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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500년 앞서 과부가 치마에 싸서 옮긴 돌? 순창 남근석에 숨겨진 비밀 [산동리남근석, 창덕리남근석, 그리고 팔왕여근곡 인정샘]

by 한빛(hanbit) 2026.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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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산동리 남근석

 

순창 산동리 남근석

 

"500여 년 전, 한 여인이 무거운 돌 두 개를 치마폭에 싸서 마을을 가로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믿기 힘든 이 전설의 주인공은 바로 전북 순창의 '남근석'입니다. 단순히 민망한 조형물이라 생각했다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간절히 자녀를 바랐던 여인들의 눈물 어린 기도와, 마을의 재앙을 막으려 했던 조상들의 절박한 믿음이 서린 이곳. 오늘은 순창 팔덕면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 숨겨진, 기묘하고도 정교한 국가유산 '남근석'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마을 앞에 들어서니, 멋진 소나무들이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이 마을은 팔왕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이 무척 남다르네요.

뭔가 이야깃거리가 있을 듯해서 찾아봤어요.

 

팔왕마을은 '팔왕터'라는 옛이름에서 나온 말인데요.

설 씨의 시조인 설 씨 부인이 젖이 4개이고 또 쌍둥이를 4배로 낳아서 모두 8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그 자식들이 모두 잘되어 임금인 나보다 너희들이 더 낫다고 하여 ‘팔왕(八王)터’라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전북 순창군 팔덕면 산동리입니다.
산동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팔덕면 산동리가 되었다가 1971년 행정분리로 통천마을과 분통마을을 합쳐 쌍통리, 장재마을과 팔왕마을을 합하여 장파리로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2014년 통천마을, 신흥마을, 팔왕마을, 장재마을을 합쳐 산동리가 되었다고 하네요.

팔왕마을 들머리에 <산동리 남근석>이 있습니다. 마치 돌벅수처럼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게 마치 이 마을을 지키는 수문장 같은 느낌입니다.

"이게 정말 수백 년 전 솜씨라고요?"

 

순창 팔왕마을 들머리에 들어서면 눈을 의심케 하는 정교한 조각 하나를 만납니다. 1m 65cm의 거대한 화강암 위에 새긴 섬세한 연꽃무늬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흔히 알던 투박한 남근석과는 차원이 다른 예술성을 보여주는데요. 대체 누가, 왜, 이 깊은 마을에 이렇게나 큰 흔적을 남긴 걸까요? 지금부터 순창의 숨은 명소, 남근석의 비밀을 들여다볼까요?

이 남근석은 전북특별자치도 민속문화유산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산동리 남근석은 500여 년 앞서 과부로 지내던 한 여인이 남근석 두 개를 치마에 싸 가지고 오다가 너무 무거워서, 한 개는 창덕리에 두고 다른 한 개는 이곳 산동리에 세웠다고 합니다.

남근석 한 개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이 큰 것을 두 개씩이나 치마에 싸 가지고 왔다니요. 네. 뭐 전설이니까요. ^^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아기를 갖기 원하는 많은 여인들이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하였다고 하는 산동리 남근석입니다.

남성의 생식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남근석'이라고 하지요.

산동리 남근석 키가 무려 165㎝이고, 지름은 45㎝나 됩니다. 

게다가 조각을 보니, 정말 정교하군요. 그리고 이 남근석 아랫부분에는 연꽃무늬를 새겼다고 하네요. 실제로 보니, 연꽃봉오리 모양도 보이고요. 연잎 모양도 보입니다. 가장 윗부분에는 마치 연꽃봉오리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렇듯 산동리 남근석에 연꽃을 조각한 까닭에 '미륵신앙'에 뿌리를 둔 조형물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산동리 연봉석', '팔왕마을 연봉선돌', '산동리 연화석'이라고도 합니다.

순창에는 <순창 여인들의 길>이 있더군요. 예부터 내려오는 순창 여인들의 삶과 이야기가 깃든 곳 열 곳을 말하더군요. 

1. 인정샘

2. 산동리 남근석

3. 창덕리 남근석

4. 대모암

5. 홀어머니산성

6. 귀래정

7. 설씨부인 권선문

8. 물통골 약수터

9. 고려직제학 양수생 처 열부이씨려

10. 요강바위

그 가운데 1~3번까지가 오늘 제가 소개하는 곳이랍니다.

산동리 남근석에서 바라보는 들판인데, 제가 갔을 때가 3월 초였는데 한창 봄이 피어나고 있더군요. 

들판을 굽어보는 소나무가 아주 멋지네요.

남근석 앞에 작은 샘도 있네요. 지금도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더군요.

아까 과부가 치마에 싸 가지고 온 남근석이 두 개라고 했지요? 무거워서 한 개는 버리고 왔다는...

이제는 그곳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순창 창덕리 남근석

창덕리 남근석

산동리 마을에서 4km 남짓 떨어진 마을 창덕리 태촌마을입니다.

