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집? 삼겹집? 그게 뭐야?"
"오늘 가서 눈으로 확인해 봐~!"
"음..... 일단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란 말이지? 오케이~!"
산골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옛 집
겹집, 삼겹집!
삼겹살(?)도 아니고 틀림없이 한 겹, 두 겹, 세 겹 할 때 쓰는 말은 맞는데 옛집을 일컬어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 들었어요.
제 눈으로 확인하러 갑니다. 하하하!
찾아간 곳은 경북 봉화군 상운면 설매리 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이 참 예쁘네요.
설매리라는 이름은, 눈이 내렸을 때 마을 전체의 형상과 산줄기들의 형상이 어우러져 눈이 쌓인 매화나무 가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 마을 안쪽까지 올라오니 저 언덕배기 텃밭에서 어르신 두 분이 밭을 일구고 계셨답니다.
부보로 보이는 분들인데 지팡이를 짚으면서도 일을 하고 계시네요. 우리네 부모님들은 언제나 돌아가실 때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시나 봅니다. 이 부지런함이 그 어려운 시절에도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지켜내신 게지요.
오늘 우리가 찾은 곳입니다. 설매리 마을 안쪽에 있는 <봉화 설매리 겹집>이랍니다.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는 옛 집이지요.
건물이 두 채가 되네요. 본체가 있고 그 옆으로 따로 부속 건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집이 언제 지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나무의 표면이 닳은 정도를 보아 150여 년 앞서 지은 집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던 해가 1994년인데 그때부터 30여 년이 더 지났으니 180~ 200년 가까이 된 집입니다.
앞면은 4칸 반, 옆면은 2칸짜리 집이네요.
이 집은 처음부터 초가였는데 1970년대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새마을운동 때문이었군요.
설매리 마을이 거의 초가로 된 겹집 구조였는데 저렇게 지붕을 슬레이트로 바뀌었지요.
그러다가 다시 초가로 지붕을 되돌리면서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답니다.
'겹집'은 무얼 말하는 걸까?
궁금했던 '겹집'이라 하는 말은 안쪽 공간에다가 두 줄로 배치를 한 구조를 말한다고 하네요.
옆면을 보면, 두 칸으로 되어 있지요? 바깥에서 봤을 때 이렇게 두 칸으로 된 집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다 겹집이라고 하지는 않지요. 그렇다면?
어렸을 때 우리 경상도에서는 부엌을 '정지'라고 했어요.
아주 정겨운 정지문입니다. ^^
부엌 옆으로 창을 두 개나 내었네요.
뿐만 아니라, 곳곳에 공기구멍이 여럿 나 있네요.
자연 주춧돌 위에다가 사각기둥을 세웠는데 나중에 보수를 하면서 아마도 시멘트로 덧칠해서 다듬은 듯합니다.
부엌문 앞에는 댓돌이 놓여 있네요.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자물쇠는 걸려있지만 잠겨있지는 않았어요. 고맙습니다. ^^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이런 모습이랍니다.
바로 앞 가운데에 보이는 곳을 '봉당'이라고 하지요.
왼쪽으로는 외양간입니다. 소 먹이를 담는 큰 구유가 있습니다.
봉당 위쪽 가운데 정면에는 마루를 놓았네요.
마루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방이 보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아궁이가 있네요.
보통 보던 옛집과 조금 남다른 게 있지요? 네. 맞습니다.
부엌 안에다가 외양간을 둔 거랍니다.
경북 산간지방에는 겨울에 눈도 많이 오고 날씨가 많이 춥지요. 그러다 보니, 산골에서는 추운 날씨도 피하고 사나운 짐승들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 이렇게 집안에서 가축을 키운답니다.
쉽게 말해 폐쇄형 건물이지요.
또 '겹집'이라 한 건 바로 부엌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봤던 부엌과 외양간이 한 겹, 그 뒤로 마루 쪽이 두 겹이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랍니다.
이런 구조로 된 겹집은 예부터 안동・봉화・영양・청송・영덕・울진 등 태백산맥 둘레에 있는 경북 북부 산간지역에 많이 짓는답니다.
집안에 부엌도, 외양간도, 곳간도 다 있다!
부엌 쪽에서 이어지는 곳은 안방과 도장방이 있습니다.
안방 문을 열어보니,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두 개가 있고 아까 밖에서 봤던 봉창도 보입니다.
벽에는 곰팡이가 많이 끼었네요.
안방 옆, 가장 끝에 있는 방은 도장방입니다.
안방과 달리 도장방은 마룻바닥 그대로입니다.
