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향교는 정말 우연히 찾아간 곳이었답니다. 얼마 앞서 밀양에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올해부터 대추축제와 사과축제를 함께 통합해서 열린다고 하여 축제장에 찾아갔지요. 헉~!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말만 통합이지 각각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축제였답니다. 우리가 간 곳은 <선샤인밀양테마파크>였는데 거기는 사과와 대추를 파는 판매부스 몇 곳만 있고 우리가 보고 싶어 했던 공연 프로그램은 얼음골에서 열리는 거였더라고요. 통합해서 열린다고 해서 한 곳에서 하는 줄 알고 갔는데 너무 허탈했지요.
그렇게 실망하고 급하게 가볼만한 곳을 찾아서 간 곳이 바로 밀양향교였답니다.

밀양향교로 가는 길 들머리에서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알고 보니, 밀양 손 씨 옛집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가더군요. <밀양 교동 밀성 손 씨 고가> 옛집들이 늘어선 곳 가장 위쪽에 향교가 있습니다. 차라리 오늘 향교 나들이로 정해서 왔더라면 제대로 알고 이 옛집들과 함께 둘러봤을 텐데... 참 아쉽네요. 하지만 이다음에 또 와야 할 '꺼리'가 생겼으니 더 좋은 일입니다.
영남 3대 향교 가운데 하나인 밀양향교

밀양향교는 고려말에 창건한 곳입니다. 바깥에서 봐도 규모가 꽤 큽니다. 긴 담장 안쪽으로 키큰 은행나무가 보이네요.

밀양향교의 외삼문인 풍화루(風化樓)입니다. 문루부터 굉장히 웅장하네요. 둥글고 길쭉한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워 멋진 문루를 만들었습니다.

관광 안내 책자와 밀양향교 둘레 가볼만한 곳도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향교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습니까? 알고보니, 밀양향교가 규모가 크기로 영남 3대 향교 가운데 한 곳이라고 합니다.
밀양향교를 비롯하여 경주향교, 진주향교가 굉장히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네요. 오오 ~ 세 곳 모두 가봐야겠습니다.
사실은 바로 그 다음주에 <진주향교>에 다녀왔었지요. 먼저 앞서 올린 글에서 문 닫힌 진주향교를 보고 대실망한 이야기가 들려드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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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3대 향교라는데... 문은 좀 열어두시지! [진주향교]
우연히 밀양향교에 갔다가 영남 3대 향교를 알게 되었지요. 경주향교, 밀양향교, 진주향교, 이렇게 세 곳이라고 합니다.게다가 진주향교를 검색해서 찾아보니, 세상에나! 향교 모습이 굉장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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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루에 들어서자 바로 펼쳐지는 풍경입니다. 가운데 강학공간인 명륜당이 있고 양쪽에 동재와 서재가 있네요.

그런데 명륜당 지붕 너머로 굉장히 남다른 풍경이 보입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뒤쪽에 배롱나무가 엄청 넓게 펼쳐져 있더군요. 한여름 배롱나무꽃이 활짝 필 때면 정말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겠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밀양향교가 배롱나무꽃 명소로 이름나 있는 곳이더군요. 아, 그런데 아쉬운 건 그 뒤쪽으로는 또 아파트가 보이네요. 쩝!

향교 동재인데요. 그 뒤쪽으로 작은 문 너머에도 건물들이 보입니다. 전교실, 개복청, 수복청 등이 있습니다.

향교 마당에서 뒤돌아 바라보니, 풍화루 뒤쪽도 무척 웅장하고 아름답습니다.

밀양향교 동재는 앞면 다섯칸 건물인데 그 옆으로 한 칸을 더해 눈썹지붕까지 달았습니다. 아마도 본디 있던 건물에다가 덧대어 나중에 새로 지은 듯 보이네요.

동재를 옆에서 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마루 아래에 불을 때는 아궁이를 두었네요.

서재도 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습니다.


밀양향교도 임진왜란 때에 불에 타 없어진 걸 새롭게 1602년(선조 35) 부사 최기(崔沂)가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향교의 강당인 명륜당 편액입니다. 명륜(明倫)은 '인간 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입니다.
정료대, 사대, 행전, 유건, 이게 다 뭘까요?



명륜당 뜰앞에는 양쪽에 정료대가 있네요. 향교 마당에 불을 밝히는데 쓰이는 겁니다. 정료대에 낀 이끼를 보니, 아마도 그 옛날부터 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명륜당 대청이 시원하고 넓습니다.

대청 한쪽에 아주 남다른 게 있습니다. 상자가 세 개 있는데, 행전, 사대, 유건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사대(絲帶)는 선비들의 도포자락에 매는 실로 만든 허리띠입니다.

유건(儒巾)은 선비들이 실내에서 머리에 쓰는 두건입니다.

행전(行纏)은 한복 바지를 입을 때 정강이에서 무릎 아래까지 매는 것인데 바짓가랑이가 펄럭이는 걸 막고 걸을 때 편리하게 하는 쓰임입니다.
선비들이 입던 옷의 부속 의류들을 실제로 보니 재밌습니다. 이번에 이름도 제대로 알았네요. ^^

햇빛 품은 선비길, 밀양향교라 쓴 걸개막이 참 좋네요.
열린 마음으로 문도 활짝 열어놓고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않는 것도 햇빛처럼 따사롭네요. ^^

명륜당에서 내려다보는 뜰 풍경입니다.

명륜당 기둥을 보수하면서 이렇게 끼워 맞춰 넣었네요.