이곳은 산동리처럼 마을 들머리가 아니라 마을을 살짝 비껴서 마주 보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판을 가로질러 왔는데, 이곳에 창덕리 남근석이 있고, 또 주차장도 따로 저 위쪽에다가 마련해 놓았네요.

창덕리 남근석

여기 창덕리에 있는 남근석도 산동리 남근석과 똑 닮았네요. 신기합니다.

창덕리 남근석은 마을 들머리가 아니라, 따로 마련된 높다란 언덕 위에 세워놓았네요.

순창 여인들의 길

창덕리 남근석은 순창 여인들의 길 3 번째입니다.

여기도 산동리와 비슷한 설명을 적었는데요. 조금 남다른 게 하나 있습니다.

창덕리 남근석은 500여 년 앞서 태촌마을에 살던 한 걸인이 결혼을 할 수 없음을 비관하여 설움을 달래려고 세웠다고 하고요. 또 산동리와 마찬가지로 과부로 지내던 한 여인이 이 남근석 두 개를 다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여기도 연꽃무늬를 새긴 아주 똑 닮은 남근석입니다.

역시 전북특별자치도 민속문화유산이고요.

▲ 창덕리 남근석 오른쪽에서 보는 모습

창덕리 남근석 뒤쪽에서 보는 모습

 

산동리 남근석과 창덕리 남근석 비교사진 아래 ▼

왼쪽은 산동리 남근석, 오른쪽은 창덕리 남근석

이렇게 산동리와 창덕리 남근석 두 개를 나란히 붙여 놓으니까 설명이 더 쉽군요. 둘이 참 많이 닮았습니다. 다만 창덕리 남근석은 산동리보다 조금 작습니다.

창덕리 남근석은 높이는 138㎝, 지름이 43㎝입니다.

이 남근석도 산동리와 마찬가지로 연꽃잎, 연꽃, 연잎, 연 봉오리, 물고기 등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두 마을의 남근석 모두 '석각 연화도(石刻蓮花圖)'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돌에 새긴 연꽃 그림이란 말이지요. 이것도 역시 '연봉석' 또는 '연봉 선돌'이라고 해야 한다고 하네요.

이 남근석이 있는 자리는 창덕리 '동고 마을'인데 실제로는 살짝 오른쪽으로 비껴 자리 잡은 덕천리 태촌마을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태촌(台村) 마을 주민이 아미산(峨嵋山)의 산기운을 누르고자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태촌 마을 앞에는 너른 골짜기가 있고, 골짜기 건너에는 웅장한 아미산이 버티고 서 있는데, 아미산은 태촌 마을 주민들이 매우 위압감을 느낄 만큼 가까운 곳에 있지요. 태촌 마을 주민들은 이 아미산의 산 기운을 막으려고 아미산과 태촌 마을 사이에 마을 숲을 만들었고, 마을에서 보이는 아미산 자락에다가 이 남근석을 세웠다고 합니다.

태촌마을

창덕리 남근석에서 바라보면,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서 자리 잡은 마을이 보입니다. 바로 태촌마을이랍니다.

앗~! 놓칠 뻔했다! 산동리로 다시 가자!

팔왕마을회관

아까 처음에 산동리 남근석에 갔을 때, <순창 여인들의 길>을 처음 알았지요. 그 가운데 가장 첫 번째가 '인정샘'이었답니다. 사실 여기 산동리와 창덕리 남근석을 보러 가던 날,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갔었답니다. 순창에 있는 정자 몇 곳을 촬영하려고 왔던 거랍니다.

구미에서 순창까지 가면 밥집 문 여는 시간에 맞게 닿을 듯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일찍 오는 바람에 먼저 가까운 곳에 뭐라도 하나 보고 갔으면 좋겠다 싶어 찾아온 것이었지요. 바로 저 이정표를 본 거랍니다. 그러다 보니, 미리 공부도 못했고, 그 어떤 정보도 없이 가볍게 둘러보게 된 게지요.

https://sunnyhanbit.tistory.com/536

 

두툼하고 쫀득한 앞다리살 제육볶음과 우렁된장이 어울렁더울렁 [순창 신평가든 우렁제육쌈밥]

순창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러 갔다가 알게 된 밥집이 하나 있습니다. 이 집이 쌈밥맛집이더군요. 순창 메타세쿼이아길 가까이에 있는 입니다.순창 신평가든우렁쌈밥이 전문인데요.제육우렁쌈

sunnyhanbit.tistory.com

그 밥집은 앞서 소개했던 제육볶음과 우렁된장 콜라보 신평가든이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침이 고이네요.  

 

아뿔싸~! 그런데 나중에 집에 가서 보니, 산동리 마을에 정말 중요한 게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답니다. 어쩌겠어요. 바로 그다음 주에 또 순창으로 갔지요. 덕분에 두 번째 밥집도 역시 저 신평가든이었지요. 하하하~!