'도장방'은 곡식이나 세간살이들을 넣어두는 곳이지요. 곳간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보통 옛집은 안채와 따로 곳간을 두곤 하는데 여기는 집안에 안방, 사랑방, 곳간까지 다 갖추었습니다. 또 어떤 집에는 사랑방 뒤쪽으로 방을 하나 더 놓아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가묘'로 쓰기도 한다네요.
들어오면서 왼쪽에 방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남자들이 쓰던 사랑방입니다.
마루 뒤쪽으로 난 문도 있습니다.
사랑방을 열어보니, 여기는 안방보다는 좀 더 깨끗하네요.
방마다 창문으로 쓰이는 문을 한두 개씩 낸 걸 보면, 집안에다가 모든 걸 다 갖추다 보니, 바깥공기를 쉽게 쏘일 수 있도록 많이 내놓은 것 같습니다.
사랑방 왼쪽으로는 다락입니다.
그러니까 외양간 바로 위쪽에다가 다락을 두었답니다.
문 아래에다가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도 놓았네요.
투박하고 두꺼운 다락문을 열어보니,
이런 모습입니다.
제 채널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써준 분이 있는데, 그분의 말에 따르면 어렸을 때 이런 집에서 살았는데, 외양간 위쪽 다락에다가 소 먹이를 보관하곤 했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짚풀도 있고 새끼줄도 보이네요.
마루에서 내려다본 봉당, 부엌, 외양간입니다.
이렇듯 경북 북부와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겹집의 안쪽 모습은 부엌문만 닫으면 바깥과는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 됩니다.
부엌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안쪽 공기가 따뜻해져 난방이 잘 되겠네요. 그런데 한 곳에서 모든 생활을 다 하다 보니, 불편하고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도 있겠습니다.
외양간이 부엌과 같이 있으니 소똥 냄새도 많이 났을 듯하고요. 또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연기도 많이 찼을 것 같네요. 또 문을 닫고 살아야 하니, 굉장히 어두울 듯도 하고요.
그래서 이런 집에는 따로 공기가 잘 드나들 수 있고 햇볕도 들 수 있도록 따로 장치가 있습니다. 뭔지 궁금하시지요?
바로 지붕 가장 위쪽에 작은 구멍을 내놓았답니다.
이런 걸 '까치구멍집'이라고 합니다. 이 구멍으로 바람도 통하고 연기도 빠져나간답니다. 음........ 냄새도 ~~
까치구멍집은 예전에도 본 적이 있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도 봉화였네요.
봉화 분천리 까치구멍집입니다. 지붕 용마루에다가 구멍을 낸 집입니다. 아, 여기도 겹집이네요. 그런데 설매리 겹집과는 달리 외양간을 바깥에다가 따로 내놓았네요. 그때 기억으로는 이 외양간도 바깥에 덧대어 놓았지만 안쪽 부엌 공간과 연결되어 있던 걸로 압니다.
뒷간은 본체와 조금 떨어진 곳에 두었네요.
안쪽에서 봤던 도장방 창문도 보이네요.
그 앞에다가 쪽마루도 놓았네요.
설매리 3겹 까치구멍집
설매리 겹집에서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이번에는 '설매리 삼겹 까치구멍집'이 나옵니다.
이 집은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때 170년 쯤 되었다고 하니 아까 본 설매리 겹집보다 조금 더 오래된 집이네요.
아하, 이제야 정확하게 알겠네요. 여기는 옆면이 3칸입니다. 그러니까 삼겹집은 안쪽에다가 세 줄로 배치를 한 구조를 말하는 거겠군요. 아쉽게도 이집은 문이 굳게 닫혀있어 안쪽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조금 앞서 설매리 겹집에서 봤으니 안쪽 모습도 얼추 짐작이 됩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여기도 역시 지붕 모양은 까치구멍집입니다.
이집은 조금 위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까치구멍집 구멍이 잘 보입니다.
저렇게 구멍을 내놓았으니 공기도 바람도 잘 통하겠네요. 연기도 빠져나가고 햇볕은 잘 들고... 앗 그런데 쥐는 저 구멍으로 들어오지 않았을까? 음............. 아마도 같이 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
오늘은 봉화군 상운면 설매리 마을에서 겹집과 삼겹 까치구멍집을 둘러보며 추운 산골마을 사람들이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온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네요.
설매리 겹집 - 봉화군 상운면 설매리 503
설매리 삼겹 까치구멍집 - 봉화군 상운면 설매리 519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인 <한빛국가유산TV>에서 제작한 봉화 설매리 겹집 이야기를 담은 영상 한 편 보고 가세요.★
https://youtu.be/mlZtDgxreuk?si=5zqDJF9eUlFWQX01
https://sunnyhanbit.tistory.com/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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