무를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신성시했습니다. 사부리 소나무 역시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온 마을 사람이 모여 제사를 올리고 마을의 평안을 빌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요즘 시골 마을마다 이런 큰제사들이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데, 이곳 사부리의 따뜻한 전통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더 늦기 전에 지자체의 관심을 바랍니다

 

요즘 나들이길에 보면, 소나무들이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꼿꼿하게 살아온 키 큰 나무들이 재선충으로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예천 사부리 소나무가 흘리고 있는 눈물 역시 우리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신호입니다. 오랜 세월 마을의 역사와 전설을 품고 이 자리를 지켜온 이 아름다운 나무가 오랫동안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우리 모두가 조금만 더 따뜻한 관심과 손길을 내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 예천 사부리 소나무 찾아가는 길

사부리소나무 경북 예천군 용문면 사부리 817


※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인 한빛국가유산TV에서 만든 영상도 함께 보세요.

https://youtu.be/CSQhqKWWaXk?si=9I5xYzWneXScCQ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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