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닫힌 진주향교에 '대실망'하고 우연히 들른 밥집에서 맛나게 곤드레밥을 먹고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진주성에 갔습니다.
진주성은 오래 앞서 두 번이나 가봤는데, 그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촉석루와 논개가 왜적 장수와 몸을 던졌다는 의암...
그리고 두 번 모두 뙤약볕이 한창이던 한여름이라서 이곳저곳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는 게 떠오릅니다.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만 하고 왔었네요.

아마 지금 같으면 아무리 덥고 땡볕에 시달린다 해도 틀림없이 구석구석 꼼꼼하게 다 돌아보고 왔을 겁니다.

이번에는 전혀 예정에도 없던 일이었지만 진주향교를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고 다시 한번 가보자 하여 진주성으로 갑니다.

진주성! 촉석루와 논개만 보고 왔나요?

예전에 왔을 때는 못 봤던 곳인데 진주성 들머리 앞에 있는 매표소가 있는데 너른 공원이 새로 생겼더군요. <진주대첩 역사공원>입니다.

들머리 촉석문입니다. 저 앞에서 입장권 검사를 하더군요.

첫 들머리부터 바로 우리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눈치채셨지요? 하하하

촉석루중삼장사기실비(矗石樓中三壯士記實碑)입니다.
어떤 세 장군을 기리는 빗돌인 듯합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임진왜란 때 공을 세워 판서에 추증된 김성일(金誠一)[1538~1593]과 조종도(趙宗道)[1537~1597], 이조판서에 추증된 이로(李魯)[1544~1598]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라고 합니다. 아, 다른 분은 잘 몰라도 학봉 김성일 선생은 알겠네요.
학봉 김성일 선생이 임진왜란 때에 민심을 다스리라는 명을 받아 영남 초유사로 진주성에 왔다고 합니다. 이때 이 세 분이 촉석루에 올라 왜란 때문에 온 강토가 짓밟히고 백성들이 흩어진 걸 보며 슬프고 분한 마음을 담아 시를 읊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촉석루는 진주의 상징이자 영남 제일 명승으로 손꼽히는 누각입니다. 전쟁 때에는 장수들의 지휘소로 쓰였고 평상시엔 선비들의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찾아와 눈앞에 펼쳐진 남강을 바라보며 쉬는 곳입니다. 제가 두 번째 왔을 때엔 이 촉석루에서 민요 공연을 하는 것도 봤네요.


의로운 논개의 죽음을 기리는 빗돌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와아~! 어쩜 이렇게 썼을까요?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지요? 하하하
일의 주장
돌일한 이

글 지은 이
글씨 쓴 이
이 빗돌이 세워지기까지 애쓴 분의 이름을 적었는데 '우리 말'로 풀어쓴 게 정말 마음에 듭니다.

논개 영정을 모신 의기사입니다.
이 영정이 논개의 표준 영정이라고 합니다.

남강이 흐르고 유람선도 떠 있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유람선의 이름이 <김시민호>라고 하네요.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 장군의 이름을 딴 유람선입니다.

진주성에는 볼거리가 정말 많더군요. 익히 잘 아는 촉석루와 의암, 논개 영정을 모신 의기사뿐 아니라, 저 끝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 임진대첩계사순의단, 영남포정사, 북장대, 서장대, 창렬사 등 곳곳에 볼거리가 넘칩니다.
아,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이걸 다 못 보고 갔으니, 또 그 명언이 떠오릅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저 앞에 펼쳐진 풍경이 참 아름답네요. 가을이 한껏 내려앉아 저마다 자기 빛깔을 드러내고 있어 예쁩니다.

진주 쌍충사적비(晋州雙忠事跡碑)인데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의병으로 나서 싸우다가 순절한 제말(諸沫)·제홍록(諸弘祿) 형제의 공을 기념하는 사적비입니다.