명륜당 뒤쪽으로 돌아가니, 역시나! 배롱나무가 뒤뜰에 가득했습니다. 그것도 명륜당을 굽어보며 자라고 있었네요. 이러니 여름에는 배롱나무꽃이 활짝 필 때면, 얼마나 예쁠지 상상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밀양향교는 남달리 오래된 나무가 많습니다. 터도 넓은 데다가 나무들이 많아서 풍경이 더더욱 아름답습니다.

밀양향교 서재는 작은 도서관으로 꾸리고 있더군요. 어쩌면 딱딱하고 고리타분하게(?) 여길지도 모를 향교를 많은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게끔 여러 쪽으로 활용하는 게 보입니다.

서재 마루에 끼워 맞춘 기둥과 자연 주춧돌에서도 오랜 세월을 읽을 수 있네요.
밀양향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서재를 돌아가면 대성전으로 가는 길입니다. 여기에도 나무가 굉장히 많습니다. 마치 아주 너른 정원 같습니다.

보통 향교나 서원을 보면, 강학공간은 앞에 현인들의 위패를 모시는 제향공간은 뒤쪽에 있는 '전학후묘' 배치 구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 밀양향교는 '좌묘우학' 구조입니다.

명륜당이 오른쪽에 있고, 대성전이 왼쪽에 있습니다.

밀양향교 대성전에는 공자를 가운데 모시고 안자, 증자, 자사, 맹자를 배향하고 동종과 서종에는 신라조 2현, 송조 2현, 고려조 2현, 조선조 14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대성전 위패 봉안 위치까지 자세하게 적어서 안내하고 있습니다. 역시 사람 숨결을 반기는 향교로군요. 참으로 고맙네요.

이제 대성전으로 올라가볼까요?
내삼문으로 오르는 계단도 높다랗고 위엄이 느껴집니다. 아~! 그런데 저기 위에 내삼문을 보니, 매우 남다릅니다.
도대체 몇 칸이야?
대성전 역시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그 칸수를 보니 도대체 몇 칸이나 되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가운데 삼문이 있고 그 양쪽으로 3칸씩 모두 9칸입니다. 그동안 그렇게나 많은 향교와 서원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칸수가 많은 내삼문은 처음 봅니다.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내삼문 안쪽에 들어서니 마치 회랑처럼 길게 늘어서 있네요. 모두 아홉 칸입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잘 살펴봤으면 좋겠네요.

1602년 새로 중창하였을 때 당시의 건물은 대성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 뒤 1821년(순조 21) 부사 이현성(李玄姓)이 중수하였다고 하고요. 그 밖의 건물들은 그 뒤에 중건된 것이라고 합니다.

관세위(盥洗位)는 제향을 드릴 때에 제관들이 손을 씻는 곳입니다.

서무 기단 위에 놓인 댓돌은 둥근 나무를 잘라서 만들었네요.


대성전 오르는 계단은 결이 있는 모습입니다. 그냥 밋밋한 돌을 쓴 게 아니라 잘 깎고 다듬어서 놓았네요.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대성전은 맞배지붕으로 된 건물입니다. 앞면 3칸, 옆면 2칸이지만 꽤 규모가 큽니다.

우와~! 대성전 옆에도 오래된 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향나무 키가 무척 큽니다.

대성전 뒤쪽 지붕의 처마를 보니, 굉장히 화려합니다. 겹처마로 되어 있고 단청이 곱네요. 게다가 처마 끝 기와도 끝에 수막새로 마감을 해서 화려하고 예쁩니다. 위엄을 한껏 살려서 만든 게 느껴지네요.

동입서출(東入西出) 들어서는 문과 나가는 문을 구별하여 드나들 수 있도록 양쪽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대성전 내삼문입니다.
뒤돌아 다시 보니, 또 고맙네요. 활짝 열려 있어서...

키 큰 향나무와 마주 보는 쪽 동무 옆에도 또 다른 향나무가 있습니다.

예쁘고 화려하게 수막새로 마감을 한 처마가 참 멋스럽습니다.

게다가 글씨도 쓰여있습니다. 옛 것과 새것을 견줘 볼 수 있네요.

대성전에서 본 강학공간, 서재와 동재의 지붕이 보이네요.

향나무와 향나무가 마주 보이네요.

밀양향교와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나무들이 넓은 정원 같습니다. 그러니 철마다 볼거리가 넘치는 향교이겠습니다.
실제로 봄에는 매화, 여름에는 배롱나무, 가을에는 은행나무, 겨울에는 명륜당 앞 동백꽃도 볼 수 있는 곳이더군요.

우리는 밀양 손 씨 고가들이 즐비한 곳인 풍화루가 있는 데로 들어왔는데 그 반대쪽에도 향교로 들어가는 길이 따로 있었네요. 이쪽으로는 홍살문도 있습니다. 아마도 여기가 정문이었겠네요.

홍살문 옆 빈집 담벼락 담쟁이덩굴 빛깔이 무척 곱습니다.
사람숨결을 막지 않는 곳!
연중무휴,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그 숨결을 기다리는 곳!
밀양향교, 억수로 고맙데이~!
밀양시 교동 733
★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인 한빛국가유산TV에서 만든 밀양향교 영상도 함께 감상하세요 ★https://youtu.be/PiXAbFdq8eg?si=0I30qlPqZRWSQg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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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3대 향교라는데... 문은 좀 열어두시지! [진주향교]
우연히 밀양향교에 갔다가 영남 3대 향교를 알게 되었지요. 경주향교, 밀양향교, 진주향교, 이렇게 세 곳이라고 합니다.게다가 진주향교를 검색해서 찾아보니, 세상에나! 향교 모습이 굉장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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