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유산 나들이를 주로 하지만, 가끔 박물관이나 문학관 나들이도 참 좋아하지요. 얼마 앞서 당진에 있는 박물관 두 곳을 정해 다녀왔답니다. 먼저 당진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 갔지요.
"수리민속박물관?"
수리? 그게 뭐지? 익숙한 말이 아니라 어떤 박물관인지 선뜻 와닿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농사에 쓰이는 물을 조절하려고 만든 관개시설이나 배수시설 등을 설치하는 사업을 '수리사업'이라 하고요. 또 물을 공급하려고 만든 시설로는 보나 저수지, 양수장 등이 있겠지요? 그러니까 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박물관이었군요.
당진 합덕수리민속박물관

당진에는 조선 3대 저수지(김제 벽골제, 황해도 연안 남대지, 당진 합덕제) 가운데 하나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합덕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 박물관 앞에 있더군요.

고려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합덕제는 지금은 농경지로 쓰고 있고요, 저수를 위해 쓰인 제방만 원형대로 길게 남아 있고, 제방이 곡선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합덕제는 자연으로 생긴 저수지가 아니라,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둔 시설이랍니다.

고려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거라고 하니 역사가 꽤 오래 되었네요.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합덕제 이야기가 곳곳에 실려 있습니다.

수리시설로 제(堤), 언(堰), 보(洑) 등이 있다고 하네요. 바다 가까이에 둔다는 언(堰)은 처음 알았네요.
산 가까이에는 제, 바다 가까이에는 언, 들판 가까이에는 보를 둔다는 것도 새롭습니다.


합덕제의 길이가 1.771m, 저수지 면적은 103ha, 물을 이용하는 면적은 726ha에 이르는 큰 저수지였는데 지금은 논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8개 수문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 옛날 왕이 기우제를 지내는 모습

제방을 쌓는 방법을 디오라마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방을 쌓을 때 땅이 탄탄해지도록 다지는 모습입니다.


땅을 다질 때 쓰는 도구인데요. 통나무에 손잡이를 끼워 네 사람이 맞잡고 땅을 다지겠네요. 그 옆에는 밧줄에 묶은 돌도 보입니다. 이것 역시 여럿이 함께 쓰는 도구입니다.

또 논에 물을 대는데 쓰는 갖가지 도구들도 있는데요. 무자위, 용두레, 맞두레 등이 있어요.
그 가운데 무자위는 아주 낯이 익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 번 소개한 조선통신사 박서생 선생 이야기에서 일본에서 보고 배운 걸 들여와 농사에 많은 도움이 되게 했던 바로 그 무자위였습니다. 통차, 수차, 왜에서 들여왔다고 왜차라고도 했지요.
https://sunnyhanbit.tistory.com/247
<의성 통신사공원> 조선 최초의 통신사 박서생 선생과 '수차' 그리고 낙동강에 띄운 '율정호'
제가 사는 구미와도 매우 가까운 의성 낙단보 낙동강 선착장에 이 생겼네요. 정확한 명칭은 입니다. 가까운 곳에 생긴 건데도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었네요. 조선 최초의 통신사인 율정 박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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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들어와서는 양수기를 써서 물을 끌어오기도 하지요.

박물관 마당에는 농경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었어요. 물을 긷던 펌프도 있고요.

물을 퍼서 논에 물을 대는 용두레도 있네요. 저 뒤에는 무자위도 보입니다.

합덕방죽, 삶을 품다

지금 박물관에는 기획 전시를 하고 있더군요.
<합덕방죽, 삶을 품다>라는 제목으로 합덕제 옛이야기를 담아 전시를 합니다. 그 시절 합덕제에 얽힌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과 이야기들을 들려주더군요.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있는 이야기를 그분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도 있더군요.
그리고 드넓은 합덕제

그 옛날 합덕제는 지금은 거의 논이 되어 있고요. 그 나머지는 이렇게 수변공원을 만들었더라고요.

이 공원이 굉장히 넓더군요. 한 바퀴 다 돌아보려면 다리품이 많이 들겠습니다. 우리는 조금만 걸어보자 하고 갔다가 그래도 꽤 많이 걸었는데요. 반도 못 봤더라고요. 곳곳에 포토존도 많이 있어 참 좋더군요.

버그네순례길 초성입니다.
버그네는 당진에 있는 삽교천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삽교천을 '범근내'라고 했다네요. 그 말이 바뀌어 지금은 버그네길! 그런데 왜 순례길이냐고요? 이 둘레에 천주교 박해 때 많은 피해를 입은 순교성지가 많이 있더군요. 사진은 못 찍었는데 박물관 바로 옆에는 병인박해 때에 핍박을 피해 천주교인들이 숨어있던 은신처였던 <합덕성당>이 있고요. 또 솔뫼성지나 신리성지도 있습니다.

그 옛날에도 이 합덕제 제방을 걸으며 천주교 행사인 '성체거동' 하는 행렬 사진이 있습니다.

갖가지 조형물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수양버들이 굉장히 많았답니다. 우리가 찾아간 때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바람에 나부끼는 수양버들이 보기에 참 좋았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수양버들은 처음 봤답니다.


연밭도 있고요. 해마다 6월 끄트머리에는 합덕제 연꽃축제도 열린다고 합니다.

철 따라 다르게 피어나는 꽃구경도 무척 재밌습니다. 꽃밭이 곳곳에 많았지요.




연밭과 수양버들


나무가 많아서 그늘이 무척 많았답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잠깐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벤치도 곳곳에 있고 원두막도 있어요.




시원한 수양버들 그늘 아래에 멋진 그네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그네도 타봤는데 마치 어린애처럼 재밌었답니다.
조선 3대 저수지로 알려진 당진 합덕제와 그 둘레 멋진 풍경들 속에서 느긋하게 보내고 왔습니다. 또 합덕 수리 민속박물관을 둘러보며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
이젠 또 다른 박물관으로 떠납니다. 어딜까요? 하하하 기대하세요.
합덕수리민속박물관 - 충남 당진시 합덕읍 덕평로 379-9 1층
합덕제 수변공원 - 충남 당진시 합덕읍 성동리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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