팔왕마을 여근곡 인정샘

산동리 팔왕마을

바로 그 다음주에 다시 찾아온 팔왕마을입니다. 이번에는 마을 안까지 들어와서 구경을 합니다. 

마을회관 앞에 너른 주차장이 있고 거기에 서서 내려다보면, 저 끝에 산동리 남근석과 정자, 화장실, 병풍처럼 서 있는 소나무들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마을회관 뒤쪽에 바로 순창 여인들의 길 1번인 '인정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와서 보니, 이렇게 넓은 터를 차지하고 있네요. 가운데 저 네모난 곳이 인정샘이었군요.

500여 년 앞서부터 저 남근석이 마을 들머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팔왕마을의 양기(陽氣)가 너무 강해 좋지 않은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여성의 음기(陰氣)가 샘솟기를 기원하며 인정샘을 만들어 양기를 눌렀다고 하네요.

그 뒤로 누군가 실수로 남근석을 무너뜨렸는데 그때 인정샘이 황톳물로 바뀌었다는 설화도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또 거꾸로 팔왕마을은 풍수학으로 볼 때, 여자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인정샘의 자리가 여인의 몸 가운데 여근(女根) 부근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을에 음기가 강하여 여자 아이 출생률이 높아 마을 앞에 남근석을 세워 양기를 보완하였더니, 사내아이 출생율이 높아져 후대에 자손이 끊긴 집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인정샘의 또 다른 이름은 '팔왕 여근곡(八旺 女根谷)'이라고도 합니다. 

인정샘을 보려고 한 주 뒤에 다시 왔는데, 앗~! 보다시피 저렇게 두꺼운 돌판을 덮어놓아서 샘 안쪽을 볼 수는 없었답니다. 

애고........................ㅠㅠㅠ

하는 수 없이 인정샘 촬영을 끝내고 남근석을 다시 보려고 내려갔는데, 낯선 우리를 지켜보던 분이 계셨네요. 마을 주민 한 분이 우리가 인정샘을 촬영하고 남근석 쪽으로 내려가는 걸 보고 차로 먼저 가서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왜냐고요?

여기가 진짜 인정샘!

우리가 아까 보고 온 건 진짜 인정샘이 아니라는 겁니다.

네? 이게 무슨 말이래요?

두꺼운 돌 덮개로 덮어놓은 샘은 나중에 상수도가 생기기 전까지 먹던 마을 샘물이고 실제 여근곡인 인정샘은 그 안쪽에 작은 덮개를 덮어놓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팔왕마을에 남근석과 인정샘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데 정확하게 알고 가는 사람이 잘 없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산동리 남근석 바로 앞에 있는 샘, 이건 인정샘이 아니에요.

심지어 산동리 남근석 바로 앞에 있는 이 샘을 보고 인정샘으로 알고 가는 이들도 많다고 하셨어요. 

세상에나~! 마을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두 주나 여기에 와서 촬영을 하고 둘러봤는데 잘못 알고 갈 뻔했습니다. 휴우~!

주민께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하고 다시 인정샘으로 갔습니다.

인정샘(팔왕 여근곡)

덮개를 열어봐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열어봤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부터 내려오는 인정샘, 팔왕 여근곡입니다.

여기가 진짜 인정샘 팔왕 여근곡이다!

생각보다 좁은 샘입니다. 물에 철분기가 있어서일까요? 샘 속에 바위 빛깔은 '녹빛'인데 물은 굉장히 맑더군요. 500 년! 그 오랜 세월 동안 팔왕 마을에 흘러든 샘물입니다. 남근석과 함께 음양(陰陽)이 조화를 이루며 팔왕마을을 지켜주고 있었네요.

살랑이는 봄 들판

살랑이는 봄바람을 따라 발길이 닿은 곳, 전북 순창의 팔덕면 산동리와 창덕리,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곳이 되었네요.
혹시 여러분은 '순창' 하면 고추장만 떠올리셨나요? 이곳에는 고추장만큼이나 강렬하고 뜨거운 '기운'을 품은 우리의 민속문화유산이 있었네요.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의 대상이었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수호신이었던 이 남근석과 여근곡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쫑긋 귀 기울이며 둘러봤습니다.

 

 

산동리 남근석 -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팔덕면 산동리 549-1

창덕리 남근석 -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팔덕면 창덕리 1148

 

인정샘(팔왕마을 회관 뒤쪽) -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팔덕면 산동리 727

 

※ 한빛국가유산TV에서 만든 영상도 함께 보세요.
https://youtu.be/RjbJXV_JZ5Q?si=GGpDg6fRpdM5C8at

 

https://sunnyhanbit.tistory.com/536

 

두툼하고 쫀득한 앞다리살 제육볶음과 우렁된장이 어울렁더울렁 [순창 신평가든 우렁제육쌈밥]

순창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러 갔다가 알게 된 밥집이 하나 있습니다. 이 집이 쌈밥맛집이더군요. 순창 메타세쿼이아길 가까이에 있는 입니다.순창 신평가든우렁쌈밥이 전문인데요.제육우렁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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