진주성 우물입니다.
지난 2013년 9월에 발굴을 끝내고 복원을 했다고 합니다.
진주성을 쌓았던 삼국시대부터 있었고 또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때에도 이 우물이 소중한 식수원이었다고 합니다.

우물 속에 누군가 소원을 담아 동전을 던졌나 봅니다.

너른 성 안에 빛깔 고운 가을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 덕에 많은 이들이 이 가을을 즐기러 많이 나왔더군요.

풍경은 역시 인물입니다.

저마다 행복해하며 가을을 즐기는 이들의 뒷모습이 모두 여유롭고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난 오늘 이 계절에 여기에 왔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라며 함께 온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도 오늘 같은 생각입니다. ^^

국립진주박물관
우리가 좋아하는 박물관이 진주성 안에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이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입니다.
백 원짜리 동전에 새긴 그 장군과는 많이 다르지요?
옛 문헌에 봐도 장군은 체구가 크고 용맹이 뛰어나며 붉은 수염에 담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답니다.

진주박물관은 진주의 어제와 오늘도 잘 알 수 있는 역사도 보고 임진왜란과 진주를 볼 수도 있었어요. 또 기획전으로 조선 암행어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전시회도 하더군요. ‘암행어사, 백성의 곁에 서다’ 전시회입니다. 어사의 종류, 어사가 하는 일, 어사에게 내려진 마패 등 잘 몰랐던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고려 때 거란의 침입을 물리친 고려 문신인 정신열과 정천익을 배향한 청계서원입니다.
진주성 안은 발길 닿는 곳마다 구석구석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이 큰 팽나무 뒤로 보이는 누각은 북장대입니다.

때가 때이니만큼 가랑잎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참으로 운치 있습니다.

북장대에서 내려다본 진주 시내 풍경입니다.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옛 기와 전각들과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진주성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무척 많더군요.

고려충절신 증 시랑하공진사적비 (高麗忠節臣贈侍郞河拱辰事蹟碑)
고려 거란전쟁의 영웅 하공진 장군을 기리는 사적비입니다.

그 곁에는 하공진 장군을 기리고 배향하는 사당인 경절사가 있습니다.

옛 수령들의 선정과 공적을 기리는 비석군도 있네요.

느긋한 쉼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영남 포정사 문루를 지나 내려가며 길게 드리운 그림자도 한 컷~!


드디어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장렬하게 싸우다 순절한 김시민 장군을 만납니다.
조선 군사 3천을 이끌고 왜군 3만에 맞서 진주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영웅입니다.

충무공 김시민장군상


아이를 데리고 왔던 젊은 엄마는 이 진주대첩 이야기를 보면서 들려주고 있었어요. 게다가 김시민장군상 앞에 데려와 인사까지 시키더군요.
"김시민 장군님,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배꼽인사를 꾸뻑~ 한참 동안 하더군요. 참 귀엽고 예뻤답니다.

진주성 공북문

김시민장군 전공비


임진대첩 계사순의단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은 임진왜란 2차 진주성 전투(계사년, 1593년)에서 순국한 7만 민·관·군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 1987년 건립된 단(壇)입니다.


진주성은 이번 나들이가 통틀어 세 번째입니다. 잘 알지 못하고 왔을 때는 촉석루와 의암만 눈에 들어왔고 그것만 제대로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찾아간 세 번째 방문은 참으로 뜻깊었답니다.
가을이 한창 내려앉아 온갖 아름다운 빛깔로 물든 풍경도 참 좋았습니다.
또 그 풍경을 찾아온 사람들도 풍경이 되어 참 느긋하고 평안해 보였지요.
가장 좋았던 건, 구석구석 펼쳐진 우리 문화유산들과 그 속에 깃든 역사를 들여다보고 살필 수 있어 참 좋았답니다. ^^
진주성 - 경남 진주시 남강로 626
★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 한빛국가유산TV에 진주성 영상을 담았습니다. 함께 감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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