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앞서 성주에 있는 '지방리아까시나무'를 소개한 적이 있지요.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가 맞다고 했던 그 나무 이야기요.
그때 소개했던 아까시나무가 있던 마을은 지방리 모산마을이었습니다.
오늘은 거기서 멀잖은 지방리 모방마을에 있는 쌍둥이 나무를 소개할까 합니다.
띠뱅이 마을 들머리에 우뚝 선 쌍둥이 느티나무
모방마을, 그리고 띠뱅이
마을 이름이 무척 재미있지 않나요?
지방리라는 이름도 지산(池山)과 모방(茅方)에서 한 글자씩 따와 ‘지방(池方)’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해요.
지방리의 자연 마을로 지산[모산(帽山)·못안] 마을과 모방[띠뱅이·띠방이] 마을이 있답니다. 지방리아까시나무는 모산 마을에 있고 오늘 소개할 쌍둥이 느티나무는 모방마을에 있답니다.
'띠뱅이'라는 마을 이름은 옛날 이곳에 도롱이를 만드는 풀인 띠풀[모(茅)]이 많이 자생했는데, 사람들이 이 띠풀을 베어내고 마을을 만들었다 해서 '띠뱅이' 또는 '띠방'이라고 했다네요.
아무튼 위 사진 속 저기 앞에 보이는 바로 저 나무들이 오늘 이야기 주인공들이랍니다.
이 나무들도 지난번에 소개한 지방리아까시나무처럼 같은 때에 처음 찾아갔었지요. 겨울철 이파리 하나 없이 앙상한 몸뚱이를 드러낸 때였습니다.
위 사진에서 맨 앞에 보이는 나무와 가장 뒤쪽에 있는 나무가 바로 쌍둥이 느티나무입니다.
모방마을 앞 길가에 쌍둥이처럼 서 있는 두 그루 당산목입니다.
나무의 나이가 보호수로 지정할 때(1982년)에 200살이었으니 올해로 243년된 느티나무입니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모방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정성들여 동제를 올리는 당산목입니다. 그런데 요즘도 동제를 지내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두 차례에 걸쳐 다녀왔는데 아쉽게도 마을 사람들을 한 명도 못 봤답니다.
두 나무에 새 잎이 피는 모습을 보고 점을 친다?
이 마을에는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봄철에 두 느티나무에서 새 잎이 피는 모습을 보고 그해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한다고 합니다.
새 잎이 두 그루에서 함께 피어나면 모내기철에 아주 알맞게 비가 와서 풍년이 들고, 잎이 몇 차례 나누어 피면 모내기를 동시에 할 수 없어 흉년이 든다고 하네요.
이 얘기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네요.
봄이면 가지마다 새순이 돋는 시기가 다른데, 새 잎이 동시에 피어나면 봄철 날씨가 아주 좋다는 것을 말하고...
물이 넉넉하고 온도가 알맞으면 농작물을 파종하고 키우기에 좋으므로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와 반대라면 흉년일 수밖에 없고요.
새 잎이 피는 걸 보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네요.
들머리에서 봤던 느티나무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느티나무는 조금 뒤쪽에 있답니다.
이 나무도 역시 잎이 무성하네요. 새순이 날 때는 놓쳤지만, 지금 봐도 나무 두 그루 모두 잎이 무성한 걸 보니 올해는 풍년이네요. 하하하!
자연 속 소나무와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무송헌
뒤쪽에 있는 느티나무 옆에는 '무송헌(撫松軒)'이란 재실이 있습니다. 느티나무 두 그루 사이에 있답니다.
예부터 '무송'은 도연명이 쓴 <귀거래사> 가운데 '무고송이반환(撫孤松而盤桓)"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로,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머뭇거리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소나무를 어루만진다'는 뜻은 자연 속 소나무와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래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겠다는 소박하고 고결하며 숭고한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무송헌 편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글씨로 이 글씨를 쓴 분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극암'
성주 출신의 극암 이기윤(克菴 李基允) [1891~1971] 선생의 글씨라고 하네요.
이분은 일제강점기 성주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일제에 항거하며 파리강화회의에 들고갈 <파리장서> 글의 기초를 쓴 분이라고 합니다.
그 뒤로는 돌아가실 때까지 주로 사당이나 재실 같은 곳에 '편액 글씨'를 많이 썼다고 합니다.
재실인 무송헌 건물은 유리와 샤시를 달았네요. 또 다른 편액도 보입니다.
왕암정(旺巖亭)
무송헌 안쪽에는 들어가서 둘러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무송헌을 말해주는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군요.
도대체 누가 세웠는지, 어떤 분의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또 이 집의 이름인 무송헌의 뜻은 잘 나타나 있지만 당최 어떤 문중이고 어떤 분을 기리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좀 아쉬웠답니다.
무송헌 바로 앞에는 또다른 표지석이 하나 섰는데 왕암정(旺巖亭)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마도 어떤 분이 정자로 세운 듯합니다. 그걸 무송헌이라는 재실로 쓰고 있는 듯보입니다.
아무튼 편액 글씨를 쓴 극암 이기윤 선생 이야기 말고는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어 아쉽네요.ㅠㅠ
마을 들머리에 있는 쌍둥이 느티나무
쉼터도 마련해 놓아 마을 분들이 오며 가며 쉬어갈 수 있겠네요.
그 옛날 마을마다 당산나무가 한 그루씩 있고 그 자리는 어김없이 마을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지요.
어릴 적에는 그 앞을 지나다니기가 굉장히 뻘쭘하고 또 왠지 쭈뼜거리기도 했지요.
그러나 요즘은 시골마을에 가도 이렇게 당산나무 아래에 쉬는 어르신을 만나기도 어렵더라고요.
오늘은 겨울철과 봄철에 두 차례에 걸쳐 다녀온 성주 지방리 띠뱅이 마을에 있는 쌍둥이 느티나무를 소개했습니다.
봄철에 피어나는 새 잎을 보며 그 해에 풍년과 흉년을 점쳤다고 하는 쌍둥이 느티나무였습니다.
성주 지방리느티나무와 무송헌 - 경북 성주군 월항면 지방1길 26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인 <한빛국가유산TV>에서 제작한 <성주 지방리느티나무와 무송헌> 이야기를 담은 영상 한 편 보고 가세요.★
https://youtu.be/2kXmep6no48?si=PFtATffK6dIZU86E
https://sunnyhanbit.tistory.com/470
아카시아, 아니죠! 아까시! [우리나라에 딱 하나뿐인 120살 아까시 나무- 성주군 지방리아까시나
우리나라에 딱 하나뿐인 120살 넘은 아까시나무를 찾아 성주군 월항면 지방리 모산마을을 찾아간 건 올해 벌써 네 번째입니다.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저 큰 나무가 우리가 잘 아는 아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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